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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 영화로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오블리비언
ldk209 2013-04-17 오후 3:00:22 15780   [3]

 

SF 영화로서 독창성은 떨어지지만 충분히 흥미롭다...★★★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이러하다. 달을 부수고 침공한 외계인에 맞서 인류는 핵무기를 사용, 승리했지만 지구는 폐허로 변한다. 살아남은 사람들은 모두 타이탄으로 이주하고, 지구엔 외계인 잔당들을 처리하는 드론과 바닷물을 연료로 전환하는 기계를 관리하고 수리하는 잭(톰 크루즈)과 빅토리아(안드레아 라이즈보로) 뿐이다. 이들도 이제 곧 지구를 떠나 기지로 돌아갈 예정이다. 이전의 모든 기억은 지워지고 임무만 이식된 잭은 언제부터인가 묘령의 여인이 꿈에 나타나기 시작하고, 추락한 우주선에서 자신의 과거를 알고 있는 그 여인, 줄리아(올가 쿠릴렌코)를 만나게 된다.

 

줄거리만 봐도 서사에 구멍이 숭숭 뚫려 있음을 알 수 있다. 심지어 제목부터 이 영화의 예고편까지 일종의 스포일러라도 봐도 무방하다. 왜냐면 우리는 잭과 빅토리아가 알고 있는 사실이 진실이 아님을 쉽게 눈치 챌 수 있으며, 그로부터 예상 가능한 경로를 따라 영화는 안전하게 나아간다. 그러니깐 <오블리비언>에 놀라운 반전이라든가 상상력, 독창성 같은 건 없다는 얘기다. 영화의 기본 설정이 이해되지 않음은 영화 속 잭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 “왜 승리한 인류가 지구를 떠나는가?”

 

<오블리비언>은 한 마디로 수많은 SF 영화들의 설정들을 가지고 와서 재조립한 것 같은 영화다. 텅 빈 지구에 남아 일을 하는 잭, 잭이 키우는 풀, 드론의 이미지까지 <월이>를 떠올리게 하고 <매트릭스> <아일랜드> 기타 등등 영화를 보면서 떠오르는 영화들이 하나 둘이 아니다. 예전에도 몇 번이나 말했지만 동일한 설정을 가지고도 충분히 매력적이고 독창적인 영화를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다른 영화의 설정을 떠올리게 한다는 것이 이 영화의 단점은 아니다.

 

이야기의 개연성이 부족하다는 것은 단적으로 진실이 다분히 우연에 의해 드러난다는 점이다. 왜 그 잭만이 오래 전 기억을 떠올리게 되고 오래 전 인류의 생활양식을 흠모하게 되는 것일까? 아무런 설명이 없다. 그저 그 잭(!)이 이상할 뿐이다. 그렇다면 그 전에 지구를 침공한 전투형 잭은 어떻게 임무 수행이 가능했던 것일까? 그렇게 완벽하게 통제 가능한 과학적 수준을 가지고 있는 외계인이 굳이 수리형 잭을 한정된 공간을 부여하고 활동하게 한 것일까? 아니 왜 굳이 잭과 빅토리아의 이인조가 필요하며 왜 둘에게 별도의 스토리를 부여한 것일까? 임무로 볼 때 빅토리아는 일종의 사족 같은 인물이다.

 

그럼에도 <오블리비언>이 아주 흥미로운 것도 사실이다. 많은 사람들이 얘기하듯 비주얼에서 특히 그러하다. 월이가 활동하던 지구 풍경은 스산하고 황폐한 느낌이었다. 그런데 잭이 활동하는 지구는 쓰레기 더미도, 식물도, 동물도 없는 사막 같은 풍경임에도 황폐한 느낌을 주지 않는다. 오히려 한적하고 여유롭고 아름답다고나 할까. 인간이 없어져야 지구는 아름다워진다는 게 영화가 주는 메시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다.

 

※ 이 영화에서 가장 인상적인 역할은 빅토리아로 출연한 안드레아 라이즈보로였다. <섀도우 댄서>의 주인공인데, 느낌이 전혀 달랐다. 영화를 보면서 혹시나 했는데.

 

※ 지구 대항군 중, 뒤에서 왔다 갔다 하는 여성 한 명이 어디서 많이 봤다 했더니 <데쓰 프르프>에 덩치 큰 독일여자로 나왔던 조이 벨이었다. 대사가 한 마디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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