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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티스와 함께 달리고, 커티스와 함께 멈춘다 설국열차
fkdk0809 2013-08-03 오후 11:26:58 1108   [0]

 400억에 이르는 순제작비, '크리스 에반스', '틸다 스윈튼', '제이미 벨', '옥타비아 스펜서', '이완 브렘너', '에드 해리스', '존 허트', 그리고 '송강호'와 '고아성'에 이르는(헉헉...) 꿈의 캐스팅, 167개국 선판매, <장고 : 분노의 추격자>와 <킹스 스피치> 등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강세를 보였던 많은 영화를 배급한 '와인스타인 컴퍼니'의 미국 배급, 개봉 38시간만에 100만 돌파... 한국 영화의 역사를 뒤바꾸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이 영화는 (이미 다들 눈치채셨겠지만) 바로 '봉준호' 감독의 글로벌 프로젝트 <설국열차>입니다. 개봉 몇 달 전부터 이미 수많은 사람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고 있던 이 영화는 개봉 후에도 일반 관객들의 강한 호불호, 특정 평론가의 무차별적인 비난 등 많은 이야기거리를 낳으며 영화계 화제의 중심으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데요. 그럼에도 박스오피스 1위자리를 굳게 지키면서 흥행몰이를 계속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저도 설국열차 탑승을 완료했습니다! 게다가 영화 끝나고 '봉준호' 감독과 '송강호'님, 그리고 '고아성'님과의 GV가 있어서 더욱 특별한 시간이었네요ㅎㅎ

 


 이 영화에 대해 엄청난 기대를 가지게 된 계기는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나온 사람들의 '생각보다 어둡고 잔인하다'는 공통적인 의견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영화의 초중반은 저의 그런 기대를 충족시키기에 충분했습니다. 아니, 영화의 초중반을 보면서 저는 이 영화가 걸작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죠. 의외로 이 영화의 스토리는 중반부까지 상당히 단순하게 진행됩니다. '커티스'를 중심으로한 꼬리칸의 승객들이 엔진칸을 향해서 나아가는 것, 이것이 스토리의 사실상 전부인데요. 영화는 처음엔 '커티스'가 혁명을 시작하는 타이밍을 두고 관객들과 타이밍싸움을 벌이면서 긴장감을 선사하다가, 본격적인 혁명이 시작되면 '커티스'가 맹렬하게 돌진하듯이 스피디하고 거침없이 진행됩니다. 이 과정에서 영화는 쓸데없는 에피소드에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억지 웃음이나 감동을 유발할 수 있는 부분에서조차 냉정하고 차갑게 진행하는데요. 일부 분들은 이것때문에 '등장인물들에게 감정몰입이 안된다', '너무 무겁다'하고 마음에 안 들어하실 수도 있으시겠지만, 저는 오히려 기존의 한국영화에서는 찾아보기 힘들었던 모습을 본 것 같아서 정말 마음에 들었네요. 중간중간에 들어가있는 이 영화만의 독특한 유머도 꽤 즐거웠고요.

 

 간간히 나오는 액션들도 기대했던대로 거칠고 묵직(+약간의 시원시원함)해서 즐거움을 더해줍니다. 특히 예카테리나에서의 액션 시퀀스는 저예산(400억이란 돈이 SF장르에서는 중소규모에 해당합니다.)과 등급의 한계를 독특함과 묵직함으로 극복해낸 좋은 예가 아닌가 싶군요. 무엇보다 이 액션 장면들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것은 캐릭터의 활용법입니다. 보통 대부분의 영화의 액션 장면들에서는 흔히 말하는 스타 배우들은 영화 끝까지 살아남을 것이라는게 쉽게 예측이 되는 바람에 살짝 맥이 빠지는 경향이 없지는 않은데요. 이 영화는 수많은 스타 배우들이 등장함에도 일부 인물을 제외하고는 누가 언제 죽을지, 누가 살아남을지 전혀 예측할 수 없습니다. <스크림>이 오프닝때 '드류 베리모어'를 가차없이 죽였던 것처럼, 배우들의 네임벨류에 연연하지 않고, 캐릭터들을 시원시원하게 죽여나가는 모습이 오히려 정말 매력적으로 다가오더군요. 게다가 이 과정에서 중요한 인물이 죽는다고 질질 시간을 끌며 낭비를 하지 않고, 쿨하게 죽이는 모습은 기존 영화에서는 보기 힘들었던, 이 영화만의 독특한 매력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 영화가 캐릭터를 '낭비'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 짧은 시간안에 수많은 캐릭터들의 매력을 하나하나 잘 담아내고 있는데요. 특히 '틸다 스윈튼'이 맡은 '메이슨', '이완 브렘너'가 맡은 '앤드류', 그리고 '알리슨 필'이 맡은 '여선생', 이 세 명은 영화 속에서 정말 강한 임팩트를 남기고 있었습니다. 그 중 '알리슨 필'은 단연 이 영화의 '발견'이 아닌가 싶습니다. <미드나잇 인 파리>의 '젤다 피츠제럴드'로 이미 한 번 강한 인상을 남겼던 그녀는, 여선생이라는 캐릭터가 가진 분량이 정말 짧은 분량임에도 그녀와 그녀의 캐릭터가 가진 매력을 마음껏 표출해내고 있었습니다. 덕분에 교실칸 시퀀스 자체가 영화속에서 가장 임팩트 있는 시퀀스 중 하나로 남게 되었죠. 지금까지 언급한 이 모든 것들이 다 어우러져서 영화의 초중반은 그야말로 영화가 내뿜는 기에 압도당하는 느낌이었네요.



 하지만 영화가 엔진칸에 다다르면서, 그리고 '커티스 혁명'의 끝이 보이기 시작하면서, 지금까지 영화가 유지하던 속도감과 리듬감, 그리고 몰입감이 한순간에 무너져버립니다. 문제는 이 후반부에 영화의 거의 모든 이야기가 집중되어 버리면서 갑자기 대사의 양이 엄청나게 늘어난 것에 있는데요. 물론 이 후반부에 나오는 이야기들이 하나하나 흥미롭기는 합니다. 하지만 이 이야기들을 설명하는 대부분의 대사들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장황하고 친절해서, 이들때문에 영화가 급작스럽게 늘어져버립니다. 게다가 이 부분이 영화의 흐름상 엄연히 후반부에 해당되는데도, 영화에서 너무 많은 시간을 차지하고 있기까지 하죠. 이렇게 되어버리니 초중반부가 오히려 오버페이스를 한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면서, 차라리 꼬리칸에서 좀 더 시간을 보냈으면 어땠을까 싶기도 하더군요.



 비록 후반부에 많은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초중반부의 강력한 포스만으로도 이 영화는 존중받을 가치가 충분하지 않나 싶네요. 영화 끝나고 봉준호 감독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좀 더 자본이 많이 투입되었으면, 그리고 좀 더 많은 시간이 주어졌으면 더 좋은 영화가 만들어졌을 것 같다는 아쉬움도 진하게 남고요. 이제 헐리웃을 향해 첫 발을 뗀 그의 차기작이 벌써부터 궁금해지기 시작하는군요!ㅎㅎ


+ GV를 다 녹음해오긴 했는데... 언제 한 번 날잡아서 녹취록 올려봐야겠어요ㅎㅎ


++ 미국에서는 10분정도 재편집해서 개봉한다던데... 오히려 이 버전이 더 괜찮을 것 같군요. (알고보니 20분이었네요... 액션영화처럼 만든다는데 이건 좀 심한 듯;;)


+++ 사진은 네이버 영화 출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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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국열차(2013, Snowpierc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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