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스키와 함께 마음을 훔치다.. ★★★★
술, 마약, 폭행의 악순환에서 벗어나지 못하던 로비는 여자 친구가 임신을 하면서 제대로 살아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는다. 폭행으로 사회봉사에 나서던 로비는 교육관의 집에서 처음 몰트위스키를 맛 본 후 자신이 미각과 후각에 남다른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사회봉사에서 만난 친구들과 위스키 시음행사에 참여한 로비는 한 통에 100만 파운드가 넘는 위스키 경매가 열린다는 사실을 알게 된 후 이를 훔치기 위해 친구들과 함께 경매장으로 여행을 떠난다.
영국을 대표하는 좌파감독 켄 로치. 아마 영국이라는 국가명을 빼고 그냥 좌파감독의 대표라고 해도 켄 로치를 떠올릴 사람들이 많을 정도로, 그의 작품은 노동계급, 민중을 중심으로 사회에 대해 날카로운 메스를 들이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 그러나 그의 작품 세계에서 발견되는 또 다른 중요한 요소는 일상성과 유머라고 할 수 있다. 매를 길들이는 소년, 딸의 드레스를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아빠,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길을 떠나는 소년들의 특별하지 않는 일상에서 켄 로치는 언제는 민중들의 낙관성을 확인하고 미래에 대한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다.
켄 로치의 전작으로 <랜드 앤 프리덤> <빵과 장미> <보리밭을 흔드는 바람> <자유로운 세계> 정도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일종의 유쾌한 소동극인 <앤젤스 셰어 : 천사를 위한 위스키>(이하 <앤젤스 셰어>)는 너무 말랑말랑하고 가볍게 느껴질지도 모르지만, 루저 또는 민중이 벌이는 소동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하면서 그 속에서 낙관과 희망을 보여 줬던 건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켄 로치 영화의 중요한 특징 중의 하나였다. 이런 차원에서 보면 <앤젤스 셰어>는 조금 무게감을 던, 조금 유머러스해진 <레이닝 스톤>이라고나 할까.
<앤젤스 셰어>에서 켄 로치는 분명 고가의 위스키를 훔치는 게 범죄임에도 불구하고 그 행위 자체에 대해 그다지 중요한 의미를 부여하지 않는다. 그게 중요한 게 아니라, 결국 현재의 난관을 극복하고 희망을 가지는 것, 그래서 살아남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그리고 훔치는 물건이 사실 대단히 가치 있는 물건도 아니고, 알고 보면 유한계급의 입 속으로 사라질 고작(!) 위스키이고, 그 위스키조차 일부는 천사들도 훔쳐(!)가는 것 아닌가 라는 뻔뻔함이 영화 속엔 담겨 있다. 보이지도, 실재하지도 않는 천사들도 가져가고, 그걸 천사의 몫이라고 용인하는 인간들이라면 같이 살아가는 가난한 하층민에게도 너그러운 배려를 해 줄 수 있는 것 아니냐는 얘기다. 켄 로치가 보기에 이게 바로 민중의 낙관성과 넉넉함이고, 우리 사회가 천사의 몫처럼 약자에게, 민중에게 좀 더 너그러운 사회가 되기를 기원하는 켄 로치의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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