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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아니스트] 사랑-가학과 피학의 교감? 피아니스트
miraya88 2002-11-18 오후 12:42:23 2144   [4]
사람은 강하든 약하든 어느정도 가학과 피학을 즐긴다고 한다. 의도하지 않더라도, 무의식중에 인간관계에는 가학과 피학이 끼어들게 된다는 것이다. 아마도 사람의 심성 속에 아직 동물의 본성이 남아있어, 예술과 이성을 추구하는 듯 하면서도 본능에 충실한 나머지 때론 잔인해질 수도 있나보다. 사랑에 있어서도 물론. 아니, 사랑에서야말로 더욱.
이 영화의 원작소설 <피아노 치는 여자>를 보면서 나는 그런 생각을 했다. 그리고 작년 부산국제영화제 때의 충격이 새삼 떠올랐다. 또다시 영화제로 부산이 술렁거리는 요즈음, 나의 뇌리에 선명히 남아있는 영화가 있다. 바로 나에게 저런 의문을 던져준 영화 <피아니스트>가 그것이다.

이 영화에서 가장 충격을 받은 부분은, 사랑을 가학과 피학의 관점에서 그리고있다는 것이었다. 욕망을 억압하며 살아온 여주인공은 피아노로도 그 격정을 드러내지 못한 나머지, 피학을 바라는 변태적인 욕구에 시달린다. 그리고 처음으로 사랑에 빠진 남학생에게 자신을 가학해주길 바라는데, 순수한 사랑을 꿈꾼 남학생은 그런 요구에 상처를 입고 실망한다. 이때까지는 여주인공이 피학을 바라면서도 가학적인, 냉정한 선생의 입장이었다. 상대적으로 남주인공은 가학을 요구당하면서도 상처입는, 피학적인 입장이었다. 그런데, 남학생이 떠나려하자 여주인공은 급한 나머지 매달리고 엎드려 굴종한다. 순식간에 위치가 바뀐 것이다. 그리고 남학생의 선택은.....
내 생각에, 섹스에서는 의도하건 않건 간에 남자란 가학적, 여자란 피학적인 위치에 놓여지기 마련이라 생각했다. 성기의 모양도 그렇거니와 여러 가지 고정관념도 그러하다. 그러나 이 영화를 보고 그 생각이 조금 변했다. 남녀에 상관없이, 사랑하는 자를 지배하고 독점하려는 사람, 혹은 그에 굴욕하면서도 속하고자 하는 사람사이에 힘의 역학관계가 발생한다. 즉, 사랑하는 사람이 결국엔 지는 것이다. 하지만 종국엔 그런건 아무 상관없어진다. 사랑은 가학/피학에 연연할 만큼 길고 영원한 것도 아니고, 그런 기준으로 일일이 재단할 만큼 명확한 감정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사랑을 알 듯 모를 듯한 기분이 들었다. 한때는 세상의 전부인 것처럼 자신을 꽉 채우고있던 사랑이, 어느새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려 사라져버린다. 나는 여주인공의 마지막 모습을 보면서 너무나 복잡다단한 기분이 들었다. 사랑은 무엇일까, 이 영화에서 남은 사람은 어찌 되었을까. 이 영화에서 악당은 누구이고 희생자는 누구일까(그런건 없는데도 자꾸 찾고싶은 것은)....

정말로 "머리를 한 대 얻어맞은 듯한 반전의 충격"이란 이 영화를 두고 말하는 것이리라. 이성의 차가운 망치로, 감성의 뜨거운 모루를 두들기는 영화이다. 당시엔 그저 충격적인 나머지 차라리 잊어버렸던 그 기억이, 최근 원작소설 <피아니스트>를 보면서 다시 떠올랐다.
그리고 1년. 이 영화가 정식으로 개봉한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나는 지긋지긋해하면서도 끝내 다시 극장에 가서 확인하고 말 것이다. 사랑과 가학과 피학과...그 알고리즘을 알고싶어서.

아름다운 음악도 상당한 즐거움이 되었던 영화다. 이 초겨울의 매마르고 차가운 공기와 더없이 어울릴 영화랄까. 사랑의 또다른 모습을 진지하게 찾고픈 이들에게, 강력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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