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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깊어지고 더 탄탄해진 아이언맨.. 아이언맨 3
ldk209 2013-05-02 오후 4:21:23 817   [2]

 

더 깊어지고 더 탄탄해진 아이언맨.. ★★★☆

 

<어벤져스>가 공전의 히트를 기록했던 것에 아이언맨이 가장 핵심적인 역할을 했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는 두 가지 측면에서 그러하다. 첫째로 <어벤져스>라는 영화의 재미와 스펙터클의 대부분을 아이언맨이 제공했다는 점에서 그러하고, 둘째로는 <아이언맨>의 성공이 없었다면 <어벤져스>는 만들어지기 힘들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반면, 아이언맨은 이런 위치로 인해 특히 시리즈 2편에서 그 한계를 드러내고 말았는데, 그건 영화가 독자적으로 존재한다기보다 마치 <어벤져스> 예고편에 불과해 보였다는 점이다. 예고편치고는 너무 길고 또 돈을 내고 봐야 한다는 건 확실히 사람들의 불만을 사기에 알맞은 조건이었을 것이다. 거기에 또 하나, 아이언맨의 빈약한 갈등구조를 들 수 있다. 영화에 존재하는 수많은 슈퍼히어로 중 아이언맨만큼 스스로 드러내기를 좋아하는 슈퍼히어로는 드물다. 같은 마블의 <판타스틱 4>가 좀 비슷할 수는 있으나, 그 능력을 스스로 원한 게 아니라는 점에서 분명히 구분되는 지점이 있다.

 

대게 슈퍼히어로들은 평상시 활동하는 자신과 슈퍼히어로로 변신했을 때의 자신 사이의 불일치로 인한 정체성 고민을 기본적으로 안고 가게 된다. 이런 정체성 고민이야말로 슈퍼히어로 영화의 철학적 깊이를 더해주는 조건이고, 악당들은 슈퍼히어로의 정체성 혼돈의 사이를 비집고 들어와 파멸시켜려 한다. 그런데 정체성 고민이 없는 아이언맨은 영화에 깊이와 재미를 줄 수 있는 이 두 가지가 애당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그나마 일편은 아이언맨의 기원을 다뤘다는 점에서 정체성 고민까지 떠안을 이유는 없었다. 문제는 2편이었다. 대게 슈퍼히어로 영화의 2편이 슈퍼히어로의 정체성 혼란을 묘사하는 반면, 아이언맨에게 그런 정체성 혼란은 계기 자체가 주어지지 않았다. 밋밋하고 악당마저 약한 <아이언맨2>.

 

좀 아이러니한 건, <어벤져스>의 성공에 아이언맨이 중심적 역할을 했다면, 재밌게도 <아이언맨 3>의 성공은 <어벤져스>로 인해 가능하게 되었다는 점이다(아이러니하다기 보다는 그게 바로 사람이 살아가면서 얻는 교훈일 것이다). 이는 딱히 정체성 혼란을 겪을 이유가 없던 아이언맨에게 <어벤져스>가 그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기 때문인데, 아이언맨, 아니 토니 스타크는 <어벤져스>에서 자신이 경험한 다른 차원의 존재로 인해 생애 처음으로 두려움과 정체성에 혼란을 일으키게 된다. 자신이 사랑하는 존재들을 보호하지 못할 지도 모른다는 불안함은 불면증과 함께 다양한 슈트 제작에 몰입하게 만들고, 그로 인해 오히려 주위 사람들과 멀어지게 된다. 이런 상황에서 만다린이라는 정체불명의 악당이 미국을 공격해 오고, 만다린을 상대로 경고를 한 아이언맨은 오히려 만다린으로부터 거센 공격을 받아 겨우 탈출에 성공하게 된다.

 

<아이언맨 3>은 아이언맨에게 가장 부족했던 정체성 문제를 끄집어 내 영화에 채움으로써, 시리즈 중 가장 깊이 있고 탄탄한 이야기 구조를 보여준다. 만다린의 공격을 피해 간신히 도망친 토니 스타크는 망가진 슈트 대신 스스로의 몸을 이용해 적의 공격을 막아가며 적의 정체를 파악해 나간다. 또 위기를 극복하는 과정에서 과거처럼 혼자만의 독불장군식 스타일이 아니라 주위 사람들 - 페퍼, 우연히 만난 꼬마, 로드 중령 등의 조력을 받아가며 사건을 해결해 나간다는 점에서 성장이라는 키워드도 중요하게 작용한다. 그러다보니 상대적으로 슈트를 입은 아이언맨으로서의 활약보다 토니 스타크로서 활동하는 모습이 부각되기는 하는데, 그렇다고 비밀을 알아내거나 적의 근거지에 잠입하는 장면 등이 어설퍼 스릴러물이라기엔 상당히 허술해 보이기도 한다.

 

영화가 전작에 비해 상대적으로 어두워지기는 했지만, 토니 스타크의 유머는 여전하다. 특히 절체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엇박자처럼 등장하는 슬랩스틱 코미디는 그 감각이 대단하다. 슈트를 입고 싸우는 장면이 적다해서 그 파괴력까지 줄어든 건 아니다. 특히 슈트가 나오는 장면이 적다는 걸 보완하기 위해서인지 무더기로 등장시켜 벌이는 파이널 액션씬은 영화에 충분한 만족도를 부여한다.

 

※ 아이언맨의 정체성 고민이 더 반가운 이유는 <어벤져스 2>의 이야기를 더 풍성하게 해줄 수 있을 것 같기 때문이다. 영화 끝나고 나오는 쿠키 영상에 그 실마리가 보이는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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