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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장의 향기를 풍기기 시작한 데이빗 O. 러셀 아메리칸 허슬
jojoys 2014-02-22 오후 7:04:45 948   [1]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삶에 대한 풍자와 해학이 넘치는 블랙 코미디 / 청소년 관람불가 / 138분

데이빗 O. 러셀 감독 / 크리스찬 베일, 에이미 아담스, 브래들리 쿠퍼, 제니퍼 로렌스.. / 개인적인 평점 : 8.5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번 <폼페이:최후의 날> 리뷰에서 말씀드렸던데로 어제(21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아메리칸 허슬> 이야기를 해볼려고 하는데요. 다들 잘 아시겠지만 <아메리칸 허슬>은 얼마전에 열린 제 71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최다 노미네이트(7개 부문), 최다 수상(작품상, 여우주연상, 여우조연상)을 달성했을뿐만 아니라, 오는 3월 2일로 예정된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최다 노미네이트(작품상, 감독상, 남녀 주/조연상 등 10개 부문)된 작품인데요. 도대체 어떤 작품이길래 이렇게나 각종 시상식을 휩쓸고 있는 것인지 지금부터 저와 함께 살펴보실까요? ^^

 깊은 수렁에 빠지고만 어느 소박한(?) 사기꾼의 이야기

 

줄거리 1970년대 후반의 뉴욕. 여러개의 세탁소를 운영하면서 내연녀인 시드니 프로서(에이미 아담스)와 함께 소소한 금융 사기를 치며 푼돈 벌이나 하던 맹꽁이배의 소유자 어빙 로젠필드(크리스찬 베일)는 FBI요원인 리치 디마소(브래들리 쿠퍼)의 위장 수사망에 걸려 꼼짝 없이 교도소에 수감될 위기에 처하게 되는데요. 하지만 다행히도 시드니의 미모에 반한 리치가 두 사람에게 4명의 사기꾼을 체포하는 일을 도와주면 풀어주겠다는 제안을 해오게 되고, 어빙은 이게 웬 떡이냐 하는 심정으로 리치가 내민 손을 덥석 잡고 말죠. 설마 리치가 내민 그 손이 자신과 시드니를 도저히 헤어나올 수 없는 깊은 수렁 속으로 끌고 들어갈거라고는 꿈에도 생각치 못한체 말이에요. ^^;;

 

★ <아메리칸 허슬> 예고편 ★

 

    이미 아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아메리칸 허슬>은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1970년대에 실제로 있었던 앱스캠 스캔들(Abscam Scandal)을 소재로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까지 맡은 작품인데요. <다크 나이트>시리즈의 주인공 크리스찬 베일을 비롯해, 작년에 열린 85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으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제니퍼 로렌스, 그리고 역시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제니퍼 로렌스의 상대역으로 열연을 펼쳤던 브래들리 쿠퍼, 여기에 <맨 오브 스틸>의 여주인공 에이미 아담스와 <어벤져스>의 호크아이 제레미 레너까지 출연하는 등 화려한 캐스팅으로 이미 북미 개봉전부터 많은 영화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던 <아메리칸 허슬>인데요. 그러한 기대감에다가 골든 글로브 최다 수상이라는 호재까지 겹치면서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연출한 작품 중 북미 최다 흥행 기록까지 세운 작품이기도 하죠. ^^

 

■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연출한 주요 작품들의 흥행 성적

 

    저 또한 개인적으로 워낙에 데이빗 O. 러셀 감독의 작품들을 좋아하는데다가 헐리우드 남자 배우 중 사이먼 베이커와 더불에 제가 가장 좋아하는 배우인 브래들리 쿠퍼가 출연한다는 이유로 국내 개봉일만을 눈이 빠져라 기다려왔던 <아메리칸 허슬>이었는데요. 드디어 제 두 눈으로 직접 확인한 <아메리칸 허슬>은 저의 오랜 기다림을 한방에 날려줄만큼 멋지고 유쾌한 블랙 코미디더라구요. ^^

 이 영화의 가장 큰 장점은 단연코 출연 배우들의 눈부신 열연!!

 

    사실, <아메리칸 허슬>은 막연하게 헐리우드풍의 범죄 영화를 기대하신 분들에게는 굉장히 지겹고 실망스러운 영화로 받아들여질 가능성이 다분한 작품인데요. 그 이유는 <아메리칸 허슬>이 화려한 볼거리와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아슬아슬한 액션씬들을 통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70년대의 미국 사회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미장센을 바탕으로 깨알같은 풍자와 해학을 보여주는 다양한 캐릭터성에 의존해 극을 끌고 가는 작품이기 때문이죠. 그렇기 때문에 <아메리칸 허슬>에게 전형적인 헐리우드 범죄 영화로써의 모습을 기대하고 계신 관객들께서는 다시 한 번 진지하게 관람을 고민해 보시는게 좋지 않을까 싶네요. ^^

 

    하지만 저에게 있어 <아메리칸 허슬>은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할 정도로 유쾌하고 매력 넘치는 블랙 코미디 영화였는데요. 그렇게 저로 하여금 <아메리칸 허슬>에 흠뻑 빠지게끔 만든 것은 뭐니뭐니해도 각자가 맡은 캐릭터를 엄청난 연기력으로 소화해준 배우들이 있었기 때문이랍니다. ㅎㅎ

 

    자신의 역할을 위해 체중을 20kg이나 늘린 크리스찬 베일은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유쾌한 사기꾼을 너무나 능글맞게 연기해주고 있었고, 에이미 아담스는 시드니에 완벽 빙의해 지금껏 보지 못했던 엄청난 관능미를 스크린 가득 뿜어내며, 브래들리 쿠퍼는 자신의 전매 특허인 찌질남 캐릭터를 완벽하게 소화해주는데다가, 제니퍼 로렌스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때의 티파니보다 훨씬 더 골때리는 캐릭터인 로잘린을 기가 막히게 연기 해내고 있었는데요. 이들의 신들린 듯한 연기가 아니었다면 <아메리칸 허슬>이 지금처럼 멋진 블랙 코미디는 되지 못하지 않았을까 싶은 생각마저 들 정도니까 말이죠. ^^

 

    그러구보니 크리스찬 베일과 에이미 아담스는 <파이터>에서, 제니퍼 로렌스와 브래들리 쿠퍼는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에서 이미 데이빗 O. 러셀 감독과 함께 작업을 했었던 배우들이군요. 배우들이 선뜻 다시 작업에 참여할 정도로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배우들한테 엄청 잘해주나보죠? ㅎㅎ

 <아메리칸 허슬>을 단순한 범죄 영화로 생각하시면 지겨울 수 밖에 없답니다. ^^

 

    <아메리칸 허슬>을 관람하신 관객분들 중, 작품 속에서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림자를 느꼈다는 말씀을 하시는걸 어렵지 않게 접할 수 있는데요. 어떤 의미에서 이러한 평가는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스타일을 답습했다는 나쁜 의미의 평가일수도 있겠지만, 데이빗 O. 러셀 감독을 참 좋아라하는 제 입장에서는 오히려 더 없이 기쁜 평가가 아닐 수 없답니다. ㅎ 그도 그럴것이 1994년 선댄스 영화제를 통해 단숨에 헐리우드의 주목을 받는 신인 감독으로 화려하게 데뷔했지만 꽤 오랜 시간 자신의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하고 있던 데이빗 O. 러셀 감독이 <파이터>, <실버라이닝 플레이북>을 통해 이제야 꽃봉오리를 맺나 싶더니, 드디어 <아메리칸 허슬>을 통해 헐리우드 최고의 거장인 마틴 스콜세지 감독의 그림자가 내비친다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멋진 꽃을 피웠다는 것을 많은 영화팬분들이 인정해주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서 말이죠. ^^

 

    어쨌거나 <아메리칸 허슬>은 흔히들 생각하는 볼거리 위주의 단순한 범죄 영화가 아닌, 캐릭터들의 사소한 행동과 대사 하나하나에서부터 각 장면 속에 표현되어 있는 미장센, 여기에 각각의 상황과 딱 들어맞는 OST에 이르기까지 작품 속의 모든 구성 요소들이 톱니바퀴처럼 맞물려, 풍자와 해학이 가득한 메시지들을 멋드러지게 담아내고 있는 블랙 코미디 영화의 수작이었는데요.

 

    예를 들어, 잔뜩 뿌린 스프레이로 옆머리를 올려 붙여 대머리를 감추고, 진한 화장과 향수로 자신의 슬픔과 외로움을 덮으려 하는 영화 속 그들의 모습은 어느샌가 가식과 거짓 투성이인 모습으로 타인을 대하게 된 우리 자신들의 모습을 투영하고 있었구요. 여기에 비열한 사기꾼이면서 자상한 아버지이기도 한 어빙, 커다란 맑은 눈을 가진 순수한 처녀와 관능적인 팜므파탈을 오가는 시드니, 정의감에 불타는 FBI요원이었다가 지나친 명예욕으로 인해 광기에 사로잡히고마는 리치, 한때는 웨딩 사진 속 모습처럼 수줍은 미소를 짓고 있던 순백의 신부였다가 어느덧 남편인 어빙의 사랑을 갈구하고 집착하는 신경질적인 수다쟁이로 변한 로잘린, 여기에 자신의 시민들을 위하는 마음 때문에 어빙의 사기극에 휘말리고마는 카마인(제레미 레너) 시장에 이르기까지 <아메리칸 허슬>은 작품 속 다양한 인물들의 모습을 통해 세상 그 누구도 완벽하게 선하거나 완벽하게 악하지 않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일깨워주기도 하죠.

 저도 살아 남기 위해 서두르고만(Hustle) 있었네요

 

    <아메리칸 허슬>이 그 모든 풍자와 해학의 끝에서 말하고 있는건 사기꾼, FBI요원, 거물 정치인, 평범한 주부할 것 없이 이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사람들이 치열한 삶 속에서 살아 남기 위해 그리고 계속해서 살아가기 위해 저마다의 방법으로 발버둥(Hustle) 치고 있다는 것이었는데요. 누군가는 어빙처럼 단순히 돈을 목적으로 절박한 처지에 놓인 사람들의 등을 처먹기 위해 안달복달하고, 또 누군가는 로잘린과 시드니처럼 자신을 진심으로 사랑해줄 누군가를 애타게 찾아 헤매기도 하며, 또 어떤 이는 카마인 시장처럼 자신의 신념을 이뤄줄 그 무언가를 간절하게 원하다가 잘못된 길에 들어서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리치처럼 자신의 신분을 상승시켜줄 한방을 위해 자신이 가진 모든 수단과 방법을 올인하는 도박을 하기도 하는 등 저마다 다른 무언가에 미친듯이 열중하지만, 결국 그 모든 것은 자기 자신이 살아가는 이유를 찾기 위한 저마다의 절박한 몸부림인것 처럼 말이죠.

 

    데이빗 O.러셀 감독은 <아메리칸 허슬>을 통해 다른 이의 삶을 파괴해가며 살아남기 위해 안간힘을 쓰는(Hustle) 인생과, 비록 더디고 힘겨울지라도 정도(正道)를 걸으며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나가는 인생 중 어느 쪽을 선택하겠느냐는 질문을 관객들에게 던지고 있었는데요. 얼핏보면 굉장히 쉬운 질문인 것 같지만, 전 그동안 세상 풍파를 겪으며 살다보니 '정도를 걸으며 착실하게 자신의 삶을 꾸려가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기에 영화가 끝난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깊은 생각에 잠길 수 밖에 없었답니다. ㅎ

 OST에 귀를 기울이시면 훨씬 더 영화가 재미져요~*

 

    <아메리칸 허슬>을 감상하실 때 가장 중요한 점은 귀를 쫑긋 세우는게 아닐까 싶은데요. 그만큼 각 장면마다 흘러나오는 OST를 음미하며 관람했을 때와 그렇지 않았을 때 느끼는 재미의 차이가 실로 엄청나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 어빙과 시드니가 처음 만나는 장면에서 흘러 나오는 듀크 앨링턴의 'Jeep's Blues'는 두 사람을 연결시켜 주는 공통의 관심사일뿐만 아니라 군대에서 신병을 의미하는 뜻으로 쓰이기도 하는 'Jeep'를 통해 어빙이 자신의 사기판에 시드니를 끌어들일 것임을 암시하고 있는 것으로 생각할 수 있겠구요. 어빙과 리치 그리고 시드니가 본격적으로 정치인들을 낚아가는 장면에서 흘러나오는 'Dirty Work'는 이들 세 사람이 파놓은 더러운 함정과 너무나 잘 어울리죠. 그리고 <007 죽느냐 사느냐>의 OST이기도한 'Live and Let Die'를 고무장갑낀 손으로 열창하는 로잘린의 코믹한 모습과 교차되어 보여지는 어빙의 모습은, 의도치 않게 거물 마피아 보스인 빅터 텔레지오(로버트 드 니로)까지 자신의 사기판으로 끌어들이게 된 어빙이 목숨이 위태로운 상황에 처하게 되었음을 의미하기도 하구요. 이외에도 70년대를 빛낸 다양한 장르의 노래들이 <아메리칸 허슬>의 여러 장면들과 맞물려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켜주고 있으니, 영화를 관람하실 때 반드시 OST에 귀 기울이실 것을 다시 한 번 당부드리고 싶네요. ^^

 

    전 그럼 이쯤에서 <아메리칸 허슬> 리뷰는 마치고 조만간 <찌라시:위험한 소문> 리뷰로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주말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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