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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소녀의 성장이라니... 스토커
ldk209 2013-03-06 오후 3:38:18 1427   [3]

 

이토록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한 소녀의 성장이라니... ★★★★

 

영화는 인디아(미아 바시코브스카)의 의미를 알 수 없는 독백으로 시작한다. ‘남이 들을 수 없는 소리를 듣고, 남이 볼 수 없는 것을 보는 소녀. 엄마의 셔츠를 입고 아빠의 벨트를 매고 삼촌의 신발을 신은 소녀. 그게 바로 나다’

 

18살 생일에 의문의 교통사고로 아빠를 잃은 인디아의 집에 존재조차 몰랐던 삼촌 찰리(매튜 구드)가 찾아온다. 유럽을 돌아다녔다는 찰리 삼촌은 저택에 머물며 노골적으로 엄마 이블린(니콜 키드먼)을 유혹하고, 인디아에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인다. 한편, 맥게릭 여사(필리스 소머빌)와 진 고모(재키 위버) 등 인디아의 주위 인물들이 사라지고 인디아는 찰리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된다.

 

영화 <스토커>는 주지하다시피 한국이름 석호필로 유명한 웬트워스 밀러가 쓴 각본으로 박찬욱 감독의 미국 진출 첫 작품이다. <스토커>의 가장 뚜렷한 핵심은 이 영화가 바로 박찬욱의 영화라는 점이다. 이는 단지 연출을 했다는 걸 넘어서서 박찬욱의 영화하면 떠오르는 특징들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으며, 어떤 부분에선 더욱 확장된 모습을 보인다는 걸 의미한다. 그 동안 비영어권 국가의 많은 감독들이 헐리웃에 진출해 자신의 색깔을 상실해버린 작품으로 실망을 안겨왔다는 점에 비춰보면, 자신의 색깔을 간직한 첫 작품을 만들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스토커>는 일단 성공이라 평가해줄만 하다.

 

이야기 자체는 복잡하거나 어렵지는 않다. 박찬욱 감독이 자신의 각본으로 연출을 했다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은 남지만, 어쩌면 박찬욱만의 미장센, 강렬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기에 단순한 이야기가 더 적합했을지도 모른다.

 

영화는 18세 소녀의 성장을 다룬다. 영화에서 그리는 성장은 ‘자란다’가 아닌 ‘알을 깨고 나온다’의 의미이며, 악의 분출 내지는 완성으로서의 화려함으로 치장된다. 여기에서 중요한 건 바로 ‘피’ 또는 ‘혈연’, ‘혈통’. 즉, 살인 쾌락의 유전자가 찰리에게서 조카인 인디아에게 유전되었음을 말한다. 그러므로 엄마의 셔츠, 아빠의 벨트, 삼촌의 신발은 인디아가 단순히 삼촌에게 살인 쾌락의 유전자만을 받은 게 아닌, 엄마로부터는 섬세함, 아빠에게는 침착함을 내려 받아 더욱 더 완성된 형태로 재구성(!)되었음을 의미한다. 한마디로 끔찍한 괴물이 알을 깨고 등장한 것이다.

 

<스토커>는 무엇보다 이미지와 소리로 각인되는 영화다. 이 점으로만 보면 한국에서 제작한 영화보다 한층 강렬해졌음을 알 수 있다. 흩뿌려지는 피, 고풍스런 저택과 강렬한 원색들, 하나 하나 의미가 있을 것 같은 미장센, 대사를 줄이는 대신 몸짓과 음악으로 표현되는 장면들은 실로 엄청난 밀도를 자랑한다. 무엇보다 숨이 턱턱 막힐 정도의 긴장감과 몰입도를 영화 처음부터 끝까지 유지하고 있음에 실로 놀라게 된다.

 

니콜 키드만의 역할이 매우 제한적이고 일찍 무너져 내림으로써 삼자 균형이 깨져 아슬아슬해 보였다거나 박찬욱 영화에서의 그 기묘한 유머감각이 보이지 않았다는 게 아쉽긴 하지만, 껍질을 깨고 밖으로 나오는 소녀의 성장담을 어느 누가 이렇게 아름다우면서도 잔인하게 그리고 기괴하게 표현할 수 있겠는가.

 

※ 언제나 그렇듯이 박찬욱의 영화는 취향에 따라 반응이 극단적으로 나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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