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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불허전.. 스티븐 스필버그... 다니엘 데이 루이스.. 링컨
ldk209 2013-03-19 오전 10:42:20 589   [7]

 

명불허전.. 스티븐 스필버그... 다니엘 데이 루이스.. ★★★★

 

작년 링컨을 다룬 두 편의 영화가 제작됐다. <링컨 : 뱀파이어 헌터>는 사실 링컨은 뱀파이어 헌터이고, 남부 농장주들은 뱀파이어이며, 피를 안정적으로 구하기 위해 노예제를 유지하려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대체 역사를 제시하고는 뱀파이어 사냥에 생애를 바친 링컨의 전사(!)를 보여주었다. 반면, 스필버그의 <링컨>은 전사를 다룰 것이라는 예상과 달리, 남북정쟁의 거의 막바지 시기, 그리고 노예제를 금지하는 수정 헌법 13조의 하원 통과를 전후한 시기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

 

링컨(다니엘 데이 루이스)은 남북 전쟁이 사실상 승리로 기울자, 무엇보다 수정 헌법 13조의 통과에 주력한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 특히 자신의 가장 가까운 정치적 동지조차 링컨의 의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많은 젊은이들이 죽었고, 현재도 죽어나가고 있는 전쟁을 빨리 끝내는 게 가장 중요한 문제라는 이들의 주장 앞에 링컨은 오히려 젊은이들의 희생을 기리기 위해서라도 수정 헌법 13조가 처리되어야 함을 강조한다.

 

영화 <링컨>은 링컨이란 한 인간이 겪어야 했던 고난의 역경과 이를 극복해가는 모습을 보여주며, ‘자, 이래서 링컨이 위대한 인간이다’란 하나마나한 위인전 얘기를 하는 영화는 아니다. 물론 결국 그런 얘기를 하고는 있지만, 영화 <링컨>은 첨예한 정치적 사안을 둘러싼 제(諸) 정치 집단의 이해와 갈등, 그리고 최선보다 차선 심지어 최악을 피해가는 것이 정치이며, 정치의 본질인 협상, 타협의 과정을 보여주는 긴장감 넘치는 정치 드라마로서의 비중이 더 크다.

 

링컨이 종전보다는 수정헌법 13조의 처리가 중요한 사안이라고 확신하는 이유는, 종전으로 남부가 다시 연방에 들어와서 하원의 의석수의 일부를 차지하게 된다면 수정헌법 처리가 불가능해 진다는 점 때문이었다. 그러므로 노예제 폐지를 우선 확립해 놓고 전쟁을 끝내야 남부가 다시 연방에 가입한다 해도 노예제 폐지가 돌이킬 수 없는 현실이 된다는 판단을 한 것이다. 만약 이게 이루어지지 않으면 남북전쟁에서 쓰러져간 많은 희생의 의미가 사라진다고 보았던 것이다.

 

수정헌법의 통과를 위해서는 일부 민주당 의원들의 협조가 필요한 사안이었다. 물론 공화당 의원 전원이 찬성한다는 조건 하에. 이의 처리를 위해 링컨은 중립적이거나 반대하는 의원을 찬성으로 돌리기 위해 원하는 관직을 제안하기도 하고, 협박도 서슴지 않는다. 심지어 당내 보수파의 표를 의식해 남부 대표들과의 비밀협상에 나서기도 하고, 이런 소문이 나돌자 거짓말에 교묘한 말로 사실을 회피하기도 한다. 이렇듯 링컨은 도덕적이고 순수한 열망에 불타는 이상주의자가 아니었으며, 목표를 이루기 위해, 아니 최악을 피하기 위해 다양한 협상과 타협에 나서는 현실 정치인이었던 것이다.

 

노예제 폐지와 관련해 영화가 보여주는 또 다른 하나는 이를 추진하는 사람들의 다양한 이해관계에 있다. 과연 무엇 때문에 노예제 폐지에 나서는 것일까?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건 산업화된 북부는 노예제 폐지로 값싼 노동력을 원했고, 대농장을 경영하는 남부는 여전히 노예제가 필요했다는 경제적 이해관계의 충돌이었다. 그렇다면 링컨을 포함한 많은 정치인들 그리고 노예제 폐지에 앞장선 사람들이 오로지 경제적 이익을 위해서였다는 말인가? 그건 역사적으로 봤을 때 경제적 문제가 거대한 동력으로 작용했다는 것이고, 이를 추진하는 개개인은 전혀 별개의 동력에 의해 움직였을 것이다. 물론 전체 인류애의 평등을 지향하는 휴머니즘 운운하는 건 아니다. 누군가에게는 단지 현재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서 노예제 폐지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고, 오히려 이런 순수한 개인적 동기가 가장 강력하면서도 꾸준한 동력이 될 수 있다는 걸 영화는 보여준다.(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 중 하나는 수정법안이 통과된 후 스티븐스 의원(토미 리 존스)이 수정헌법을 집에 가지고 가서 그것을 선물로 주는 장면이었다)

 

수정헌법을 둘러싼 정치 드라마 외에 영화 <링컨>은 우울증에 힘들어하는 아내 메리 토드 링컨(샐리 필드), 부모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몸부림치는 아들 로버트 토드 링컨(조셉 고든 래빗) 등 가족과의 관계를 통해 링컨의 인간적인 모습도 인상적으로 구현한다. 정치인으로서 상당히 유머러스하고 쉽게 적을 만들려 하지 않아 정치권에서 답답하며 느리다는 평가를 받는 링컨이 아내에게 신경질적으로 대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참 인상적이다. 실제로도 링컨은 아내와 같이 우울증에 시달렸다고 한다.

 

아무튼 영화 <링컨>은 스티븐 스필버그의 연출이나 등장인물들, 특히 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연기까지 그야말로 명불허전이며, 151분이라는 긴 상영시간에도 불구하고 버릴 컷이 하나도 없는, 엄청난 정보량을 자랑(!)하는 고밀도의 촘촘한 정치 드라마이다. 특히 ‘새정치’가 중요한 화두로 등장하고 있는 한국 현실에서 더욱 주목받아야 할 영화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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