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해성' 감독의 출세작은 2001년에 발표된 '파이란'이다. 최민식의 명연기가 돋보이는 이 작품
은 쓰레기 취급당하는 삼류건달의 처량한 인생을 다루었다. 이 영화에서 주로 등장한 배경은 허
름한 아파트와 낙후된 개발 지역, 그리고 지저분한 도시 뒷골목이다. 밑바닥 인생을 사는 주인공
의 인생을 담아내기 위해 송해성 감독은 '낡고 초라한 배경'에 집중했다. 이러한 시선은 <고령화
가족>에서도 공통적으로 나타난다. 이 영화가 촬영된 장소는 서울 문래동, 철산동, 면목동이다.
변두리 지역의 낡고 지저분한 거리에서 밑바닥 인생을 사는 삼남매는 늘 방황한다는 영화 <고령
화 가족> 곁으로 다가가 본다.
평균 연령 47세 나이 값 못하는 가족이 온다!
인생포기 40세 ‘인모’
결혼환승전문 35세 ‘미연’
총체적난국 44세 ‘한모’
개념상실 15세 조카 ‘민경’
자식농사대실패 69세 ‘엄마’까지
평균 연령 47세, 극단적 프로필 나이 값 못하는 {고령화 가족}이 온다!
콩가루란?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어떤 물건이 산산조각으로 부서진 상태'를 의미한다. 우선 콩
가루는 모든 가루가 그렇듯이 가벼운데다 점성 또한 없기 때문에 미량의 바람으로도 쉽게 흩날
린다. 이것을 빗대어서 한 가족의 유대감이나 상하 질서가 제멋대로이고 복잡다기한 유형의 가
족을 '콩가루 집안'이라 일컫는다. 영화 <고령화 가족>은 아내는 바람이 났고, 영화는 말아 먹은
영화감독 인모(박해일)가 방세독촉을 받다가 충동적으로 목을 매려는 순간, 닭죽을 먹으러 오라
는 엄마의 전화를 받는다. 그는 짐을 싸들고 엄마의 집에 오지만, 그곳엔 이미 엄마에게 얹혀살
고 있는 형(윤제문)이 있다. 출소한지 얼마 안 된 삼류건달인 형은 지금은 동네에서 하릴없이 소
일하는 백수이다. 대학물까지 먹은 동생이 엄마에게 얹혀살러 왔다는 상황이 못마땅한 형은 끊
임없이 인모에게 시비를 걸고, 설상가상으로 여동생 미연(공효진)이 딸(진지희)을 데리고 두 번
째 이혼을 하겠다며 친정에 들이닥치자, 이제 엄마의 집은 중년에 접어든 삼남매와 중학생인 외
손녀가 지지고 볶는 북새통이 되가는 장면을 영상을 통해서 감상하는 동안 그야말로 전형적인
'콩가루 집안'이네 하며 웃음끼 가득찬 입가에 짧고 단순 명료한 감상평을 몇번이나 되내이고 또
되내이는 본인을 발견할 수 있었다. 본인도 저런 집안의 한 구성원이면 저들과 비슷한 언행을 했
을까? 하는 질문을 본인에게 던지면서 말이다.
이들은 '콩가루 집안' 답게 여느 가족드라마 속 인물들처럼 예의를 갖춰 말하지 않는다. 반말과
쌍욕은 기본이고, 몸싸움도 불사한다. 영화는 막장 콩가루 집안의 속내를 후련하게 보여주며, 결
정적인 순간에 취하는 이들의 행보를 통해 가족의 의미를 새롭게 음미하게 한다. 그런데 이런 새
로운 가족상을 남일인 모양 웃으면서 음미해가는 동안 앞서 생각했던 이 영화의 가족 구성원들
이 '이것이 진정 콩가루 집안인가? 하는 앞서 생각했던 부정적인 가족상에 대한 회의적인 반문을
넌지시 던진다. 넌지시 던진 반문에 결말 순간이 봉착하는 이내 긍정적이고 유화적인 가족상으
로 탈바꿈 시켜 놓는 영화의 전개에 부러움이 섞인 따뜻한 가족애를 느낀 나머지 이 집안은 절대
'콩가루 집안이 아니다'라는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하고 만다. 왜냐하면, 이 집안을 콩가루 집안
이라고 부를 수 없게 된데는 강하고 강한 점성이 구성원들 가슴 깊숙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
다. 좋은 일이 있을 땐 모르는데 집안의 안좋은 일이 발생했을때는 평소에 남 보듯 하던 각기 가
족 구성원이 하나로 똘똘 뭉치는데 이 어이 '콩가루 집안'이라 할 수 있단 말인가? 영화를 감상하
면서 가족애를 이런 방식으로 표현하고 표출하는 것도 보다 새롭게 다가 온다는 것을 느낄 수 있
었고 겉과 속이 긍정적으로 다른 각기 배역을 혼신의 힘을 다 담아 호연을 한 이 영화에 출연하
는 모든 출연진에게 찬사의 뜻이 담긴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영화 <고령화 가족>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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