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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장하지 못한 자, 성장하고 있는 자, 성장한 자에 대한 우리의 자화상 몽상가들
ermmorl 2014-02-18 오후 4:51:23 928   [0]

스포일러가 포함이 되어 있을수 있고, 편의상 말을 짧게 합니다.

 

또 대사는 일부 틀릴 수 있으나 느낌을 전하기에 충분하리라 판단합니다.

 

마지막으로 오타가 많을 수 있으니 지적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개인적인 느낌을 적어놓은 것이니만큼 의견을 주시면 감사히 수렴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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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어떠한 영화인가?'라고 누군가 물어볼 때, 늘 같은 말을 한다.


'왠지 약빤것 같은 영화. 좋게 말하고 포괄적으로 말을 한다면 몽환적인거'라고.


정확하게 어떠한 장르나 감독으로 구분짓는게 아니라 영화의 전체적 분위기를 보고 좋다고 평가를 하는 것 같다.


그렇다고 정신없고, 어지럽고, 무겁다고 좋아하는게 아니라,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도 모르게 '이 감독은 미쳤네.'라는 말이 나오는 영화.


꿈을 꾼것 같고, 꿈만 같고, 꿈속에 있는 것만 같은 영화들.


그 꿈이 악몽인지, 행복한 꿈인지, 슬픈 꿈인지의 차이가 있을 뿐, 꿈을 꾼것 같은, 마치 약에 취한 것 같은 영화들을 무척이나 선호한다.


'그럼 꿈을 테마로 한 영화를 선호하겠지'라고 누군가 물을 때 또 대답을 한다.


'무조건 그런 것은 아니다.'라고.


다소 모호한 답변들 속에서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나만의 선호도가 존재한다.


아무래도 현실속에서 찾이 못한 것을 영화속에서 찾고자 함이고, 그래서 꿈같은 영화를, 재정신인 상태로는 나오지 않을 것 같은 영화를 좋아한다고 본다.


감독의 정신나간 코드와 표현방식, 적나라하지만 직설적인, 그렇다고 현실이 아닌것도 아닌 그러한 영화들은 우리들 눈앞에 다가오고, 그럴때 늘 행복하다.


영화 마스터를 볼 때는, 그 꿈이 너무나 악몽같아서, 보는동안 힘들었지만, 2013년 최고의 영화라고 생각했고, 블루 재스민은 즐겁게 봤지만, 희극아닌 희극이면서,
우디앨런 감독의 독특한 취향과 아직도 환각상태에 있는 것만 같아 기분좋게 봤다.


왜 이렇게 복잡하게 표현을 하는지 누군가 묻는다면, 어쩔수 없다고 답을 하게 된다.


'나'라는 사람이, 존재가 불완정한만큼, 그에 상응하는 혹은 그 이상의 독특함과 쾌락을 찾게 되니까.


그에 부합하는 영화들을 찾다보면 많이 있지만, 최근 개봉작중 가장 흥미를 끌었던 작품은 역시나 몽상가들(The Dreamers)이다.


2003년 개봉을 했었고, 금번 재개봉을 했다.


이슈가 됐던 것들을 살펴보면, 에바 그린의 전신 노출과 수위가 높은 신들이 즐비해 있었다.


2003년 어린 나이(정확히 이 영화를 본 것은 2004~5년쯤으로 기억된다.)에 이 영화를 볼 때는 단순하게 '야한 영화'라고 치부했던 기억이 있다.


그 배우들이 얼마나 유명한지, 감독이 어떠한 작품을 했었는지, 그 대는 성숙하지 못한 마음으로 단순하게 그러한 장면들을 보기 위해 봤다.


그래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어떠한 감정이었을지, 이 영화는 무엇인지 아무것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그로부터 10년가까이 지난 최근 재개봉에 맞추어 극장을 찾게 되었다.


단순하게 이 영화를 이야기하자면, 환상속에 빠진 젊은이들의 꿈같은 이야기가 아닐까 생각된다.


몸은 성인에 가깝게 컸고, 성인들이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할 수 있지만, 정신적으로 미성숙한 그들의 이야기.


이 영화의 세 주인공들을 바라보자면,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함이 많이 나타난다.


사실 이러한 기준을 이야기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지만, 지금의 나이에서 바라본 입장에서 말하자면, 철없는 것 같은, 아직 어린아이 같은 모습을 보인다.


예술의 도시이자 혁명의 도시 중 하나인 프랑스로 아무런 향후 계획이 없이, 구체적인 생각 없이 '유학'이라는 말로 떠난 매튜.


아직도 어린 아이처럼 발가벗고 둘이 함께잠을 자고, 영화의 한 장면들을 흉내내면서 내기를 하는 쌍둥이 남매, 이사벨과 테오.


어찌보면 아직 어린아이같은 그들이 만나고 서로에게 끌린 것은 운명이었는지 모른다.


영화를 사랑하는 그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나도 저런 모습이 되고 싶다고 생각하지만, 막상 그 모습이 되면 두려울 것 같다.


이제는 다 커버린 몸으로, 그들처럼 할 수 없고, 단지 생각만 하게 될 테니까.


각설하고 그들을 바라보자면, 어찌보면 쌍둥이 남매와 매튜는 어울리지 않는 조합일지 모른다.


이 세상속 하나밖에 없는 피를 나눈 형제이며, 스스로가 샴쌍둥이와 같다고 하는(테오의 말) 그들.


그리고 무슨 일을 할 때 늘 서로에게 말하는 그들에게 그는 이방인일지 모른다.


그들이 영화를 좋아하고, 아니 사랑하는 것은 같을지 모르나, 테오와 매튜는 너무나 다르다.


그들에게 있어 음악가, 영화인, 사상을 이야기하고 서로의 말을 하면서 토론하는 것은 즐거움일지 모르나, 그러한 즐거움들은 결국 해결되지 않는다.


끝까지 그 논쟁들은 계속해서 발생할 것이며, 그렇게 부딫히게 될 것이다.


그러면서도 영화라는 하나의 테두리 속에 그들은 함께하기 시작했고, 함께 비를 맞으며 거리를 거닐고 즐거워 한다.


그들이 본격적으로 함께한 것은 부모님이 여행을 떠나면서이다.


그 전, 저녁식사에서 매튜가 말한 모든 것은 어딘가에 어울리고 조화가 된다는 그 말은 이 시작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그들은 서로 다른 모습이지만, 결국 어울릴 것이니까. 그러면서도 결국 그들은, 본질은 다름을 말하는지도 모른다.


함께하는 그들은 너무나 자유 분방하고, 또 새로운 모습이다.


60년대라는 시대가 문제가 아니라, 그들의 행동이 새롭다.


위에도 언급했던 것처럼, 아직 어린아이같이 발가벗은채로 한 침대에 누워자고 있는 그들의 모습을 본 매튜는 어떤 기분이었을까.


단순하게 저 둘의 (성적으로) 관계가 수상하다? 아니면 뭐지 저 애들? 이런 느낌이었을까?


그것은 자세히 알 수 없으나, 매튜또한 특이하긴 마찬가지이다.


물론 집이 미로처럼 복잡하고 넓지만, 화장실에서 소변을 보는데 세면대라니말이다.


몸은 모두 성인의 그것을 갖추었지만, 하는 행동들은 하나같이 어린아이와 같지 않은가.


그들이 함께 할 수 있는 것은 아마, 영화라는 큰 주제의 공유뿐 아니라 아직 다 성장하지 못한, 아니 성장자체가 멈추어버린, 혹은 이제 막 성장하기 시작한 아이와 같은 모습 때문일 것이다.


왜 그들은 몸만 성장하고 내면은 성장하지 못했을까.


사실 그들이 아직 성장하지 않았다고 말하기란 난감한 문제이다.


성장하지 않은것이 아닌, 그저 순수함일지도 모른다.


그것이 죄악이라고 생각하지 못한다면, 이미 그들은 순수함이라고 할 수 있으니까 말이다.


최초의 인간이라 불리던 아담과 이브도 선악과를 먹기 전까지는 벌거벗은 상태로 생활했고, 그것이 부끄러움인지 아닌지도 파악할 수 없었으니까.


그들은 그러한 순수함으로 표현한다면, 누가 먼저 선악과를 먹었을까.


그리고 선악과를 먹지 못한 존재는 누구일까.


가장 먼저 선악과를 먹은 것 이라면, 역시 매튜와 이사벨이 아닐까.


또 마지막까지 선악과를 먹지 못한, 어찌보면 먹지 않은, 존재는 테오가 아닐가 생각이 든다.


그들은 성장한 몸을 이용해서 내기를 하기 시작했고, 내기의 패배로 시작한 자위행위를 행한 테오는 부끄러움 없이 행동한다.


또 그를 바라보는 이사벨도 한치의 수치심도, 부끄러움도 느끼지 못하고 그저 바라본다.


매튜만이 비정상적 행동이라고 인식한다. 그래 매튜가 이사벨보다 먼저 선악과를 먹었을지 모른다.


그 다음의 선악과를 먹게 된 계기라면, 역시 둘이 '섹스'를 할 때일 것이다.


내기의 패배로, 벌칙으로, 하게 된 매튜와 이사벨의 정사는 그들에게 다른 의미를 주었는지 모른다.


처음으로 남자와 함께한 이사벨은 선악과가 되었으며, 매튜는 그녀를 진심으로 마음에 품게 되었다.


늘 거의 헐벗은 몸으로 생활하던 그들이었지만, 그녀를 향한 마음이 더욱 깊어진 매튜, 그리고 이제 선악과를 한입 베어문 이사벨.


매튜는 선악과를 이미 먹었음으로 적극적으로 그녀에게 표현하고, 그녀와 함께하고, 그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듣고 싶어한다.


그것을 아는지 모르는지, '너를 사랑해'가 아닌 '우리도 너를 사랑해'라는 답변을 한다.


둘의 관계가 자연스러워짐에 따라, 이사벨과 테오는 깊은 혼란속에 잠겨버린다.


이전과 다르게 테오의 태도는 다소 거칠고, 투박한 모습이며, 이사벨은 감당하지 못한다.


자연스럽게 변했지만, 그것을 인지하고, 그와의 잠자리를 거부하고 혼자있고 싶어한다.


모두가 동등했던 위치에서, 아니 어쩌면 둘만 조금은 아래에 위치하거나 조금 위에 위치한 상태에서, 틀어져버린 위치는 어떤 혼란을 가져오는가보다.


테오는 그 자리에서 단지 이상함을 느낄 뿐이고, 이사벨은 조금 다른 위치에서 매튜와 함께 하며, 변해버린 자신의 모습에 힘들어하고 있는지도.


매튜는 단지 옆으로 조금 이동했고, 이사벨은 매튜를 따라 올라왔거나 내려갔고, 테오는 그 자리에 있다.


매튜와 함께 한 이사벨은 매튜의 이 모습을 부모님께 보이면 어떻게 할거냐라는 질문에 죽어버릴거라고 대답을한다.


이전까지는 이 모습이 어떻게 보여지던 크게 신경을 쓰지 않았을지 모르나, 이제는 그것이 어떠한 것인지 알기에 그러한 대답을 한다.


함께한 시간이 길어지며, 결국 부모님에게 그 모습을 보여지면서, 그들의 관계는 끝을 향해 간다.


나체로 누워있는 그들을 보며, 부모님은 조용히 자리를 비켰고, 그것을 알게된 이사벨은 눈물을 흘리며 가스를 이용해 죽으려고 한다.


하지만, 68혁명의 시작으로 날아온 돌로 인해 깨진 창문과 함께 그 죽음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그들은 함께 밖으로 나서고, 함께 할것처럼 이동하고 소리친다.


그러나 매튜는 앞으로 가려는 테오를 막아서고 반대한다.


늘 같은 모습이던 테오는 화염병을 들고 앞으로 나아가고, 이사벨도 함께 한다.


그녀는 사실 매튜와 함께 하고 싶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매튜를 따라 나서면, 현실로 돌아와야하고, 이미 선악과를 먹은 그녀는 그것이 최악의 선택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아직 선악과를 먹지 않은 테오를 따라 나섰는지 모르고, 일상으로 돌아가고 싶었던, 한여자의 마음을 원했던 매튜는 뒤돌아서면서 그들은 결국 헤어진다.


또 매튜는 프랑스인이 아닌, 미국인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이방인이었던 것처럼, 그렇게 뒤돌아 섰는지 모른다.


그가 말했던 꿈만 같았던 그 상황에서, 매튜는 결국 깨어났고, 테오와 이사벨은 끝까지 꿈속에서 살고자 함이었을지 모른다.


같은 꿈 속에 있었지만, 다른 선택을 한 그들. 누가 잘못했는가, 누구의 선택이 정당한가는 알 수 없고, 알 필요도 없으며, 단지 선택이 다르고, 서로가 다름을 인지하게 한 어느 초여름의 프랑스 이야기.

 

★ 5개 만점

★★★★(스토리 8 연출 9 비쥬얼 9 연기 9 총점 8.75)
누군가와 함께 꿈을 꾸고 공유한다는 것은 무척이나 신비로운 경험이 아닐 수 없다. 인셉션에서 그것을 필두로 이야기가 전개되었고, 그만큼의 재미를 이끌어냈다.
실제로 그 꿈을 공유했다고, 진짜 꿈을 공유했다고 섣부르게 말할 순 없지만, 그들은 꿈 그 자체였으며, 늘 꿈꾸는 자들이었다.
누군가에게는 허무맹랑하고 어처구니 없는 모습이었을지 모르나, 그들은 생활이었고, 삶이었고, 전부였으리라.
하지만 꿈이란 결국 깨어나야하는 것이며, 그 깨어남을 선택할 때, 각자의 선택이나 가치관, 삶이 다르기에, 각기 다른 존재이기에 그 차이가 나타난다.
그 차이를 극복하지 못하게 된 그들은 같은 꿈에서 서로 다른 깨어남을 마주하게 되었고, 아직 깨어나지 않은 그들의 이야기를 담았다.
현실과 꿈 사이의 어느 청춘들의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있어, 성적 묘사는 '야하다', 혹은 '불필요하다'가 아닌 그 자체를 만끽하게 해주는데 부족함이 없다.
그들같이 환상적이게, 혹은 더없이 바보같이, 그러한 꿈을 꾸지는 않았을지 모르나, 우리 모두는 그러한 꿈을 한번쯤 꾸었을 것이고, 또 꿈을 꾸고, 꿈꾸고자 하니까.

 

몽상은 다소 부정적인 늬앙스를 가진 단어다. 꿈속의 생각을 말하며, 이루어질 수 없는, 헛된 생각을 말한다. 하지만 영화의 원제처럼 그들은 단지 몽상하는 것이 아닌, 진정한 꿈을 꾸었는지 모른다. 아직 성장하지 못한, 성장하고 있는, 성장해버린 이들이 꾸는 동일한 꿈. 그 꿈에 대한 우리들의 자화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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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상가들(2003, The Dreamer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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