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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소시효에 대한 문제제기, 과도한 신파는 부담... 몽타주
ldk209 2013-05-29 오전 10:32:09 923   [1]

 

공소시효에 대한 문제제기, 과도한 신파는 부담... ★★★☆

 

※ 영화의 주요한 설정이 담겨져 있습니다.

 

이야기는 마치 <살인의 추억>이 끝나는 지점에서 시작하는 듯하다. 하경(엄정화)의 아이를 납치해 죽인 살인범의 공소시효 15년이 끝나기 며칠 전, 담당 형사 청호(김상경)는 사건 현장에 누군가가 국화꽃을 갖다 놓은 걸 발견하고 범인이 왔음을 직감한다. 여러 단서를 찾아 범인에게 바짝 다가가지만 추격전 끝에 범인을 놓치고 공소시효는 만료된다. 그 뒤 한철(송영창)은 집 앞 놀이터에서 손녀를 유괴범에 납치당하는데, 하경의 딸을 납치한 범인과 동일수법. 범인을 잡지 못했다는 자괴감에 빠져있던 청호는 범인을 잡기 위해 다시 한 번 힘을 내 사건에 뛰어든다.

 

시놉시스를 읽으며 느꼈던 것에 비해 영화는 상당히 재밌게 잘 빠졌다. 특히 초중반까지의 스피디한 전개와 짜임새 있는 구성은 관객의 몰입도를 꾸준히 유지시켜 준다. 영화의 제목이 된 청호의 수사 과정과 하경의 범인 추적 과정을 몽타주해 번갈아 보여주는 연출은 새로운 것도 특이한 것도 아니지만, 꽤 영리하게 사용되었다고 보인다. 다만, 중간에 트릭이 노출되어 눈치 챌 여지는 있었다.

 

바로, 이 문제인데, 범인에 대한 윤곽이 허술하게 드러날 가능성을 영화는 여기저기서 제공하고 있다. 몽타주 기법을 이용한 트릭의 노출도 그 중 하나이고, 유명하고 얼굴이 알려진 배우를 활용했다는 점에서도 그러하다. 차라리 그 역할을 잘 알려지지 않은 배우로 캐스팅했다면 영화의 재미는 더욱 컸을 것이고, 범인을 눈치 채기는 더욱 힘들었을 것이다.

 

배우들의 연기는 괜찮은 편이다. 누구는 이를 적격 캐스팅이라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적격이라기보다 스테레오 캐스팅이 아닐까 한다. 아이를 납치당한 엄마에 엄정화, 미해결 사건을 추적하는 형사에 김상경이야말로 누구나 쉽게 떠올릴 수 있는, 그리고 그런 전작을 가지고 있는 배우 아니던가 말이다. 그런데 배우의 연기와는 별개로 입에 잘 맞지 않는 어색한 대사 등의 문제는 각본을 좀 더 치밀하게 다듬었어야 된다고 본다.

 

마지막으로 이건 개인 취향 문제인데, 난 당연히 슬프고 눈물이 나는 상황에서 영화 속 인물이 그 감정을 밖으로 발산하는 것보다는 오히려 감내하는 연기가 더 슬프게 기억되고 오래 가슴 속에 남는다. 게다가 굳이 이런 장면들을 영화가 반복해서 보여주며 슬픔을 강요할 이유도 없다고 생각한다. 이런 장면이 반복될 때마다 ‘울라고 강요하는 것인가’라는 반항이 스멀스멀 기어오른다. 그런 장면에 내 눈이 자동 반응해 뜨거워지는 것과는 별개로 말이다. 아무튼 후반부 잦은 플래시백은 나로선 관람에 상당한 부담으로 작용했다.

 

※ 공소시효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다는 점에서 <나는 살인범이다>를 떠올리게 한다.

 

※ 최근에 경찰이 국정원 선거 개입 수사 자료를 실수(!)로 파기했다는 기사를 보고는 영화 <몽타주>를 떠올렸다. 아무리 공소시효가 지난 미결사건이라고 해도 담당 형사가 임의로 수사 자료를 파기할 수 있는 것인가? 영화를 보면서 “아무리 그래도 경찰이 저 정도로 허투루 자료를 관리하지 않을 텐데”라는 의문을 품었는데, 현실은 그 보다 더 영화적이다. 언제나 현실은 영화적 상상력을 뛰어 넘는다.

 

※ 대부분의 영화에서 종종 관객이 잘 모를만한 용어 등을 설명하는 장면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이 자연스럽지 않다면 오히려 영화의 내러티브를 파괴할 수 있다. 예를 들면, <도가니>의 첫 법정장면에서 공유가 정유미에게 전관예우를 설명해준다. 그런데 정유미의 직업은 인권운동가이다. 전관예우의 설명은 인권운동가인 정유미가 미술선생인 공유에게 해줬어야 자연스러웠을 것이다. 아마도 그런 부자연스런 장면이 나온 것에는 젊은 여성에 대한 터부가 자리 잡고 있을 것이다. 사소하긴 하지만, <몽타주>에서도 비슷한 예가 나온다. 영화 초반 형사들이 찾아가 하경에게 공소시효를 설명해준다. 현실에서도 경찰이 공소시효가 됐다며 피해자 가족에게 직접 찾아와 설명해주는지는 모르겠지만, 15년 동안 사건과 범인에 대한 온갖 자료를 수집해 온 당사자가 공소시효를 마치 처음 듣는다는 식으로 반응하는 건 어색하고 이상하다. 이게 공소시효를 관객에게 설명하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지, 아니면 배우의 감정 상태를 보여주기 위해 필요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공소시효의 의미가 굳이 설명해야 할 정도로 어려운 단어인건지, 꼭 그렇게 밖에 설명할 수 없었던 것인지 아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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