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굿바이 사요나라 맥클레인.. ★★☆
뉴욕 민완형사 존 맥클레인(브루스 윌리스)을 내세운 <다이 하드>가 첫 선을 보인 게 1988년, 이후 1990년 <다이 하드 2>에 이어 1995년 <다이 하드 3>으로 시리즈는 막을 내렸다(고 생각했다). 그러다 무려 12년이 지난 2007년 존 맥클레인은 노구를 이끌고 바뀐 시대에 걸맞게 디지털 테러를 막기 위해 <다이 하드 4.0>으로 돌아왔다. 당시 브루스 윌리스가 <다이 하드> 다음 편에 나올 땐 휠체어를 끌고 나올 것이라며 농담하던 인터뷰 영상을 최근에 보게 되었다. 그 장면을 그냥 나대로 해석하자면, 브루스 윌리스로서도 더 이상 이 시리즈가 지속되는 걸 별로 원치 않는다는 느낌이었다. 왜냐면 <다이 하드 시리즈>는 그 누구도 아닌 바로 브루스 윌리스를 원톱으로 내세운 영화였기 때문이며, 이 정도로 마무리 되는 게 자신에게도 영광이라는 판단이었을 게다(브루스 윌리스 = 다이 하드). 그나마 기대 이상으로 나왔기에 망정이지 어쩌면 브루스 윌리스로서는 <다이 하드 4.0>에 대해서도 조금 불안하지 않았을까 싶다.
그런데 브루스 윌리스의 예상(?)을 깨고 <다이 하드 시리즈>의 다음 편이 고작(!) 5년 만에 선을 보이게 됐다. “일찍 죽어 영웅이 되든가. 오래 살아남아 역적이 되든가” <다크 나이트>에 나오는 이 철학적 대사는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었다. 막을 내릴 타이밍을 놓치고 조금이라도 목숨을 연명해보고자 하는 영화에게도 아주 적합한 대사가 되었다. 그러니깐 <다이하드 : 굿 데이 투 다이>(이후 <다이하드>)는 단적으로 <다이 하드>라는 이름표를 달고 나와서는 안 될 영화였다.
반대로 보자면, <다이 하드> 시리즈가 아니라고 한다면 그럭저럭 볼만한 액션영화라는 의미도 된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는 시종일관 거대한 물량을 투입해 박살내는 데 일정한 성과를 보인다. 도로와 차량을 박살내며 달리는 카 체이싱 장면이라든가, 호텔에서의 액션 장면, 그리고 마지막 핵발전소에서 펼쳐지는 액션 장면은 그것만 떼어 놓고 보면 나무랄 데 없는 쾌감을 안겨준다. 문제는 마구잡이로 때려 부순다고 그것이 곧 잘 만든 액션영화도 아니거니와 심지어 <다이 하드>가 액션영화로서 인기를 끈 원인이 이런 액션의 거대함과 별 관계가 없다는 점이다.
<다이 하드 시리즈>는 말 그대로 별 볼일 없고 인생 고달픈 민완형사가 재수 없게 테러에 휘말려 홀로 고군분투하는 영화이며, ‘죽을 것 같은 고생’을 하면서도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는 그 낙천성이 두드러진 액션영화였다. 존 맥클레인은 일당백의 영웅도, 특별한 능력을 보유한 슈퍼히어로도 아니다. 그는 그저 얻어터지고 바닥을 구르면서도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끈질김으로 악당을 구석에 몰아넣는 질긴 형사일 뿐이다. 대게 그의 파트너들이 액션과는 거리가 멀었기 때문에 존 맥클레인의 분투는 더욱 도드라질 수밖에 없없다.
그런데 새로운 <다이 하드>는 시리즈의 특징과는 별 상관이 없는 평범한 액션 영화에 그치고 말았다. 애당초 존 무어가 감독을 맡았을 때부터 불안하다는 평가가 줄줄이 나오곤 했으니 어쩌면 예상에 그대로 들어맞는 결과물이 나왔다고 해야 하려나. 존 맥클레인이 이피카피예이 머더 퍼커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게 곧 <다이 하드>의 존 맥클레인은 아니었던 것이다. 새로운 <다이 하드>는 이제 그만 존 맥클레인을 놔주어야 할 때임을, 아니 그 때가 늦었음을 입증하는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안녕, 굿바이, 사요나라 존 맥클레인.
※ <다이 하드> 1편을 단성사(아마도)에서 본 이후 가급적 브루스 윌리스가 나오는 영화는 꼭 챙겨보고는 했다. 그래서 더 안타깝다. 그나마 다행인 건 이벤트 당첨 예매권으로 봤다는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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