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설경구, 차승원 주연의 '광복절 특사' 시사회에 다녀왔습니다. 우선 첫 느낌은 올해 또 하나의 초대박 예감입니다.
섵부른 예측으로는 올해 한국영화중 가장 최대의 흥행을 이루지 않을까 싶은데... 이는, 한편 내심 '가문의 영광'의 기록('친구'에 이은 한국 역대 흥행 2위)을 깨주길 기대하는 바가 있기도 한 것 같습니다. '가문의 영광'을 보지도 않았으면서 무슨 심뽀인지는 모르겠지만...!
<김상진표 영화> Vs. <김상진의 힘>
예상대로라면 '주유소 습격사건'과 '신라의 달밤'에 이은 3연타석 랑데뷰 홈런쯤 되겠군요. 보셨지요? 한국시리즈에서 삼성이 랑데뷰 홈런으로 엘지를 무릎꿇게 만든 거... 엘지 팬인 저로서는 심한 충격에 빠졌습니다만, 객관적으로 보면 정말 극적인 장면이었지요. 곁으로 잠깐 샜습니다.... 암튼!
이 영화 역시 크게 보면 김상진 감독의 앞서의 두 영화와 닮은 구석이 없지 않습니다. 몇몇 친근한 얼굴들이 그러하고 작전상의 인해전술(!)인지 무더기 인물들을 등장시키는 것, 또 도대체 어떻게 수습할 생각인지 관객들로 하여금 걱정을 하게 할만큼 극한 대치상황을 만들어내는 것, 그러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국에는 아주 자연스럽게 잘 풀어내 결말짓는 것 등등... 또 한가지를 들라면 통쾌함에서 오는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하는 점까지.
그것이야말로 독특한 김상진 표이자, 김상진의 힘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또 하나는 그의 탄탄한 연출력이 아닐까 합니다.
영화의 내용은 이렇습니다. 두 수감자가 탈옥을 했는데 알고보니 다음날인 광복절에 이 둘이 광복절특사로 애당초 나오게 되어있었고 따라서 다시 들어가는 소동을 벌인다..... 영화보러 가는 사람들을 생각해서 '스포일러'성이 아니더라도 웬만해선 내용을 잘 말하지 않곤 합니다만, 이야기를 하는 것은 이 정도는 이미 다 알고있는 내용일 것이라 생각한 때문입니다.
우쨌든, 허무맹랑하고 황당한 이 간단한 소재를 가지고 그것도 장르가 코믹물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허술하지 않고 탄탄하게 이야기를 끌어내는 것은 그가 가진 힘이자 독특한 그의 무기가 아닐 수 없게 여겨지는군요. 강우석 감독밑에서 꽤 오래 훈련받은 영향일 수도 있겠지요. 또 곁다리 이야기지만, 이 영화도 강감독의 시네마 서비스에서 투자와 배급을 했더군요. 잘키운 이 후배감독 덕에 또한번 돈방석에 앉을지도 모를 일이겠습니다.
'김상진의 힘'에 대해 한가지 예를 더 들라면, 그의 탁월한 캐릭터와 배우에 대한 캐스팅입니다. 그의 영화의 인물들은 항상 살아있고 따라서 출연한 배우들은 모두 크게 주목을 받게 되기 마련입니다. '주유소'에서의 유오성, 이성재, 유지태, 강성진 모두 떴구요. 많은 조연 캐릭터들과 비중이 적었던 이요원과 하물며 구마적 이원종, 김수로 등도 이 영화에서부터 인기몰이가 시작되었다고 봅니다. 전! 그런가하면, 차승원도 그의 영화에서부터(신라의 달밤) 비로소 영화판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정말 봐줄만 합니다. Two Thumbs Up!!!
기회가 되면 영화를 위해 돈주고 다시 또 보러갈 용의도 생기는군요. 이렇듯 호들갑을 떠는건 음료수까지 제공해주면서 시사회의 기회를 준데 대해 도의적으로 영화홍보에 입소문이라도 내야겠다는 생각에서 뿐만아니라 이런 순발력과 재치, 탄탄한 연출력, 자신만의 분야에서 탁월한 내공을 선보이는 감독과 배우들에 대한 경의(!)의 차원에서랍니다.
뱀다리... 홍콩의 서극감독마냥 김상진 감독도 자기 영화에 까메오로 출연하는 것을 꽤나 즐기는 모양입니다. 이 영화에서도 아주 후반부에 잠깐 등장하는데 김감독의 얼굴을 안다면 꽤나 웃을 수 있겠구요. 얼굴 모르시는 분들은 혹 후반부에 웃을 장면이 아닌데 객석 곳곳에서 웃음이 터져나오면 그인줄 알면 될겝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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