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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연애는 온도 측정 불가 상태! 연애의 온도
jksoulfilm 2013-04-03 오후 4:36:21 639   [0]

 

 

 

 

★★★☆          진짜 연애는 온도 측정 불가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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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로맨틱 코미디 영화의 전형적인 플롯은 이렇다. 정반대의 캐릭터를 지닌 남녀 주인공이 아옹다옹하다 한 순간에 눈이 맞고, 서로의 단점이 장점으로 승화되며 한 방의 큐피트 화살이 서로를 과녘! 화살을 맞고 나면 몇 개의 에피소드가 열 맞춰 나열 되고, 둘은 연인포스 풀풀 풍기며 닭살 행각을 이어간다. 이후 오해로 비롯된 위기의 순간이 찾아오고, 이는 결국 좋은 모습으로 해결, 둘의 뜨거운 스킨십이 해피엔딩을 예견하며 영화를 마무리 짓기 바쁘다.

 

다행스럽게도 [연애의 온도]는 이런 전형적인 구성을 답습하지 않았다. 소재부터 다르고 캐릭터도 심상치 않다.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영화 시작부터 물어뜯기에 여념 없고, 싸우는 방식 또한 신선하며 리얼하다. 두 주인공의 싸움이 절정에 다다를 때는 서로의 입에서 육두문자가 터져 나오고, 개싸움으로 번질 양상까지 보인다. 관객은 이 둘을 보면서, ‘아니 실제로 저런 커플이 있어?’ 싶겠지만 현실세계에 저런 커플, 생각보다 쉽게 찾을 수 있다. 지하철에 삼십분만 서 있어 보자. 곳곳에 선 긋고 대치중인 커플이 널려 있다. [연애의 온도]의 노덕 감독은 이 영화를 통해 달콤한 연애의 숨겨진 뒷모습을 사실적으로 잘 그려냈다. 영화를 보고 공감하는 사람은 진짜 연애를 경험해봤을 것이요. 공감하기 어렵다면, 진짜 연애를 해볼 것이 권장된다.

 

사내커플 동희(이민기)와 영(김민희)은 같은 은행에 다니며 몰래 연애했던 사이다. 둘은 정확한 이유도 알지 못한 채 이별하고, 이후 서로에게 집착한다. 동희는 영과 헤어지자마자 대학생 여친을 만들어 영의 신경을 건드리고, 영은 그런 동희의 뒤를 쫓으며 스토커 짓을 일삼는다. 서로는 좀스럽게도 선물해준 물건의 소유권 분쟁도 치러낸다. 선물 받은 물건을 되 돌려줄 때 한껏 감정을 실어 보내는 것도 잊지 않는다. 둘은 다른 남녀를 만나지만, 긴 시간을 함께 했던 서로를 잊지 못한다. 결국 다시 만나기로 한 둘. 그들의 새로 시작된 연애는 전보다 더 위험해 보인다.

 

[연애의 온도]는 보통 연애의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모습을 다룬다. 서로의 감정이 뜨거워 식을 줄 모르던 때는 몽타주로 일각에 처리해버리고, 이별 후 심하게 질척거리는 남녀의 모습만이 오랫동안 관객을 마주한다. 영화 초반이 장기연애의 피해자를 자처하는 남녀 주인공의 이별 후 집착과 미련, 분노를 다룬다면, 후반은 애증의 과정을 거친 남녀가 다시 교제할 때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남녀 주인공을 맡은 이민기와 김민희는 연애의 냉탕과 온탕을 자유로이 오가는 호연을 통해 관객에게 각자의 연애 경험을 떠올리게 만든다. 또한 영화는 다큐멘터리 형식을 차용해서, 그들을 단순히 배우로 인식하게 하는 시선을 막고, 그들을 우리 주변의 사람으로 포장, 감정이입을 돕는다. 동희와 영의 이야기가 영화 속 영화로 설정된 것 역시 영화와 관객의 친밀도를 높이는 데 기여한다. 중간 중간 활용되는 인터뷰 설정은 남녀 주인공의 진짜 속마음을 드러내는 용도로 활용될 뿐만 아니라 영화의 유머코드를 전담하는 역할도 쏠쏠히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영화에도 아쉬운 점은 있다. 둘의 감정 변화를 뒷받침하는 에피소드가 작위적이며 설득력이 부족한 점. 조연 캐릭터가 효과적으로 잘 활용되지 못한 점들이 그렇다. 또한 남녀 주인공이 애증어린 감정 소비에만 집중하다보니 둘이 미치도록 사랑했을 때의 감정과 느낌은 잘 와 닿지가 않는다. 남녀 주인공의 사랑의 역사에서 가장 중요한 시작이 빠져버렸기 때문이다. 둘이 어떤 계기로 사랑에 빠지게 되었는지도 이야기해주었다면 둘의 감정을 이해하기가 더 수월했을 것으로 생각된다.

 

2012년의 [건축학 개론]은 설렘 가득한 첫 사랑을 이야기하더니, 2013년의 [연애의 온도]는 달콤한 사랑 이면에 가려진 구질구질하고 치졸한 구석을 꺼내 이야기한다. 2012년에 [건축학 개론]처럼 사랑을 시작했던 남녀가 2013년 현재에 [연애의 온도]의 모습을 하고 있지는 않을까? 교제기간 1년이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라고 본다. [연애의 온도]가 [건축학 개론]으로 다시 돌아가려면 서로의 더 많은 노력과 이해가 필요하다. 연애란,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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