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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설의 주먹>이 러닝타임 3시간은 너무 지루했다는 어느 블로거님의 무비토크를 보고 관람을 주저했는데, '주먹 자랑하지 말라' 는 벌교에서 복서였던 삼촌 생각이 나서 나는 153분을 지루하지 않게 잘 봤다ㅋ
남자들의 세계를 내가 주먹 좀 쓰고 힘 좀 쓸 줄 안다는 수컷들의 본능을 베이스로, 이제는 한풀 꺾인 X세대 가장들의 자식 키우기 죽어라 바쁜 모습도 보여주면서, 학창시절부터 25년여가 지난 지금까지 그들끼리의 배신과 의리 모두 잘 그려냈다고본다.
'남성판 써니'라는 평가도 맞다. 43살들의 고등학교 시절(나와 같은 교복 자율화시대ㅋ), 그 때에 다리 떨고 껌 좀 씹었다는 각 학교 짱들의 마초기질을 모티브로 삼았으니.
스크린으로 그 시절을 다시 보니 우습기도 하다. 아무리 우리 세대가 베이비붐이라 80~90년대 배경으로 작품을 만들기만하면 일단 쪽수가 많아서 인해전술로 기본은 채운다는데 <써니>, <건축학개론>,<댄싱퀸>,<전설의 주먹>까지 이제 그만 봐도 될 것 같다 ㅋ
내가 좀 과격해서인지 관람등급은 '15세 가' 로 했어도 되지 않나하는 생각이 든다.
복싱, K1 등에 룰도 잘 모르지만 청소년 관람불가할 정도로 대단히 과격하거나 잔인한 장면은 다른 영화에도 많은데?
아마 학생들에게 미칠 영향 때문일 테지, 폭력이 우상화되면 또다른 학원가 느와르의 어깨가 높아질지 모르니~
주제는 남자들의 의리니 뭐니 해도 '가족애'다.
'전설의 주먹'이라는 링 안에 주어지는 상금 2천만원, 2억원은 아빠 닮아 사고친 딸래미 수습비용이나 기러기 아빠의 기러기등록금이 되려한다. 40대에 몸도 안돌아가고 허리 아프고 다리도 쑤시는, 배 나온 남자들이 Fight를 해야하는 숙명의 닭장!
학창 시절 나의 아이돌이었던 실베스타스탤론의 '록키' ost를 들으며 주제도 '록키', '챔프'와도 일맥상통하다는 느낌도 들지만,
역시 한국적인 액션이다! 맨주먹으로 치고받고 터지고 ㅡ.ㅜ
헐리웃 블록버스터 SF에 총질, 칼질은 카타르시스를 주면서도 우리 정서에는 우리 것이 맞는 듯한~ <전설의 주먹>이 낫다.
퍽퍽퍽- 주먹질에 다른 효과음들도 과한 편이다. 대체적으로 주먹질에 맞짱, 육박전이니 약간 시끄러운 ;;
메인이 되는 링 안에 선수들 모두 블랙 컬러.
밝은 분위기에 원색감을 표현할 영화는 아니다. 마누라 죽은 다음에 딸래미 홀로 키우는 황정민이야기라서... <댄싱퀸>의 엄정화가 죽은 속편을 보는 듯도 한 ㅋㅋ
80년대 후반의 짱들, 현재 학원가의 일진, 조직폭력, 본방송과 시청률을 다퉈야하는 케이블의 승부욕, 힘보다 자본주의 돈의 위력...구성요소도 충실하다.
드라마<야왕>에 아저씨, 여기서도 약방에 감초 ㅋㅋ
나 하나로는 매우 얌전하고 액션 별로 안좋아하는데, 자꾸만 이런 류의 영화를 보는 것도 주변인들의 이야기를 많이 알고 있어서인 것 같다.
아마도 화이트 칼라의, 일반인들이라면 영화로만 받아들이고, 그래서 재미 없다는 평가도 나오고...
황정민이 아무리 연기를 잘해도 잘생긴 아저씨 톰 아저씨의 <오블리비언>에게 예매율 밀리는 것도 당연하건만 내가 <전설의 주먹>에 애착이 가는 이유는 ㅡㅡ>> 위에 말 한 것처럼 우리 삼촌이 잘 나가는 복서였다는 것 ㅋㅋ 밖에서는 무소불위면서 집에서 마누라 앞에서는 꼼짝도 못하는 이제는 이빨 빠진 호랑이삼촌을 잘 알기 때문에ㅋㅋ
그리고, 내가 한때를 풍미했다는 4조1항, 2항의 당사자들의 초췌한 뒤안길을 많이 보고 알아서인 듯 하다;;
나는<범죄와의 전쟁>, <신세계> 등의 느와르는 일반인의 시각으로 전혀 왜곡되었음을 말하고 오히려 <전설의 주먹>이 '그 조직' 의 쓴맛을 본 주먹쟁이들의 초라한 After 컷을 잘 표현했다고 생각한다.
남들보다 성질 급하고, 정의감에 욱해서, 말보다 주먹이 먼저 나가서, '폼 나니까' 그렇게 살았던 남자들의 지금을 사는 이야기 <전설의 주먹> 참 잘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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