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기대를 모았던 국내파 감독들의 할리우드 진출작 2편이 고배를 마셨다. 김지운 감독과 아놀드 슈워제네거의 <라스트 스탠드>는 박스오피스 최고 9위, 박찬욱 감독과 니콜 키드먼의 <스토커>는 박스오피스 최고 17위로 마감한 것이다. 작품성 측면에서 상당한 가능성이 보였음에도 흥행이 따라주지 않아 아쉬움이 상당했다.
이런 아쉬움을 해결한 작품이 등장했다. 스타 배우 이병헌의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출연작 <지.아이.조 2>가 개봉주에 한미 박스오피스 1위를 비롯하여 전세계 흥행성적 1위를 달성하는 쾌거를 이뤄낸 것이다. 이로써 이병헌은 북미 박스오피스 1위를 2회 맛본 국내 유일의 배우가 되었다. 표면상으로는 코브라 군단의 복수를 의미하지만, 사실 2편의 각본은 이병헌이 분한 스톰 쉐도우라는 캐릭터의 복수에 맞춰져 있으므로, 이번에는 인상적인 조연에 그친 전작과 달리 주연으로 활약한다는 점에서 흔쾌히 기뻐해도 좋을 것이다.
새로 메가폰을 잡은 존 추 감독은 1편의 SF적인 요소를 도려내고, 그 자리를 화약 터지는 냄새와 칼 부딪치는 소리로 채웠다. 주제의 방향을 틀면서 시리즈의 스타일도 재구성한 것이다. 특히 액션 장면은 감독의 전작 <스텝 업>의 댄스 배틀과 같이 부대 침투, 감옥 탈출, 설산 전투, 탱크 격파, 개별 육탄전으로 각각 나누어 강약을 확실하게 구분하였다. 덕분에 난잡했던 전작에 비해 시원시원한 액션을 이끌어낼 수 있었다.
3D 변환 작업에 6개월이라는 시간과 추가 제작비를 투입한 만큼 3D 효과는 인상적이다. 제작사는 현재 개봉주에 전세계에서 벌어들인 수익이 제작비에 근접하자 곧바로 3편을 제작한다고 밝힌 상태다. 이병헌은 <레드 2>에 이어 <지.아이.조 3>까지 출연할 것으로 예상된다. 점점 입지가 커지고 있는 그의 할리우드 행보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