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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화가족] 밥심으로 사는 콩가루 가족의 속사정 고령화가족
aaababa 2013-05-11 오후 10:10:18 1150   [0]

  '고령화 가족'에는 상당히 독특한 캐릭터가 많이 등장하고 있습니다. 영화를 쫄딱 말아먹은 40세 영화감독, 세번째 결혼을 앞두고 있는 35세 아줌마, 총체적 난국의 43세 백수 삼남매. 거기다가 자식농사를 망한 어머니와, 엄마를 빼다박은 개념상실 싸가지 중학생까지. 영화를 보기 전부터 영화의 톡톡 튀는 캐릭터적인 재미를 기대하고 극장을 찾았습니다 . '고령화 가족'은 '무적자',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역도산', '파이란'을 연출했던 송해성 감독의 작품인데요, '고령화가족'은 그의 기존 작품과는 굉장히 다른 느낌을 주고 있습니다. 감독님의 새로운 느낌의 영화라 우려했던 부분도 있지만, 캐릭터의 발랄함과 영화의 따스함으로 재미를 주는 영화였습니다.

 

  평화롭던 엄마(윤여정) 집에 나이값 못하는 가족들이 모여듭니다! 엄마집에 빌붙어사는 백수 첫째 한모 (윤제문), 흥행참패 영화 감독 둘째 인모 (박해일), 결혼만 세번째인 로맨티스트 셋째 미연 (공효진), 엄마를 쏙 빼닮아 되바라진 여중생 민경(진지희)까지. 모이기만 하면 티격태격하는 가족들이 한 집에 모였습니다. 그들은 집에 머무르는 동안, 화목하게(?) 가족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요?!

 

 

 

  영화의 내용을 보시면 알겠지만, 영화의 기본 줄거리 상에는 특별한 갈등이 드러나지 않습니다. 다만, 그들이 만나기만하면 티격태격하는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재미가 쏠쏠합니다. 영화의 전반부가 콩가루 가족의 모습들을 통한 재미를 주면서 전개된다면, 영화의 후반부는 가족의 숨겨진 비밀이 밝혀지면서 발생하는 갈등이 본격적으로 전개됩니다. 뻔한 신파이긴 하지만, 그들의 진한 가족애에 충분히 감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의 연기가 상당히 좋습니다. 정말 다른 배우가 생각나지 않을 정도로, 배우와 캐릭터의 싱크로율이 높네요! 그 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배우는 단연 윤제문씨입니다. 미워할래야 미워할 수 없는 한모라는 캐릭터는, 윤제문이라는 배우가 있었기 때문에 구축될 수 있었지 않았을까요. 다만, 다른 배우들은 싱크로율이 높은 대신, 그들의 각 작품에서 보여줬던 캐릭터들의 연장선으로 느껴지는 아쉬움은 있습니다. 박해일씨는 '괴물', 공효진씨는 '러브픽션', 진지희양은 시트콤 '하이킥', 윤여정씨는 드라마 '네멋대로 해라'에서 보여줬던 모습들 말이죠. 그런 아쉬움만 빼고는 배우, 캐릭터적인 면에서 아쉬움은 전혀 없었던 것 같습니다.

 

 

 

  영화 '고령화 가족'에는 유난히 밥먹는 씬이 많습니다. 제일 많이 등장하는 반찬, 고기반찬부터, 닭죽, 라면, 회, 만두, 피자 등등 영화를 보는 내내 군침을 돌게 하는 장면들이 참 많습니다. 다만 그들은 홀로 밥먹는 씬이 없습니다. 혼자 먹으려고 하면 항상, 가족 구성원이 나타나서 함께 먹어줍니다. 그들이 어떤 이유에서 뭉친 가족일지라도, 평범한 일상을 함께 공유하고 필요할 때 함께 있어주는 모습이, '고령화 가족'이 제시하는 가족상이 아니었을까요. 이 가족의 중심에는 엄마가 있습니다. 콩가루 남매의 엄마인 윤여정은 그들을 낳았습니다. 어떤 이유에서든 그들은 자기 자식이었고, 보듬어줘야하는 존재입니다. 박해일에게 '영화'란, 지우고 싶지만 인정할 수 밖에 없고, 받아들여야 하는 존재였듯 말이죠. 밥심으로 뭉치는 이 가족의 이야기는, 온전히 공감할 수 있느냐의 유무와 상관없이, 새로운 가족상을 제시했다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 같습니다.

 

  영화는 다소 과장된 상황의 가족 이야기인듯하지만, 계속 지켜보면 우리네 가족 이야기와 전혀 다르지 않습니다. 캐릭터가 다소 과장된 느낌은 있지만, 비현실적인 캐릭터는 아니라는 거죠. 그들은 몇십층 고층 아파트에 사는 재벌 가족이 아니라, 삼겹살 구워먹으면서 소소한 즐거움을 찾는 소시민적인 가족이라서 더욱 공감하면서 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가족의 달에 꼭 맞는 영화가 아니었나 싶습니다. 엄마가 구워주는 삼겹살이 먹고 싶어지게 하는 영화, '고령화 가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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