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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 갖고도 안 되나? 로봇 앤 프랭크
novio21 2013-01-05 오전 1:22:27 523   [1]

  참 외롭나 보다. 인간이란 말이다. 가족의 탄생이 먹고 살기 위해, 가족을 구성해서 미래를 책임질 구성원을 만들기 위해, 그리고 이제 그 의미도 감감한 사회의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인간은 그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데, 이상하게 시간이 갈수록 인간은 점점 고독해 가며, 도리어 불행해가고 있다. 그래서 인생 말년에 고독사가 늘어나고 있나 보다. 고독사란 위험을 피할 수 없는 시대, 우리 모두의 아픔이지만 다가오는 현실이기도 하다.
  인생, 참 역설적이다. 혼자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일들이 많았기에 뭉쳤고 관계를 맺었고 사회를 만들었고, 동료를 만들었고, 가족을 만들었다. 그런데 고독해진다. 그 고독을 극복하기 위해 인간이 필요한데 인간은 관계를 만들게 되며, 관계 속엔 피치 못하게 구속과 거래가 존재하게 된다. 더 깊이 들어가면 서로 간의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 관계인지 모르겠다. 문제는 더 이상 필요 없거나 버겁게 되는 순간, 혈육이든 부부든 깨지는 게 요즘이다. 그래서 인간은 시간이 갈수록 외롭게 되는 것인가 보다.
  애완견이나 그냥 개였던 것이 최근 유행하는 ‘반려견’이란 말로 가치가 상승했다. 그것의 이면엔 인간이 아닌 동물에 자신의 고독을 달래는 시대가 도래하고 있음을 알려 준다. 신문이나 방송의 사회면에서 이젠 흔해진 ‘고독사’란 단어를 접할 때면, 개의 가치가 왜 상승하게 됐는지 이해할 만 하다. 인간끼리론 더 이상 안 되는 그런 사회가 된 것이다. 그냥 함께 모여 살다가 그냥 그렇게 헤어지는 세상, 우리가 처해 있는 시대의 자화상이다.
  영화 ‘Robot & Frank’는 그래서 매우 울림이 크다. 재미있는 주인공 캐릭터와 기대 이상의 로봇이 등장하는 이 기상천외한 이 영화는 소소한 재미를 준다. 반려 로봇이라 할 수 있는 로봇을 통해 그간의 고독감을 해결하고, 단순한 노예 로봇에서 친근한 친구와 동료로서 성장하는 장면들은 로봇도 인간적인 면이 있다면 인권도 있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들게 한다. 인간의 친구라면 그런 호의도 좀 베풀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 정도? 생각하기 나름이겠지만 그래도 인생 말년에 주인공 프랭크 (프랑크 란젤라가 자신과 이름이 같은 배역을 담당)는 자신이 의지할 친구를 얻은 셈이다.
  하지만 소소한 웃음 뒤에 있는 잔혹함은 사실 영화 관람을 끝낼 때 느껴지기 시작한다. 치매로 인해 자신의 가족에 대한 기억은 사라지면서도 자신의 강도 행각이나 방법에 대해선 잘 기억하고 있고, 심지어 강도를 계획할 때 생의 활력을 되찾는 모습이나 인간에게 의지할 수 없어 로봇에게 의지하고 자신의 마음을 여는 주인공 Frank의 모습은 말년의 노인들의 모습을 보는 것만 같았다. 비록 가족들의 도움과 배려가 있었지만 더 중요한 것이 필요했던 것 같다. 관심과 함께 접촉이 그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화 마지막 부분에서 볼 수 있는 뛰어난 반전들은 영화의 매력을 유감없이 보여줬다. 그러면서 잠시나마 가장 친했던 로봇이 사라진 장면은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로봇이 사라진 자리엔 가족이 존재했다. 치매에 힘들어하지만 그래도 그에겐 가족이 있었고 그들이 돌아온 것이다. 특히 그냥 있는 것이 아닌, 그와 접촉하면서 자신들이 존재함을 과시하고 있었다. 그리고 말년의 주인공은 그것을 인식하면서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조금은 외로움에서 벗어난 것처럼 말이다.
  영화는 Fantasy다. 현실의 고단함을 달래기 위해 금쪽 같은 시간을 할애해서 본다면 최소한 현실은 좀 왜곡되고, 비틀어지고 해서 현실로부터 좀 위안을 받으려 관객이 간만큼 해피엔딩으로 영화가 마무리돼야 하는 임무가 있다. 그래서 영화의 마지막은 좋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이 영화, 지독한 반어다. 영화는 그런데 넌 어떻게 될까? 하고 관객에게 질문하는 것만 같다. 정말 개로 끝나지 않고 반려 로봇이라도 써야 고독한 시간을 해결해야만 하겠니? 하고 말이다. 마음 속으로 그러지 않았으면 하는 소망이 싹튼다. 내가 갖고 있는 인간관계가 정말 소중히 다가 왔다. 잘 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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