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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먹에서 느껴지는 녹슨 철판의 느낌... 러스트 앤 본
ldk209 2013-05-20 오후 1:21:27 887   [3]

 

주먹에서 느껴지는 녹슨 철판의 느낌...★★★★

 

5살 아들과 함께 누나 집에 얹혀 살아가는 알리라는 거친 사내가 있다. 나이트클럽 경호원으로 일을 하다 클럽에 놀러온 범고래 조련사인 스테파니와 인연을 맺게 된다. 얼마 후 범고래 쇼 중 예기치 않은 사고로 두 다리를 잃고 절망에 빠진 스테파니는 무심코 알리에게 전화를 걸게 되고, 각자 힘든 삶을 견뎌내던 둘의 만남이 시작된다.

 

자크 오디아르의 <러스트 앤 본>은 캐나다 작가인 크레이그 데이비스의 단편집 <러스트 앤 본>에 수록된 <러스트 앤 본>과 <로켓 라이드>를 각색한 작품이라고 한다. 제목 그러니깐 한국말로 녹과 뼈라는 제목의 의미는 권투선수가 맞을 때 마치 녹이 든 철판에 뼈가 부딪히는 정도의 아픔을 의미한다고 하는데, 잘 모르겠지만 우리 식으로 표현하면 ‘뼈에 사무치도록 아프다’ 정도가 아닐까 싶다. 바로 <러스트 앤 본>은 그런 생생한 삶의 아픔과 그 아픔을 이겨내기 위해 타인과 연대하고 사랑하는 그런 이야기다.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영화가 두 인물에 대해 별다른 설명을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도대체 왜 알리가 5살 난 아들과 살게 된 것인지, 스테파니가 동거남과 왜 파국을 맞이한 것인지 영화는 설명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여백이야말로 영화를 보는 관객들의 상상을 자극함으로서 이야기는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원천이 된다. 아마 많은 사람들은 각자가 상상하는 이야기를 가지고 알리 또는 스테파니에 감정을 이입하게 될 것이다.

 

기본적으로 <러스트 앤 본>은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다. 처음엔 이에 과연 사랑인지 아닌지 애매한 과정들을 거치기는 한다. 둘은 연인관계라기보다 일종의 섹스 파트너에 가깝다고 느껴지고, 특히 알리는 스테파니 외에도 다른 섹스 파트너들을 두고 있다. 스테파니가 이에 대해 가끔 불만과 알리의 다른 여자에 대해 질투를 하기는 해도 그게 어떤 확실히 어떤 감정에 기인한 것인지는 좀 모호하게 다가온다. 그런데 나에게 이는 사랑이라기보다 일종의 운명에 가깝다는 생각이 든다. 특히 스테파니에게는.

 

범고래는 고래 중에서 가장 잔인한 종으로 알려져 있다. 오죽했으면 영어로 Killer Whale일까. 그런데 신기한 건 범고래가 인간을 공격한 사례는 동물원에 감금된 상태에서나 어쩌다 발견될 뿐이지, 바다의 최고 포식자 범고래가 자연 상태에서 인간을 공격했다는 사례는 발견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아무튼 그런 잔인한 최강의 포식자를 길들이는 조련사 스테파니가 격투기 선수로서 역시 다듬어지지 않은 거친 알리에게 반한 건 운명이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다른 동물에겐 잔인하지만 인간에겐 온순한 범고래와 같이 자신에게만은 온순한 파이터로서의 알리.

 

또 하나 이 영화에서 느낀 건 연대의 정신이다. 알리와 스테파니가 서로에게 힘이 되어 주는 것은 사랑이라는 표현도 좋지만, 고난의 삶을 견뎌내는 둘의 연대라고 봐도 무방하다. 영화에서 연대의 정신이 좀 더 적극적으로 드러나는 건 알리와 누나의 에피소드에 있다. 알리가 자본가를 위해 설치한 몰래 카메라로 인해 돌아온 건 그 자신과 누나의 해고, 그리고 결별이다. 이것이야말로 가진 자, 시스템을 지배하는 자는 빠져있고 약자끼리 서로에게 대립하고 반목하게 만드는 시스템에 대한 적극적 고발이다.

 

무엇보다 <러스트 앤 본>은 두 배우의 안정적 연기로 인해 기억되는 영화다. 특히 헐리웃에 진출해 블록버스터 영화의 그러저러한 역할로 소비되고 있는 마리옹 꼬띠아르는 오랜만에 불어로 찍은 영화에서 압도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이 영화를 보며 마리옹 꼬띠아르가 <라비앙로즈>의 그녀였음을 비로소 실감하게 되었다.

 

※ 이 영화에서 최고의 장면은 다리를 절단한 스테파니가 수족관에 찾아가 범고래와 교감을 나누는 장면이었다. 실로 오랫동안 잊혀지기 힘들 정도로 아름다운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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