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공감하기 힘든 어투로 부성애를 말하고 있었던 드라마 / 15세 관람가 / 127분
이해준 감독 / 설경구, 박해일, 윤제문, 이병준.. / 개인적인 평점 : 5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지난 일요일(2일) 롯데시네마 프리미엄칠곡에서 관람하고 온 <나의 독재자> 이야기를 해볼께요. ^^
<나의 독재자>는 지난 2006년, 유쾌하고 독특한 퀴어무비 <천하장사 마돈나>로 데뷔하신 이해준 감독께서, 역시나 독특했던 코미디 영화 <김씨표류기>에 이어 5년만에 연출과 각본을 맡아 완성하신 작품인데요. 일각에서는 마치 <나의 독재자> 속 이야기가 모두 사실인 것 처럼 잘 못 알려져 있지만, 실제로는 이해준 감독님께서 남북정상회담 리허설 당시 김일성의 대역이 있었다는 기사에서 모티브를 얻어 시나리오를 구상한 픽션이죠. ^^
개인적으로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연기파 배우인 설경구씨와 박해일씨가 <나의 독재자>를 통해서야 비로소 처음으로 연기 호흡을 맞추게 되었다는 점 때문에 꽤나 관심이 생겼던 작품이었는데요. 과연, 감독 데뷔 이후, 단 한 번도 100만 관객 돌파에 성공하지 못한 이해준 감독님께 첫 100만 돌파라는 선물을 안겨줄 수 있을 만한 <나의 독재자>였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ㅎ
■ 이해준 감독님 필모그래피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하였음을 밝힙니다.
대통령의 리허설 파트너로 발탁된 무명 연극 배우의 이야기
줄거리 7.4 남북공동성명 발표로 인해 남북 분단 이후 처음으로 남북정상회담이 열리게 될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이 팽배한 1972년의 대한민국. 이 같은 시대의 조류와는 무관하게 삼일극장에서 허드렛일을 하며 8년째 무명 연극 배우 생활을 이어오고 있던 김성근(설경구)은 어느 날, 대기실로 찾아온 허교수(이병준)로부터 오디션을 주선 받게 되는데요. 작품명도 배역도 모른체 합격에 대한 간절함 하나만으로 오디션에 참석한 성근은 우여곡절 끝에 덜컥~ 오디션에 최종 합격까지 하게 되죠. 그리고 그제야 성근은 오디션의 배후인 오계장(윤제문)으로부터 자신이 '조국과 민족을 위한 위대한 연극'의 주인공으로 발탁되었다는 소식을 전해 듣게 되는데요. 과연, 이들의 연극은 어떻게 막을 내리게 될까요?
★ <나의 독재자> 예고편 ★
제가 보고 느낀 <나의 독재자>는 간단히 말해, 자식에게 만큼은 자랑스러운 존재로 기억되고 싶었던 아버지와 그런 아버지에 대한 오해가 쌓이고 쌓여 마침내는 미움이 되어버린 아들이 뒤늦게나마 서로에 대한 진심과 사랑을 확인하게 되는 이야기를 통해, 관객들로 하여금 내 아버지의 사랑을 떠올리며 가슴을 먹먹해지게끔 만들려는 의도를 숨김 없이 드러내고 있는 작품이었는데요. 하지만 <나의 독재자>의 의도가 그렇게 눈 앞에 뻔히 보임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제 가슴에는 전혀 와닿지가 않더라구요. ^^;;
우리네 아버지들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내고 있는 드라마
<나의 독재자>를 보면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건, 우리 나라의 아픈 현대사를 작품의 내러티브와 절묘하게 결합시켜놓은 점이었는데요. 7.4 남북공동성명에서부터 우리나라 공포정치의 상징이었던 중앙정보부, 유신헌법 공포, 급속한 경제성장의 어두운 이면을 상징하는 분당 재개발에 이르기까지 우리 현대사의 슬픈 단면들을 성근과 태식의 사연속에 자연스럽게 녹여낸 모습이라던지, 리어왕의 그림자와 성근을 오버랩시킨 마지막 장면등을 보면서, 전 자연스레 '이해준 감독님이 시나리오 작업에 공을 많이 들이셨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더라구요.
그렇게 <나의 독재자>는 격동의 70~90년대를 거쳐온 성근이라는 인물을 통해 대한민국의 일반적인 아버지상을 그려내고 있었는데요.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무명배우일 뿐이지만 불평불만 없이 묵묵히 자신의 맡은 바 임무를 성실히 수행하고, 정작 본인은 굶을지언정 내 가족 만큼은 배부르게 먹이고 싶은 성근의 모습 등은 다름 아닌 우리 아버지들의 모습 바로 그 자체였죠.
하지만 저에게 있어 <나의 독재자>는 대한민국의 아픈 현대사라는 팩트와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을 상징하는 성근의 픽션을 결합시키는 것에만 지나치게 힘을 쏟은게 아닌가 싶은 생각을 하게끔 만드는 작품으로 느껴졌었는데요. 다시 말해, <나의 독재자> 속에는 우리네 아버지들을 떠올리게끔 만드는 이미지들만 가득했을 뿐, 정작 그 이미지들을 자연스럽게 연결시킴으로써 관객들로부터 공감대를 이끌어낼 스토리는 너무나 엉성하고 또 부실하기까지 하더라구요. ^^;;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데, 가슴으로는 전혀 공감할 수 없었던 <나의 독재자>
개인적으로 <나의 독재자>를 보고난 후, 가장 먼저 들었던 생각은 '굳이 정신줄을 놓아버린 김일성 대역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아버지들의 부성애를 그려낼 필요가 있었나?'하는 것이었는데요. 다른 분들은 어떠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고 느낀 <나의 독재자>는 부성애를 말하기 위해 수단으로 김일성의 대역 이야기를 사용했다기보다는, 김일성의 대역 이야기에 억지로 부성애를 끼워 맞춘, 주객이 전도된 작품이었거든요. 차라리 다소 식상할지라도 관객들이 좀 더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와 스토리를 사용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두고두고 남을 <나의 독재자>였었네요.
손익분기점이 대략 200만명으로 추정되는 <나의 독재자>는 어제(3일)까지 29만6,446명의 누적관객수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는데요. 이런 페이스라면 롯데라는 든든한 뒷배를 감안한다 하더라도 100만 돌파도 힘겨워 보이는게 사실인 <나의 독재자>네요. ^^;;
전 그럼 이쯤에서 비일상적 이야기를 이용해 억지로 일반적인 공감대를 쥐어짜내려고 하고 있었던 <나의 독재자> 리뷰는 마치도록 할께요. 모두들 부쩍 추워진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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