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가 처음이고, 어디가 끝인가? ★★★☆ 시간여행을 다룬 가장 과학적인 영화는 놀랍게도(?) <인터스텔라>입니다. 영화를 통해 많이 알려졌다시피 아인슈타인의 상대성이론에 의해 빛의 속도에 가까워질수록 우주선 안에서의 시간은 느려지며, 빛의 속도와 동일하게 되면, 시간은 정지합니다. 물론 그 경우 질량이 0이 되므로 질량보존의 법칙에 위배되는 해가 나오므로 현실에서 그런 물질을 찾을 수는 없을 것입니다. 빛의 속도보다 빠른 경우 시간은 반대로 흐를 수 있지만 질량이 (-)가 되어야 합니다. 그러므로 과거로의 여행은 불가능하며, 영화가 아무리 과학적 근거를 대며 이야기를 풀어간다고 해도 과거로의 시간여행은 아직은 환상 속에서만 가능하죠. 그러나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에 의해 미래로의 여행은 가능합니다. 영화에서처럼 미래의 자신과 만나는 건 불가능하지만, 생물학적 나이를 뛰어 넘어 먼 미래를 경험할 수 있다는 얘기죠. 바로 <인터스텔라>처럼 말입니다. 쌍둥이 패러독스, 쌍둥이 중 한 명이 우주여행을 하고 돌아왔을 때 지구에 남아있는 쌍둥이는 나이가 훨씬 많이 먹게 되는 현상입니다. <타임 패러독스>의 원작은 1958년에 출간된 로버트 앤슨 하인라인의 <All You Zombies>라는 짧은 단편인데, 시간여행과 관련한 아주 극단적인 설정을 담은 소설이라고 하며, 영화는 이 소설의 충실한 각색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정도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백 투 더 퓨쳐>같은 아주 대중적인 SF 영화만 해도 시간여행 패러독스는 차고 넘칩니다. 처음 <백 투 더 퓨쳐>를 봤을 때 들었던 의문은, 주인공이 과거를 바꾼 후 현재로 돌아왔는데, 자신은 정작 그 과거로부터 이어져 온 현재를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이었죠. 자신이 바꾼 과거로 인해 아마도 사는 집, 사귄 친구를 포함해 자신을 둘러싼 환경이 변화했을 텐데 그걸 모르고서야 어떻게 현재로 돌아와 적응하며 살아갈 수 있을까? 또는 변화된 과거에 적응하며 살아온 자신은 어디에 있는 것인가? 이런 의문들이 끝도 없이 이어졌죠. <타임 패러독스>는 마치 대단한 액션이 겸비된 시간여행 영화로 홍보되고는 있지만, 내용이라든가 형식으로 볼 때 일종의 소품과 같은 영화인데, 꼼꼼히 뜯어보면, 아니 그냥 봐도 말이 안 되는 영화입니다. 제목처럼 시간여행과 관련한 자가당착적 상황이 극단적으로 부각되어 있죠. 대체 처음은 어디이고 끝은 어디일까요? 뫼비우스 띠처럼 연결된 순환고리는 놀랍다는 착각을 안겨주기는 하지만, 그 이상 나아가지는 않습니다. 그보다 오히려 제 눈길을 더 끌었던 건, 성적 소수자 내지는 제2의 성에 대한 포용적인 관점에서의 이야기 전개였습니다. 영화를 본 직후엔 자신 혐오 내지는 연민이라고 생각했다가, 자기 혐오는 아니라고 바뀐 게 바로 이 부분 때문이었습니다. 자기 혐오라고 한다면 그 부분을 영화에서처럼 이해하고 수용하려는 자세로 표현하진 않았을 테니깐요. 마지막으로 이 영화에서 가장 빛이 나는 건 사라 스누크였습니다. 처음 등장할 때부터 여성과 남성의 양면성을 동시에 표현하는 얼굴, 여자로서의 부드러움과 남성으로서의 강인함이 동시에 표현되는 그 매력으로 눈길을 끌었죠. 찾아보니 <타임 패러독스>는 제가 처음 본 사라 스누크의 영화였습니다. 앞으로 찾아 볼 배우 명단에 오르는 순간이었습니다. ※ 사라 스누크의 얼굴에서 조디 포스터가 떠오르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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