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영화 부흥기를 이끌며 최고의 히트 제조기이자 시네마 서비스의 수장으로 이름을 날렸던 강우석 감독의 명성이 예전 같지 않은 오늘 날, CJ E&M과 화해 겸 동맹 강화 분위기를 보이면서 들고 나온 영화가 바로 <전설의 주먹>이다. 처음에는 원작을 읽어보지 않아서, 요즘 인기 소재인 웹툰 영화화 추세에 편승하려는 것이 아닌지 의심했는데, 역시 강우석 감독은 남달랐다. 단순히 과거 양아치들 이야기에 갇히지 않고 한국영화만의 휴먼 드라마를 성공적으로 연출해낸 것이다. 한 마디로 <건축학개론> 세대의 <친구> 같은 영화다. 실제 격투기를 방불케 하는 멋진 액션 또한 돋보이는데, 덕분에 국내 개봉일과 거의 동시에 북미에도 배급되는 영광을 차지했다. 중년임에도 식스팩을 만들고, 링 위에서 몸을 사리지 않는 투혼을 보여준 배우 황정민, 유준상, 윤제문에게 박수를 보낸다. 그러나 내용상 주변 인물들을 깔끔하게 정리하지 못한 것은 눈에 띄는 단점이다. 등장인물들의 뒷이야기를 조금씩이라도 제시하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앞으로도 강우석 감독이 직접 연출하는 작품이 꾸준히 나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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