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매일이 쌓여 성장이 되고 감동이 된다... ★★★★
다큐멘터리로 시작한 연출 경력 때문인지, 마이클 윈터바텀의 주요한 영화들은 대게 다큐멘터리와 극영화의 경계선을 타고 넘는 경우가 많다. <인 디스 월드> <관타나모로 가는 길> 같은 그의 영화를 보면, 분명히 각본을 가지고 배우를 캐스팅해 촬영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촬영 카메라를 신기한 듯 바라보는 사람들이라거나 실제 인물들의 인터뷰 같은 장면들에서 단지 극영화라고 정의내리기 곤란한 지점들이 있다. <에브리데이>는 그런 영화들에 비해서는 확실히 극영화이긴 하지만, 다큐적 느낌을 물씬 풍긴다는 점에서 그 연장선상에 있다고 해도 크게 무리하지 않는 정의일 것이다.
영화는 거의 아무런 설명을 하지 않으며, 딱히 특별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도 않다. 엄마는 네 남매를 새벽부터 깨워 어딘가로 나설 채비를 한다. 자매 두 명은 옆집에 맡겨 두고, 형제 두 명만 데리고 버스, 기차, 지하철 등을 타고 먼 여정을 나서는 이들의 목적지는 남편이 수감 중인 런던의 교도소. 영화는 왜 남편이자 아이들의 아버지가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는지, 몇 년 형을 살아야 되는 것인지, 남편의 외출이 형의 완료인지 아니면 휴가인지에 대해 설명을 하지 않는다. 영화가 바라보는 건, 그저 사랑하고 서로를 끔찍이 아끼지만, 어쩔 수 없이 갈라져서 살아야 하는 이들의 매일 매일의 특별할 것 없는 일상이고, 그런 환경이 주는 잔잔한 파문이다.
시종일관 핸드헬드로 촬영된 흔들리는 화면은 몰래 누군가의 일상을 들여다보는 듯하고, 챕터가 나눠질 때마다(일상 또는 에피소드의 구분) 등장하는 목가적인 풍경과 아름다운 음악은 보는 관객의 정서를 한껏 고양시키고 어루만져 준다. 어쩌면 이들을 바라보는 관객의 시선엔 불안함이 깃들여 있을지 모른다. 위태로운 현실, 아내는 혼자 네 남매를 키우느라 힘들어하고 외로워한다. 남편이 부재중인 공백엔 이 무거운 짐을 기꺼이 맡아 줄 오랜 친구가 어깨를 내어준 채 기다리고 있고, 아이들 특히 첫째 로버트의 눈빛은 점점 반항기에 물들며 아빠를 닮아가려 한다.
이런 매일 매일의 일상이 쌓여 성장한다는 게, 아니 그 성장을 보여준다는 게 이 영화의 가장 뚜렷한 인장일 것이다. 2007년부터 촬영에 들어가 2012년 5년 만에 완성, 공개한 <에브리데이>는 한 가족의 5년이라는 세월을 시간의 흐름대로 담아내고 있다. 어른 배우들이야 별 차이를 못 느끼겠지만, 아이들이 자라는 건 확실하게 느껴진다. 이건 기적이다. 특별한 일 없었던 하루가 쌓이고 쌓여 아이들은 자라고 이를 지켜보는 관객들의 가슴은 감동으로 물든다. 어쩌면 마이클 윈터바텀 감독은 관객에게 ‘기적은 바로 여러분들 주위에 가득 차 있습니다’고 말하고 싶었던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
※ 아직까지는 올해의 엔딩. 가슴이 울컥해지고 마음이 아련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