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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만 튀어. 나머지는 그냥 뛰어. 남쪽으로 튀어
jksoulfilm 2013-02-07 오후 11:36:57 1046   [1]

 

 

★★★   김윤석만 튀어. 나머지는 그냥 뛰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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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려스러웠다. 배우 김윤석이 영화 [거북이 달린다] 이후 다시 한 번 단독 주연으로 영화를 이끌어간다는 것이. 심지어 우려의 증거는 다양했으니, 더 그럴 수밖에 없었다. 촬영 중반 터진 임순례 감독의 촬영장 이탈 사건부터 김윤석이 연출권을 침해한다는 케케묵은 소문들까지. 영화가, 이러다 산으로 가겠구나 싶었다. 우려에 비해 영화는 다행히 괜찮게 나왔다. 의도적으로 무지하거나 무관심하면 편하게 웃고 나올 수 있는 ‘생활 코미디’, 의도치 않게 메시지를 의식하고 이에 파고들면 씁쓸한 웃음을 짓게 하는 ‘블랙 코미디’ 수준을 유지한다.

 

하지만 딱 이 정도다. 불화설에 휩싸였던 임순례 감독과 김윤석이 프로페셔널한 자세로 만들 수 있는 수준은 딱 이 정도. 둘의 만남이 최상의 시너지를 만들어내지 못했다는 점에서 영화 [남쪽으로 튀어]가 관객에게 ‘관람 의무’를 물을 수는 없을 듯 보인다. 극 중 최해갑(김윤석)이 국민의 의무 운운하며 국민이기를 포기하듯, 나 또한 이 영화의 열혈 관객이기는 포기하련다.

 

젊은 시절 별명이 ‘최게바라’였던 최해갑(김윤석)은 국가를 부정하고, 국가가 부여하는 의무 뒤에 숨겨진 더러운 이해관계를 거부하는 정말 제 멋대로 사는 한 가족의 가장이다. 6mm 비디오 카메라 하나 들고서 이 사회의 이면을 다큐멘터리 영화로 만들며, 즉각 실천도 겁내지 않는 영화 [주민등록증을 찢어]의 감독 최해갑. 그는 문제가 되는 곳에 나타나 깽판치기 일쑤여서 파출소는 이미 단골이 되어버렸고, 10년 넘게 ‘반팔 런닝셔츠’를 고수하는 패션 테러리스트이기도 하다. 그런 최해갑이 가장 사랑하는 것은 가족. 가족 또한 막무가내 아빠를 이해하고 사랑한다. 그러던 어느 날, 최해갑 가족은 남쪽의 ‘들섬’으로 이사를 가게 된다. 그 섬에는 만덕이(김성균)가 두고 간 ‘신나라’라는 이름의 배와 쓰러져 가는 집 한 채가 있다. 최해갑 가족은 그 집에 정착하고 평화롭고 자유로운 생활을 영위한다. 하지만 자유도 잠시, 들섬 지역의 국회의원인 김하수와 건설기업이 재개발을 명목으로 들섬 전체를 들쑤시려 한다. 분노로 가득 찬 최해갑, 다시 투쟁이다. 투쟁의 끝에 새로운 자유는 찾아올까?

 

[남쪽으로 튀어]의 장점과 단점은 동일하다. 그것은 ‘최해갑 캐릭터’의 존재다. 최해갑 역을 분한 김윤석은 [완득이]의 ‘똥주’, [거북이 달린다]의 형사처럼 푸근하고 인간미 가득한 느낌 위에 최해갑 만의 무대포식 정의로움, 다혈질의 기질을 덧씌운다. 그래서 김윤석은 자신이 곧 최해갑이고 최해갑이 곧 자신인, 캐릭터와 배우의 완벽한 합일을 이뤄낸다. 김윤석 자신이 시나리오 각색에도 참여했으니 캐릭터를 확실하게 만들어 낸 것은 온전히 그의 몫이었을터, 캐릭터 설정에다 시나리오 각색까지 도맡은 그의 연기는 그래서 당연히 훌륭하다. 최해갑 캐릭터에 다른 배우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정도로 탁월한 캐스팅. 배우 김윤석의 열혈팬들에게는 이만한 영화도 없을 듯 보인다.

 

하지만 최해갑 캐릭터는 다른 시각에서 보면 이 영화의 걸림돌이다. 그의 이야기 외에 결말을 확실히 맺은 보조 플롯은 행방불명됐기 때문이다. 안봉희(오연수)는 정확히 어떤 계기로 인해 최해갑을 사랑하게 되었고 그와 결혼하게 되었는지. 해갑의 딸, 민주(한예리)와 담임선생님의 관계는 결국 어떻게 정리되었는지, 나라와 다래는 부모인 최해갑과 안봉희를 어떤 마음으로 이해하고 있는지, 나라의 경우 사춘기를 겪으면서 해갑을 원망하지는 않았는지. 만덕이(김성균)는 어떻게 들섬으로 돌아오게 됐는지. 듣고 싶지만 들을 수 없는 이야기들이 모두 최해갑을 위해 장렬히 전사했다. 시작은 있되, 끝이 없는 많은 이야기들이 최해갑의 캐릭터와 에피소드를 위해 희생된 것으로 보인다.

 

영화는 ‘정경유착, 그릇된 학원계 비리와 폭력, 학벌 중시 사회, 재개발과 민간사찰’ 등, 현 한국사회가 안고 있는 모든 문제를 영화에 녹아내지만 진단만 할 뿐 과정과 결과를 담지 않는다. 그저 약자는 더 남쪽으로 떠날 수밖에, 떠날 수밖에...약한 척 읊조리는 듯한 결말이 다소 불편하다. 혹시 그것이 감독이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였다면 영화적으로 안일한 이야기 종결방식이지만, 한편으론 다분히 현실적이어서 슬프기도 하다. 통쾌하게 세상과 맞장 뜬 최해갑이 결국에는 도망가는 듯한 뒷모습을 보이고 있다니...왜 그의 뒷모습이 그저 자유를 향한 갈망만으로 읽히지는 않는 걸까. 어쩌면 영원히 해결되지 않을 ‘약자의 숙제’가 이 세상에 여전히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남쪽으로 튀어]는 오롯이 ‘최해갑을 위한, 최해갑에 의한, 최해갑의 영화’다. 달리 말하면 ‘김윤석을 위한, 김윤석에 의한, 김윤석의 영화’이기도 하다. 최해갑의 캐릭터가 살아서 영화가 흥하겠지만, 그 캐릭터 덕에 불평, 불만 늘어놓을 ‘영화계의 불순분자’가 양산될 조짐도 뻔히 보인다.

 

범죄 영화에서 형사가 끔직한 사건을 수사할 때 꼭 이런 말을 내뱉는다. “현장이 모든 걸 말해준다.”고. 현장에서 제작진과 출연진의 불협화음은 작품에 고스란히 드러난다. 모두가 한 마음 한 뜻으로 협력하여 자신이 맡은 바에만 충실했다면 어땠을까? [남쪽으로 튀어]에서 가장 아쉬운 점은 ‘감독 임순례’가 잘 보이지 않는 다는 것이다. 그녀 역시 최해갑의 그늘에 가려지고 말았다.

 

 

P.S

 

안봉희(오연수)를 비롯한 조연들의 연기는 인상적이었다. 그들 나름대로의 존재감도 있었다.

하지만. 그들만의 이야기가 너무 적었다. 그래서 이 영화가 최해갑(김윤석)만의 영화라는 것. 오해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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