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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로 산다는 것에 관한 흥미로운 관조 버진 스노우
jojoys 2014-12-11 오후 5:22:35 1462   [0]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우리 모두가 겪고 있는 삶의 모순에 관한 독특한 견해가 꽤나 흥미로웠던 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91분

그렉 아라키 감독 / 쉐일린 우들리, 에바 그린, 크리스토퍼 멜로니..

개인적인 평점 : 6.5점(IMDB평점 : 6.6점, 로튼토마토 지수 : 48%, 12월12일 기준)

 

    안녕하세요? 며칠 동안 날씨가 따뜻해졌다 싶더니, 또 다시 동장군이 칼바람을 몰고 와서 추워져버렸네요. 추운건 정말 싫어요. ㅠ.ㅠ 오늘은 어제(10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버진 스노우> 이야기를 해볼려고 하는데요.

 

    지난 10월 24일, 북미에서 4개의 상영관으로 제한 상영을 시작했던 <버진 스노우>는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로라 카쉬스케의 동명 소설을 몽환적인 미장센을 통해 효과적으로 스크린으로 옮겨낸 작품'이라는 호의적인 평가와 '지나치게 잦은 플래쉬백으로 관객들을 멘붕에 빠뜨리는 괴상한 영화'라는 혹평이 팽팽하게 맞서면서, 로튼토마토 지수 또한 호평과 혹평이 정확하게 반으로 갈려진 48%를 기록하고 있는 작품이죠.

    자, 그럼 과연 전 <버진 스노우>​를 어떻게 보고 왔을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어느 날 갑자기 엄마가 사라져버린 열일곱 소녀의 이야기

 

줄거리 1988년 가을, 캘리포니아주에 위치한 조용한 도시 로마린다에서 자상한 아빠 브록(크리스토퍼 멜로니)과 가정적인 엄마 이브(에바 그린)와 함께 살고 있던 열일곱 소녀 카트리나 코너(쉐일린 우들리, 애칭 캣)는 또래의 아이들이 다들 그렇듯 반항기를 가득 머금고 있는 사춘기 소녀인데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아빠로부터 엄마가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다는 이야기를 전해 듣게 된 캣은 엄마가 잠시 가출했을 뿐이라 생각하며 대수롭지 않게 받아들였지만, 그 날 이후로 두 번 다시 엄마의 모습은 볼 수 없게 되고 말죠. 그리고 캣은 엄마가 사라진 그 날부터 눈보라 속에서 엄마를 애타게 부르며 헤매는 이상한 꿈을 자주 꾸게 되는데요. 과연, 캣의 엄마 이브는 어디로 사라져버린 것 일까요? 그리고 캣의 꿈은 과연 어떤 의미가 담겨져 있는 걸까요?

 

★ <버진 스노우> 예고편 

 

    로라 카지스키소설 'White Bird in a Blizzard'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버진 스노우>는(원제는 소설과 같은 <White Bird in a Blizzard>입니다.) '어느 날 갑자기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 엄마와 이상한 꿈을 반복해서 꾸는 딸'이라는 설정만 봤을 때는, 뻔하디 뻔한 치정 스릴러를 떠올리게 되는 작품이었는데요. (제가 미처 원작 소설을 읽어보질 못한 탓에 그랬던 것도 있겠지만요. ^^;;) 하지만 제가 실제로 극장에서 만나 본 <버진 스노우>는 이브의 실종 사건에 초점을 맞춘 스릴러이기보다는, 이브와 캣의 삶을 통해 기술되고 있었던 '여자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이색적인 견해에 집중하고 있는 심리드라마에 가까운 작품이더라구요. ^^


제목 하나만으로 두 여자의 삶을 상징적으로 담아낸 <버진 스노우>

 

    전 영화를 보기 전, <버진 스노우>의 원제인 'White Bird in a Blizzard', 즉 '눈보라 속의 하얀 새'라는 제목이 과연 무슨 의미를 담고 있는 것인지 굉장히 궁금했었는데요. 저의 그러한 궁금증은 영화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해결되더라구요. ^^

 

    '눈보라 속의 하얀 새'라는 제목은 작품속에서 보여지는 이브와 캣의 삶을 효과적으로 함축해 보여주고 있는 문장이었는데요. 엄마인 이브가 사라져버린 후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행동하지만, 실제로는 엄마를 잃은 슬픔을 잊게 해줄 무언가를 찾기 위해 술과 담배 그리고 섹스에 집착하게 되는 캣의 모습은 마치 눈보라에 휘말려 어찌할 바를 모른 채 이리저리 방황하는 가엾은 하얀 새의 모습과도 같았구요. 가사와 육아에 메달려온 20여년의 결혼 생활 끝에 남은 것이라고는 누군가의 아내, 누군가의 엄마라는 타이틀 뿐, 정작 오롯이 자신만의 존재감은 희미해져 버린 이브의 모습은 새하얀 눈보라 속에 파묻혀 있는지 없는지 조차 알 수 없게 되어버린 하얀 새의 모습 그 자체였죠.


우리 모두가 겪고 있으면서도, 전혀 깨닫지 못했던 삶의 모순에 관한 흥미로운 관조

 

    제가 <버진 스노우>를 관람하면서 가장 흥미로웠던 점은, 다름 아닌 우리 모두가 매일매일 겪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깨닫지 못하고 있는 삶의 모순에 대한 독특한 고찰었는데요. 우리 모두는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 죽음을 맞이하는 그 날까지 끊임 없이 누군가로부터 '남자다울 것'과 '여성스러울 것'에 관한 압력을 받기도 하고, 또 누군가에게 압력을 넣기도 하며 살아가지만, 정작 이 같은 문제에 대해 심각하게 고민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 태반이죠. 아니, 아예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고 있는 사람조차 거의 없지 않을까 싶은데요. <버진 스노우>는 이처럼 우리가 미처 생각치도 못했던 삶의 모순에 대한 흥미로운 견해를 캣과 이브의 삶을 통해 관조하고 있는 독특한 주제를 지닌 심리드라마더라구요. ^^

 

    <버진 스노우>는 여성 작가가 쓴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답게 여성을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가고 있었지만, 그 속에 담겨진 삶에 대한 관조는 성별을 막론하고 우리 모두에게 똑같이 적용되는 것들이었는데요. 가사와 육아라는 여성으로써의 기본적인 역할에 지독한 염증을 느끼면서도 한편으로는 아름다움과 젊음이라는 지극히 여성스러운 고민에 집착하는 이브, 그리고 여성들에게는 터부시 되는 것(술, 담배, 섹스)들을 탐닉하며 누군가 자신에게 그 같은 문제를 지적하면 '여자는 왜 안돼?'하는 식으로 달려들면서, 정작 본인은 테오 형사의 마초적인 매력에 끌려 그에게 여성스러움을 어필하며 잠자리를 애원하는 캣처럼 작품속에서 모순적인 행태로 그려진 그녀들의 모습은, 누군가로부터 성별에 맞게 행동할 것을 지적받으면 심한 거부감을 느끼면서도, 본인 또한 누군가에게 똑같은 지적을 일삼고 자신의 성적 매력에 집착하는 등의 모순적인 삶을 살고 있는 우리들의 모습을 적나라하게 투영하고 있더라구요. ㅎㅎ


흥미로운 주제를 따라가지 못한 영화적 완성도가 아쉬울 따름.. ^^;;

 

    이처럼 <버진 스노우>가 담아내고 있었던 삶의 모순에 대한 독특한 관조는 개인적으로 꽤나 흥미진진했지만, 이를 영화적으로 풀어내는데 있어서는 커다란 아쉬움이 남기도 했었는데요. 캣과 이브를 통해 그려지고 있었던 삶의 모순에 대한 심리드라마가 이브의 실종 사건을 다룬 미스테리와 좀처럼 자연스럽게 어울리지를 못하면서, 결과적으로는 작품의 전체적인 내러티브가 방향성을 잃은 채 이리저리 표류하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었거든요. ^^;; 한마디로 말해, 엉성한 플롯(구성)과 스토리 때문에 흥미로운 주제가 효과적으로 표현되지 못한 작품이었달까요?

 

    하지만 잦은 노출까지 불사하며 <다이버전>에서 보여졌던 여전사나 <안녕, 헤이즐>에서 열연을 펼친 난치병에 걸린 씩씩한 소녀 등과는 전혀 다른 도발적인 매력을 스크린 가득 발산한 쉐일린 우들리의 진일보한 연기력은 저에게 충분히 강한 인상을 남겨주기도 했었네요. ^^

 

    삶의 모순에 대한 흥미로운 관조와 함께 두 가지 재밌는 반전(1. 노출 없는 에바 그린, 2. 고정관념을 교묘히 활용한 반전) 덕분에 나름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던 <버진 스노우>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관람 예정인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추운 날씨에 감기 조심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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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진 스노우(2014, White Bird in a Blizz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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