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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사랑에 관한 새디즘적 보고서... 피아니스트
movistloveme 2002-11-11 오전 4:00:45 2820   [13]
 1.
여자...
한 때 촉망받는 피아니스트로,
생의 충만함이 그녀의 앞에 펼쳐져 있을 것 같았던,
하지만 생의 음험한 함정에 빠져 그저 그런 피아노 선생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밖에는 남지 않은,
점점 좁아져만 가는 병목같은 인생의 외길 앞에서 서서히 절망하면서도,
완고해보이는 외모의 안쪽에 자글거리는 욕망을 숨기고 있는,
얼음같지만 차갑지는 않은 여자...

남자...
첫 눈에 반한 여자를 위해 피아노로 전공을 바꿔버릴 수 있는,
열정을 쫒을 줄 아는 무모함과,
사랑 앞에서 수줍을 줄 아는 약한 모습을 동시에 가진,
무엇도 될 수 있을 젊음과 에너지를 어느 날인가부터 한 여자을 위해 써버리기로 작정한,
생의 코너 뒤에서 나타나는 무엇도 즐겁게 받아들일 수 있는,
아직은 생이 만만한 남자...

2.
남자는 여자를 알아보고, 여자는 남자에 반응하는 자신을 숨기려고 애를 쓴다. 연애가 권력을 다투는 전장임을 알고 있는 여자의 의도적인 새침함에 남자는 자꾸만 기우뚱거리는 자신을 발견하지만, 언제나 멀리는 도망가지 않는 여자의 모습이 더욱 남자의 마음을 애닯게 한다. 여자 또한 다른 여자에게 친절한 그를 보는 것 만으로 참을 수 없는 질투에 사로잡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한다.

자제력을 잃어버리는 여자와, 그 미묘한 흔들림을 알아채는 남자...
둘은 서로를 알아보고, 사랑은 시작된다.

3.
여자는 남자를 사랑한다.
하지만 남자의 사랑을 무턱대고 믿어버리기엔 여자의 삶의 경험들이 여자를 가만두지 않는다. 여자는 남자를 의심하고 괴롭히고 무시하며, 끝없이 자신의 우위를 강제한다. 결국 남자가 상상도 할 수 없었던 요구를 하는 여자... 하지만 여자는 너무 멀리 길을 돌아갔고, 그래서 남자의 순진성은 산산이 부서진다. 절망의 늪에 빠져버린 남자는 여자를 존재를 부정하다가, 자신의 여림과 어리석음을 한탄하고 결국 자신의 사랑을 부정하기에 이르고 만다.

4.
부정된 남자의 사랑은 그러나 쉽게 사그라들지 않는다.
오랫동안 깊은 갈망을 먹고 자란 남자의 사랑은 손쉽게 여자에 대한 증오와 그리움으로 자리 바꾸고, 남자는 그렇게 해서 자신의 사랑의 절실함을 여자에게 인식시키려한다. 여자와 남자는 그렇게 서로 어긋나 간다.
서로 누구보다도 가장 내밀한 가슴 속의 안테나를 울릴 수 있는 마음을 가졌어도, 전파는 보내지지 않는다. 남자와 여자의 사랑이 불타오를수록, 방해전파의 울림은 더욱 거세져서 작고 미약한 사랑의 전파는 자꾸만 주파수를 잃어간다.

5.
위태위태하면서 세심하게, 미약하면서도 강렬하게, 머릿 속을 울리는 피아노 곡조는 여자와 남자의 관계를 끝없이 조율하면서 화면 위를 흐른다.
사랑은 끝나지 않고, 삶은 하찮아진다.

여자의 피아노 연주는 아릅답지만 공허해지고,
남자의 단아한 옆 얼굴에는 그림자가 깃든다.

생의 질곡에서 만난 사랑이라는 함정은 여자와 남자를 관통하고 지나가고,
계절은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누구에게나 그렇듯이...
그들이 사랑했던 겨울은 영원히 그 곳에 못박힌다.
슈베르트의 음악이 아름다운 이유가 ''정신의 황혼''때문이라면.
처절한 관통상이 쉽게 치유되지 않는 것임을 알고 있기 때문에 여자와 남자의 사랑은 밤처럼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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