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검색
검색
 
조 라이트와 키이라 나이틀리 조합은 언제나 근사하다... 안나 카레니나
ldk209 2013-04-08 오후 12:55:41 851   [0]

 

조 라이트와 키이라 나이틀리 조합은 언제나 근사하다... ★★★☆

 

가장 단순하게 표현하자면 사랑 때문에 모든 걸 바친 여인을 그린 <안나 카레니나>는 그 동안 영화나 드라마로 수차례 선보인 만큼 익숙한 이야기라는 장점과 단점을 고스란히 노정한 작품이다. 익숙한 이야기에서 얻을 수 있는 안정감과 뻔한 이야기라는 지루함 사이에서의 줄타기. 조 라이트 감독은 이 줄타기를 연극무대를 활용한 파격적 형식으로 돌파하고 있으며, 결과물은 꽤 그럴싸하다.

 

생각해보면, 조 라이트 감독 앞에는 항상 데뷔작과 두 번째 작품인 <오만과 편견>, <어톤먼트>의 감독이라는 수식어가 따라 다닌다. 그 다음에 연출한 <솔로이스트>와 <한나>는 수식어로 붙지 않는다. <솔로이스트>는 확실히 실망을 주긴 했지만, <한나>는 저평가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한나>에서 관객이 보고 싶었던 건 화끈하거나 독특한 액션이었지만, 조 라이트가 보여주고 싶었던 건 한 소녀의 감성이라는 괴리가 불러온 저평가. 어쨌거나 기존 작품을 통해 내 뇌리에 박힌 건 ‘조 라이트 감독은 현대물보다는 중세나 근과거 이야기를 잘 소화해낸다’는 점이었고, <안나 카레니나>는 이런 내 평가에 일종의 종지부를 찍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안나 카레니나>의 형식적 실험은 주로 초반부에 집중해서 시도된다. 연극 무대의 문을 따라 무한히 확장된 다른 공간으로의 이동은 느낌은 전혀 다르지만 데이빗 린치의 여러 영화, 특히 <인랜드 엠파이어>의 독특한 공간 개념을 떠올리게 하기도 한다. 어쨌거나 연극무대를 따라 무한히 확장된 공간은 짧은 시간 동안 각 인물에 대한 소개와 함께 공간에 대한 설명을 압축적으로 보여줌으로써 이후 안나 카레니나(키이라 나이틀리)와 브론스키(애론 존슨), 알렉세이(주드 로) 그리고 레빈(돔날 글리슨)과 키티(알리시아 비칸데르)를 아우르는 인물들의 심리묘사와 이야기에 좀 더 공을 들일 수 있었던 계기로 작용하고 있다.

 

또 하나의 형식적 실험은 거의 뮤지컬에 가까운 장면 연출이다. 초반 장면뿐만이 아니라 영화는 시시때때로 연극무대에서 펼쳐지는 뮤지컬 장면을 보는 듯한 환상에 빠져들게 한다. 이 중 가장 압권은 안나가 러시아에 도착에 처음 참석한 무도회 장면이다. 암전된 가운데 안나와 브론스키가 펼쳐는 둘만의 춤 장면과 이를 바라보는 키티의 눈빛은 세 사람의 심리를 춤만으로도, 아무 설명 없이도 극적으로 드러낼 수 있음을 보여준 아주 인상적인 장면이었다. 음악을 맡은 다리오 마레아넬리는 곳곳에서 재치 있는 음악적 시도를 하고 있으며, 이런 시도로 인해 영화는 뮤지컬적 느낌을 더욱 진하게 내뿜고 있다. <어톤먼트>에서 타자기 소리를 음악의 한 부분으로 장식했다면 <안나 카레니나>에서는 결재도장 찍는 소리를 음악으로 활용해 또 하나의 인상적인 장면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영화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요소는 단연코 배우(들)이다. 처음 키이라 나이틀리가 안나 카레니나를 맡는다고 할 때 누구라도 고개를 갸웃했을 것이다. 이건 일종의 선입견인데, 그 동안 영화와 드라마에서 안나 카레니나를 맡았던 배우들을 떠올려 보면, 비비안 리, 그레타 가르보, 소피 마르소, 재클린 비셋 등 전형적인 미인이거나 또는 글래머 배우들이곤 했다. 사실 키이라 나이틀리는 이들과는 거의 상극인 배우로서 대게 보이시한 중성적 매력을 뽐내왔고, 주로 그런 역할들을 맡아왔다. 그런데 상대 남자가 처음 본 순간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매력이 있느냐의 문제라고 봤을 때, 영화 속 키이라 나이틀리는 자신이 정답이라는 점을 확실히 보여준다.

 

항상 조 라이트는 영화에서 키이라 나이틀리를 그 누구보다 매력적으로 표현하는 데 성공해왔다. 어쩌면 키이라 나이틀리야말로 조 라이트 감독에 대한 평가, 즉 현대물이 아닌 중세나 근과거 이야기에 적격이라는 평가를 바꿔 줄 유일한 배우가 아닐까 싶기도 하다. 그런 이유로 이 둘이 현대물에서 결합한 모습을 한 번 보고 싶다.

 

※ 영화의 흐름에 비해 결말은 매우 아쉽다. 뭔가 문을 갑자기 닫아 버린 듯한 느낌.

 

※ 키티 역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 영화 보는 내내 어디서 봤나 머리를 굴려 봐도 떠오르지 않아 답답했는데, 영화를 본 후 찾아보니 검색해보니 바로 <로얄 어패어>의 여주인공.


(총 0명 참여)
1


공지 티켓나눔터 이용 중지 예정 안내! movist 14.06.05
공지 [중요] 모든 게시물에 대한 저작권 관련 안내 movist 07.08.03
공지 영화예매권을 향한 무한 도전! 응모방식 및 당첨자 확인 movist 11.08.17
93767 [지.아이...] 전작보다 나아진건 이병헌뿐. 전작보다 나빠졌다 gtgta 13.04.15 3140 2
93766 [오블리비언] SF 영화 장르 본연의 의무를 다하는 영화 fornnest 13.04.14 685 0
93765 [용문비갑] 용문비갑-어설픈cg와 이야기가 아쉬움을 남기다 sch1109 13.04.14 721 0
93764 [스토커] 스토커-미묘한 긴장감을 안겨주는 영화 sch1109 13.04.14 1190 0
93763 [전설의 주먹] 진짜 주먹이 운다. 사각의 링에서 사내들의 울부짖음. greenboo153 13.04.13 684 0
93762 [런닝맨] 역시 하균신! jypp92 13.04.13 592 0
93761 [월플라워] 3명의 청춘스타들이 빛낸 영화 sshj0605 13.04.12 585 1
93760 [피치 퍼펙트] 피치 퍼펙트-확실히 귀는 즐거웠다 sch1109 13.04.12 760 0
93759 [오블리비언] 공허하면서도 웅장하다. cipul3049 13.04.12 723 0
93758 [월플라워] 두 남주에게 푹~~빠졌어요~~*0* lkmloveshy 13.04.11 670 0
93757 [레옹] 레옹 cgs2020 13.04.11 16294 0
93756 [오블리비언] '멋’ 있다. 또 멋있다. 톰 크루즈와 SF 조합은 진리. theone777 13.04.11 7775 1
93754 [전설의 주먹] 또한번의 1000만관객 돌파무비... spitzbz 13.04.10 1018 0
93753 [월플라워] 월플라워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sdi0822 13.04.10 747 1
93752 [전설의 주먹] 감상하는 재미 또한 만끽하게 한 영화 fornnest 13.04.09 715 0
93751 [호스트] 신선하고 아늑~ 달콤한 느낌을 안겨주는 영화 fornnest 13.04.08 595 0
현재 [안나 카레..] 조 라이트와 키이라 나이틀리 조합은 언제나 근사하다... ldk209 13.04.08 851 0
93749 [전설의 주먹] 전설의 주먹 시사회 다녀왔습니다. vlovekillerv 13.04.08 725 0
93748 [지.아이...] 이병헌의 할리우드 비상 nuno21 13.04.08 569 0
93747 [링컨] 링컨-다니엘 데이 루이스의 묵직한 연기와 함께 한 역사드라마 sch1109 13.04.08 810 0
93746 [극장판 베..] 미치겠다. 인간군상을 초월한 가히 마계, 마왕급의 폭풍 전율 애니. theone777 13.04.07 749 0
93745 [런닝맨] 전 그렇게 좋게 보지를 못했네요... porgot 13.04.07 703 1
93744 [러스트 앤..] 주관적으로는 영화가 주는 이미지에 흠뻑 빠지게 하는 영화 fornnest 13.04.07 22271 1
93743 [끝과 시작] 좋고 아름다운 영화로 자리매김한 영화 fornnest 13.04.07 1100 1
93742 [전설의 주먹] 강우석감독과 황정민을 믿으세요~ ddalkidls 13.04.06 745 0
93741 [굿 럭 척] 굿럭척-가볍게 보기에는 괜찮지만.. sch1109 13.04.06 544 0
93740 [제로 다크..] 제로 다크 서티-여감독+여배우 조합이 시너지를 이루다 sch1109 13.04.06 1067 0
93739 [전설의 주먹] 전설의 감독 강우석의 귀환 exthunter 13.04.05 727 1
93738 [전설의 주먹] 중년이 된 왕년의 주먹들에게 던지는 호쾌한 위로! (1) elegyofblue 13.04.05 11446 2
93737 [콰르텟] 눈물의 도가니였습니다.... spitzbz 13.04.05 683 0
93736 [전설의 주먹] 정말 재밌게 봤어요! 추천합니다. sanaring 13.04.05 642 0
93735 [섀도우 댄서] 괴물과 괴물 사이.. 갈 곳 없는 모정... ldk209 13.04.05 809 1

이전으로이전으로61 | 62 | 63 | 64 | 65 | 66 | 67 | 68 | 69 | 70 | 71 | 72 | 73 | 74 | 75다음으로 다음으로




1일동안 이 창을 열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