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치하고 그로테스크 한 모노톤의 판타지 드라마 / 15세 관람가 / 93분
리처드 아요데 감독 / 제시 아이젠버그, 미아 와시코브스카..
개인적인 평점 : 7점(IMDB평점 : 6.6점, 로튼토마토지수 : 82%, 9월28일 기준)
안녕하세요? 다들 즐거운 주말 오후 보내고 계신가요? 오늘은 어제(27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더블:달콤한 악몽> 이야기를 해볼께요.
러시아의 대문호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각색한 <더블:달콤한 악몽>은 영국의 배우겸 감독인 리처드 아요데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인데요. 지난 2011년, 자신의 장편 데뷔작인 <서브마린, 로튼토마토지수 86%>을 통해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2011년 최고의 드라이 코미디 영화'라는 극찬을 받은 바 있는 리처드 아요데 감독이, 과연 도스토예프스키의 '분신'을 어떤 식으로 스크린에 담아냈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암울하고 우울한 일상 속에 난데 없이 등장한 또 다른 나!!
줄거리 허구한 날, 상사와 동료들에게 무시당하는 것도 모자라, 생전 처음 만나는 낯선 이에게까지 업신여김을 당하는 것은 부지기수요, 만지는 기계마다 고장나 버리기 일쑤인 우울한 인생 사이먼 제임스(제시 아이젠버그, 이하 사이먼)는 오랫 동안 짝사랑 해온 한나(미아 와시코브스카)에게도 말 한 마디 제대로 건내지 못하는 극초식남이죠.
그렇게 꿈도 희망도 생기도 없이 무기력하기만 하던 사이먼의 삶은, 어느 날 외모는 자신과 똑같지만 성격은 정반대인 신입사원 제임스 사이먼(제시 아이젠버그, 1인2역, 이하 제임스)이 나타나게 되면서 크게 흔들리기 시작하는데요. 과연, '또 다른 나'와 만나게 된 사이먼에게는 앞으로 어떤 일들이 벌어지게 될까요?
★ <더블:달콤한 악몽> 예고편 ★
하루종일 햇빛 한 번 비추지 않는 암울한 도시, 귓가에서 끊임 없이 울려 퍼지는 정체불명의 기계음, 무채색 위주의 의상을 입고 무표정하게 서로를 바라보는 사람들에 이르기까지 <더블:달콤한 악몽>은 모노톤의 복고풍 미장센으로 가득 채워져있는데요. 게다가 그 같은 모노톤의 복고풍 미장센 속에서 벌어지는 사건들이라고는 하나 같이 기괴하고 키치한 것들 뿐이죠.
아마 여기까지만 읽어보셔도 다들 <더블:달콤한 악몽>이 어떠한 작품일지 대충 감이 오시지 않을까 싶은데요. 네, <더블:달콤한 악몽>은 대중성과는 철저하게 담을 쌓고 있는 복고풍의 그로테스크 판타지 영화였답니다. ㅎㅎ
독특한 미장센과 키치한 블랙코미디적 감성이 인상적인 작품
앞서 말씀드린 것 처럼, 일반적인 상업 영화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있어서 <더블:달콤한 악몽>은 괴짜스러운 말투로 지루하게 떠들어 대는 기괴한 영화로만 느껴질 가능성이 아~주아주 높은 작품인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더블:달콤한 악몽>을 지배하고 있는 바로 그 기괴함을 곱씹어 음미해 보신다면, 상업영화에서는 맛 볼 수 없는 독특한 재미를 느끼실 수 있답니다. ^^
표면적으로 <더블:달콤한 악몽>은 소심하고 무기력한 사이먼과 화려한 화술과 매력적인 미소를 지닌 제임스 사이에 벌어지는 갈등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그 두 사람의 갈등을 좀 더 깊이 들여다 보시면 타성에 젖어 기계처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 대한 질책을 읽으실 수 있는데요. 그뿐만이 아니라, <더블:달콤한 악몽>은 일반인이 아닌 '대령'을 기업의 총수로 설정해 놓음으로써 대중 위에 군림하는 재벌들을 비꼰다던지, 맡은 바 임무에 묵묵히 최선을 다하고 사랑에 임함에 있어서는 번지르르한 말보다 진심을 쏟는 사이먼이 정작 직장에서는 천대 받고 한나에게는 괄시 받는 대신, 화려한 언변을 지닌 제임스가 일과 사랑 모두에서 승승장구 해가는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언제부터인가 그 사람의 진심보다 외양만을 중시하게 된 요즘의 세태를 꼬집는 등 영화 곳곳에 깨알 같은 풍자들을 녹여내고 있죠.
그러나 한편으로는 리처드 아요데 감독의 집요하다 싶을 정도의 미장센에 대한 집착과 채 다듬어지지 않은 스토리텔링 등은 아직은 그가 다듬어야 할 부분이 많다는 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기도 했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더블:달콤한 악몽>을 통해 자신만의 독특한 심미관과 범상치 않은 블랙코미디적 감성을 보여준 리처드 아요데 감독인 까닭에, 개인적으로는 그의 차기작이 기대되는 것이 사실이기도 하네요. ^^
리처드 아요데 감독이 왜 '영국의 웨스 앤더슨'이라 불리는지를 보여준 영화
일찍이 <더블:달콤한 악몽>은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모노톤의 웨스 앤더슨 무비'라는 평가를 받은 바 있는데요. (리처드 아요데 감독은 장편 데뷔작인 <서브마린> 또한 해외 평론가들로부터 '웨스 앤더슨이 떠오른다'는 평가를 받은 바 있답니다.) 실제로 영화를 보시면 아실 수 있겠지만, 작품 전반에 걸쳐 강하게 느껴지는 모노톤의 미장센에 대한 리처드 아요데 감독의 편집증적인 집착과 키치한 블랙 코미디 감성 등으로 인해 자연스레 웨스 앤더슨 감독의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이 떠오르기 때문이죠. 그런 이유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영화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더블:달콤한 악몽>도 재밌게 즐기실 수 있지 않을까 싶네요. ^^
개인적으로는 모노톤의 미장센 속에서 환한 빛을 뿜어내고 있었던 제시 아이젠버그의 열연이 특히 인상적이었던 <더블:달콤한 악몽>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관람 예정인 마이클 패스벤더의 <프랭크>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남은 주말 즐겁게 보내시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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