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블록버스터 분장쇼... 클라우드 아틀라스
ldk209 2013-01-11 오후 2:30:40 574   [0]

 

블록버스터 분장쇼... ★★★☆

 

1999년에 발표된 <매트릭스>가 가져온 충격은 여전히 영화를 포함한 다양한 문화, 예술의 여기저기에 남겨져 있다. 형제로 출발했던 워쇼스키 남매가 이후 어떤 작품을 발표하게 될 지는 잘 모르겠지만, <매트릭스>의 등장은 이미 영화사에 굵은 흔적을 남겼다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사건이었다. 여기에 <롤라 런> <향수>의 감독 톰 티크베어의 합류, 그리고 이들의 영화가 500년의 시공간을 넘나드는 6개의 에피소드를 다뤘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히 관심을 끌 사안이며, 특히 한국인이라면 배두나의 출연에 호기심이 증폭됐을 것이다.

 

무려 172분이라는 세 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인 <클라우드 아틀라스>는 1849년부터 약 500년이라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6개의 개별적 이야기들이 파편화된 퍼즐조각처럼 스크린에 던져진다. 원작소설을 사 놓기만 한 채 기본적인 스토리조차 알지 못한 상태에서 한 동안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었다. “이게 대체 뭐가 어떻게 돌아가는 거지?” 심지어 이야기의 순서라든가 분량도 제각각이다. (그런데 차라리 원작을 모른 채 영화를 보는 게 나았다는 생각이다)

 

물론, 조금만 지나면 각각의 에피소드가 머릿속에서 정리되고, 인물들도 제 자리를 잡아나가면서 영화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쉽게 이해되기 시작한다. 사실 영화의 주제의식보다 이 점이 <클라우드 아틀라스>의 가장 뛰어난 점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방대하고 장황한 6개의 이야기를 알기 쉽도록 눈앞에 펼쳐 보인다는 게 어디 말처럼 쉬운 일이란 말이더냐. 거기에 단지 쉬운 게 아니라 무척 흥미진진한 이야기, 영화는 재미와 몰입을 3시간 동안 이어나간다. 영화 보기 전에 ‘3시간을 어떻게 견디지’라는 걱정은 영화가 끝날 즈음에는 ‘벌써 3시간이 흘렀나’하는 아쉬움으로 바뀐다.

 

다만, 이 영화의 이야기를 말로서 다른 상대에게 설명한다는 건 매우 곤란한 작업일 것이다. 6가지 이야기 속 인물들이 겪는 비슷한 운명들, 그리고 그들의 얽힌 관계들, 그리고 그것이 바로 환생이나 윤회라는 걸 의미한다는 사실, 거기에 현재 우리가 행하는 온갖 선행과 악행이 바로 우리의 미래의 기초를 이룬다는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주제와 더불어 독재, 환경, 광우병 등을 연상시키는 현대 문명에 대한 고발에 까지 이르는 이 광대한 이야기를 어떻게 구구절절 영화 속 자크리처럼 설명한단 말인가. 이건 말 그대로 스크린을 통해서만이 가능한 경험일 것이다. (게다가 영화가 그 주제를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한 형식을 취한 것이라고 생각되지도 않는다. 오히려 이러한 형식에 가장 걸맞는 내용을 차용했다고 보는 게 더 정확할 것 같다)

 

파편화된 퍼즐조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 외에 형식적으로 이 영화의 아주 용감한 도전은 주요 출연진이 6가지 이야기 속에 일인다역으로 출연한다는 사실이다. 어떤 경우엔 거의 멀쩡한 자신의 얼굴로 등장하는가 하면, 어떤 경우엔 도저히 알아보기 힘들 정도의 특수 분장으로 등장하기도 한다. 어떤 분장은 그럴 듯하고, 어떤 분장엔 의문이 제기되기도 한다. 어쨌거나 배우들은 나이, 인종, 심지어 성별을 넘나들며 화려한 분장쇼를 펼친다. 어떻게 보면, 이 영화에서 가장 큰 즐거움은 분장한 채 등장하는 배우들을 알아맞히는 것일지도 모른다. 아니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관람에 따른 충분한 즐거움을 보장한다. 한마디로 블록버스터급 분장쇼라고나 할까.

 

아쉬움이 없는 건 아니다. 3시간 내내 특유의 리듬감으로 지루할 틈 없이 달려왔고 뭔가 대단한 이야기를 품고 있는 건 사실이지만, 결정적으로 마음을 흔드는 감흥을 주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눈이 팽팽 돌아가는 화려한 쇼를 보고 나오면서 느끼는 감정, ‘간만에 좋은 구경했다’ 그 이상의 뭔가를 끌어내기엔 조금 버거워 보인다.

 

※ 영화가 끝나고 엔딩 크레딧이 올라갈 때, 주요 출연배우들이 분장한 배역을 보여준다. 이 때 전혀 예상치 않았던 배우와 인물이 연결될 때, 실로 놀라게 된다.

 

※ 미래의 서울의 풍경이나 등장인물은 아무리 그럴듯한 설명을 붙인다 해도 우리가 보기에 미흡하고 심지어 조금 모욕적이게 느껴질 수도 있다. 한국인이 디자인 과정에 참여했다면 훨씬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것이다. 특히 2144년도의 서울이라면 지금보다는 훨씬 다인종 다민족 국가가 됐을 가능성이 큰 데, 굳이 서양배우(짐 스터게스, 제임스 다시, 휴고 위빙 등)를 동양인(한국인)처럼 보이도록 하는 어색한 분장쇼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다. 게다가 언어는 그냥 영어를 사용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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