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고 싶어도, 머물고 싶어도... ★★★★☆
<인사이드 르인>은 코언 형제의 영화 중 아마도 가장 쓸쓸한 풍경을 담아 낸 영화가 아닐까 하는데, 그 건 이 영화가 1960년대, 밥 딜런이 등장하기 직전의 뉴욕 포크 음악계의 언더그라운드 뮤지션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분명 재능도 있고, 열정도 있는 주인공 르윈 데이비스(오스카 아이작)의 현실은 하루 잘 곳을 찾아 헤매야 하는 빈털터리 가수 신세. 결코 호감형이 아닌, 아니 단언컨대 비호감형의 인물이다. 꼴에 자존심은 있어, 언제든지 먹여주고 재워주는 교수의 요청에 저녁 식사 자리에서 노래를 부르다가 ‘내가 광대냐’며 화를 내고 나가버리질 않나, 친구의 여자 친구를 임신시키질 않나, 아버지나 누나 등 가족과의 관계도 탐탁지 않다.
왜 이런 비호감형의 뜨지 못한 언더그라운드 포크 뮤지션이 주인공인 영화가 코언 형제 영화 중 가장 쓸쓸한 풍경을 자아내고 있느냐 하면, 그건 떠나고 싶어도 떠나지 못하고, 머물고 싶어도 머물지 못하는, 많은 사람들이 느낄 쓰디쓴 현실의 단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돈벌이가 되지 못하는 포크 뮤지션의 길은 떠나고 싶지만 쉽게 벗어나지 못할 만큼의 재능이 발목을 사로잡는다. 돈벌이가 될 수 있는 다른 직업으로의 전환은 현실적인 여러 문제들이 가로 막는다. 또는 지금껏 해 왔기 때문에 딱히 이것 말고는 할 게 없는 현실.
무대 위에 서면 어느 남자나 선망의 눈길로 바라보는 천사 같은 여가수는 무대 아래선 욕을 입에 달고 살며, 먹고 살기 위해 선뜻 몸이라도 내줘야 한다.(아마도) 그래서일까? 모욕을 당한 아내의 복수를 위해 찾아온 남자가 르위을 두들겨 패며 “우리는 떠날 테니 니들은 계속 이 시궁창이에 머물러”라고 할 때, 르윈의 표정은 속시원함과 부러움과 씁쓸함의 여러 감정을 함께 떠올리게 한다.
※ 고양이 같은 매력의 영화. 뭔가 불친절하고 제멋대로인데 그게 눈길을 계속 잡아끄는 매력.
※ 주인공이 마지막에 카페에서 나올 때 노래를 부르는 가수가 밥 딜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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