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영등위 심의 논란에 불을 지핀 김기덕 감독의 <뫼비우스>는 "주제와 폭력성, 공포, 모방 위
험 부문에서 청소년에게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으며 직계간 성관계를 묘사하는 등 비윤리
적, 반사회적인 표현이 있다"는 이유로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았다. 곧바로 김기덕 감독은 6월 11
일 등급 조정을 요청하는 장문의 편지를 보냈다. "대한민국 성인들이 이 영화를 보고 판단할 기
회를 달라"는 절절한 호소였다. 여기에 한국영화감독조합과 한국영화제작자협회가 '<뫼비우스>
에 대한 제한상영가 등급 철회 요구'를 발표하며 힘을 보탰다는 영화 <뫼비우스> 곁으로 다가가
본다.
욕망을 거세당한 가족의 치명적 몸부림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 줄거리
남편의 외도에 증오심에 차 있던 아내는 남편에 대한 복수로 아들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집을 나간다.
남편은 자신 때문에 불행해진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하지만 결코 회복할 수 없음을 알게 되고 모든 원인이 된 자신의 성기를 절단하고 아들을 위해 모든 것을 바친다
그 결과 잠시 어느 정도 상처가 회복되지만 완벽하지 못하고 아들과 슬프게 살아가는데 어느 날 집을 나갔던 아내가 돌아오면서 가족은 더 무서운 파멸로 향해 간다.
김기덕 감독, <뫼비우스> 작의(作意) ‘가족은 무엇인가 욕망은 무엇인가 성기는 무엇인가 가족 욕망 성기는 애초에 하나일 것이다 내가 아버지고 어머니가 나고 어머니가 아버지다 애초 인간은 욕망으로 태어나고 욕망으로 나를 복제한다
그렇게 우린 뫼비우스 띠처럼 하나로 연결된 것이고 결국 내가 나를 질투하고 증오하며 사랑한다.’
'김기덕' 감독 전작들을 작품마다 보면 짙은 색의 향내음을 드리우고 있다. 짙어도 아주 짙은 쓰
디 쓴 내음이 나는 향을 함유하고 있어 쉽거나 친근하게 다가오지도 않고 다가서기도 힘들다해
도 과언은 아니다. 음식으로 말하자면 방금 갓 캐낸 칡뿌리라고 할까? 그 칡뿌리를 처음 입에 댄
순간, '아이고 왜 이렇게 써'하면서도 씹으면 씹을수록 달달한 맛과 칡 고유의 쓴 향내음에 취해
버리고 만다. 처음에 쓴맛을 감수해야지만이 그런 입과 코가 즐거운 맛을 느낄 수 있듯이 '김기
덕' 감독 작품도 쓴 맛을 감수해야지만이 영화의 참맛을 눈과 귀를 통한 뇌리와 마음에 인지하게
된다. 고로 비범한 감독 '김기덕'이라 할 수 있다. 그럼 비범한 감독이 연출한 신작 <뫼비우스>
는 얼마나 쓴 맛과 참 맛을 함유하고 표현하는 영화일까? 그에 대한 대답은 뭐라고 단정지어서
형언하기 힘들 만큼 영화 <뫼비우스>는 만감이 교차하게 만든다.
영화의 초반은 긴장감의 서두를 알리는 스릴러, 중반은 성 불구자의 성욕구 충족 방법을 내외적
으로 리얼하게 살린 반 포르노, 종반은 과도한 부성애, 모성애로 얼룩진 호러, 엔딩은 무념무상,
공수레공수거의 의미가 함축된 예술영화. 이 같은 장르가 다르게 느껴지는 영화를 보고 있으면
만감이 교차한다는 것도 당연지사일지 모른다. 게다가 신음소리, 비명소리를 제외하곤 시작부터
끝까지 무언으로 전개시키는 구조여서 더더욱 교차하게 만든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김기덕' 감
독을 비범한 감독이라 표현한 이유를 영화는 리얼하게 설명이라도 하듯 서로 다르게 느껴진 초,
중,종,엔딩을 서로 가느다란 얇은 끈으로 굵고 튼튼하게 연계시켜 배우들이 무언의 연기를 펼쳐
도 연기와 상황적 배경만 보더라도 영화가 전하는 메세지와 의미를 확연히 뇌리에 자리잡게 만
든다.
영화를 감상하면서 가장 인상에 남고 깊었던 부분은 중반 부분 성 불구자의 성욕구 충족 방법을
보면서 '진짜, 정말 저런 방법이 통할까? 한번 나도 해볼까?' 하는 충동이 뇌리를 엄습한다. 그만
큼 누가 보아도 성인영화 전문 감독이나 표현 가능한 리얼한 표현 방법이 첫번째이고, 두번째로
그런 리얼한 방법을 외적으로 표현하는 배우들을 보고 본인만 그런건지 몰라도 웃음이 그것도
재미있어도 한참 재미있다는 의미가 실린 웃음이 마냥 하염없이 입가에 맺혔다. 누가 그런 본인
의 모습을 보면 마치 코믹 영화라도 보고 있는 듯하게 말이다. 더욱이 무언의 연기를 펴칠다 보
니 배역들의 다소 오버스러운 연기가 입가에 맺히는 웃음이 배가 되게 한다. 영화 <뫼비우스>를
통해 또 한번 비범한 감독 '김기덕'을 인지할 수 있는 비범한 영화였고, 한편으론 비범한 수위가
높아 극단적, 혐오적인 표현이 내외적으로 많이 표출되어 이런 장르를 즐겨보시는 분 이외에는
추천하기에는 좀 꺼려진다. 그러나 본인은 두세번 감상해도 인상에 남고 재미있을 영화 <뫼비우
스>이다.
여러분 좋은 영화 많이 감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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