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을 움직이진 못하지만 눈은 홀린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다니지 않았더라도 모세와 관련한 얘기들을 어느 정도는 알고 있을 겁니다. 이집트 왕자였던 모세의 출애굽, 이집트에 닥친 10대 재앙, 홍해의 갈라짐, 10계명의 탄생 등. 1956년작 찰톤 헤스턴, 율 브린너 주연의 <십계>와 내용적으로는 동일합니다. 그런데 기독교인들이 황홀해했던 <십계>에 비해 과연 <엑소더스>를 보고 기독교인들이 만족할지는 의문입니다.
왜냐면 <엑소더스>에서의 기독교 신 묘사는 좀 묘한 구석이 있습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매우 졸렬하고, 옹졸하며, 조물주라고 보기엔 능력도 부족해 보이고, 잔인하기까지 합니다. 아무 것도 모르는 어린아이를 희생시켜야만 했을까요? 실제에서건 영화에서건 죄 없는 아이들이 죽어 나가는 걸 편히 볼 수는 없지요. 세월호 참사를 보고 ‘신의 심판이다’고 개소리하는 작자들은 이런 장면에서도 같은 걸 떠올릴지 모르겠지만요.
어쨌거나 이 영화를 보고 과연 기독교인들이 비기독교인에게 자신의 신을 긍정적으로 얘기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아마 전도를 위해 영화를 본 사람이라면 실망했을 거라고 믿고 싶군요. 그러니깐 <십계>와 비교하면 <엑소더스>는 신의 역할이나 역량은 대폭 줄어들고 대부분 인간들의 이야기로 출애굽을 그립니다.
그럼에도 이야기에서도 딱히 마음을 흔들리게 하는 지점은 없습니다. 모세와 람세스의 관계에서 긴장감은 보이지 않고 위기국면에서도 별 위기의식은 느껴지지 않습니다. 모세와 가족의 관계에서 절절함은 새어나오지 않구요. 배우들도 전반적으로 좀 딱딱하고 전형적인 연기를 하고 있는데, 이건 배우들의 문제라기보다 연출의 문제로 보입니다(대표적으로 시고니 위버).
그럼에도 이 영화를 극장, 그것도 가급적 마스킹을 해주는 거대한 스크린으로 봐야 할 이유는 압도적인 이미지 때문입니다. 이집트에 닥친 재난 상황이라든가 몇 차례의 전투 장면들, 유대인들이 단체로 이동하는 장면 등은 한마디로 장관입니다. 정말 눈을 홀릴 정도로요.
※ 아마도 리들리 스콧은 신이 아니라 모세의 정신병적 상상력에 기반한 이야기처럼 보여주고 싶었던 것일지도 모릅니다.
※ 근데 저 당시 유대인들이 이집트에서 노예생활을 했을 때 정말 저런 고난과 핍박을 받았을까요? 여러 가지 정보로 보면 이집트의 노예들은 일종의 계약서를 작성하고 임금과 시간외 수당을 받고, 적당한 휴식을 보장받는 등의 오늘날 노동자와 비슷한 대우를 받으며 피라미드를 건설했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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