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알맹이는 없고 껍데기만 있었던 모사 느와르 / 청소년 관람불가 / 135분
유하 감독 / 이민호, 김래원, 정진영, 한재영.. / 개인적인 평점 : 3점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21일) 메가박스 북대구에서 관람하고 온 <강남 1970>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말죽거리 잔혹사>, <비열한 거리> 등을 연출하신 유하 감독님이 <하울링> 이후 3년만에 내놓으신 <강남 1970>은 걸그룹 AOA의 멤버인 설현양의 스크린 데뷔작이라는 점 때문에 수 많은 삼촌팬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고 있는 작품이기도 한데요. 전국 매출액을 기준으로 2012년 국내 영화시장 점유율 2위를 기록했었지만 2013년엔 4위, 그리고 2014년 6위로까지 밀려나고 만 쇼박스가 재도약을 위해 100억원의 제작비를 쏟아부으며 야심차게 제작한 영화이기도 하죠. (참고로, <강남 1970>의 추정손익분기점은 300만 초반입니다.)
■ 유하 감독님의 필모그래피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입니다.
※ 각 데이터는 1월21일까지 집계된 수치이며, (S)는 서울관객입니다.
■ 매출액 기준 최근 3년간 국내 영화시장 점유율 순위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입니다.
과연, 유하 감독님이나 쇼박스의 기대처럼 재도약의 기회를 안겨줄 수 있을 만한 <강남 1970>이었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내 집 하나 가지는 것이 꿈이었던 의형제의 엇갈린 운명
줄거리 어린 시절 고아원에서 만나, 없는 형편임에도 불구하고 서로를 의지하며 친형제처럼 자란 김종대(이민호)와 백용기(김래원)는 우연히 남순철파의 2인자인 강길수(정진영)와 함께 민주평화당 전당대회를 때려부수는 정치깡패로 동원되었다가 서로 헤어지는 신세가 되고 마는데요.
그로부터 3년의 시간이 지난 1970년, 조직 생활을 정리하고는 서울로 올라와 화양세탁소를 운영하며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려는 길수네 집에 머물며, 길수 모르게 근근이 건달 생활을 이어가던 종대는 민마담(김지수) 밑에서 땅투기 일을 돕던 와중에 명동 양기택(정호빈)파의 행동대장이 된 용기와 재회하게 되지만, 3년이라는 시간은 두 사람을 예전과는 전혀 다른 사람으로 만들어버리고 말았죠. 과연, 종대와 용기는 예전처럼 뜨거운 우정을 나누는 사이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요?
★ <강남 1970> 예고편 ★
다른 관객분들은 어떻게 보셨는지 모르겠지만, 제가 보고 느낀 <강남 1970>은 (아직 2015년이 11개월 넘게 남았음에도 불구하고) 감히 2015년 최악의 한국영화 중 한 편으로 꼽아도 전혀 손색이 없을 영화였는데요. 최근 몇 년을 되돌아보더라도 100억원의 제작비를 투입하고도 이처럼 무미건조하고, 산만하며, 특색 없는 이야기를 들려주는 영화는 좀처럼 떠오르지가 않으니까 말이죠. ^^;;
<황제를 위하여>는 제작비라도 적었지.. 이건 뭐.. ^^;;
<강남 1970>은 간단히 말해 1970년대 버젼의 <황제를 위하여, 제작비 28억원>라고 생각하시면 될 듯 한데요. 작품 자체보다는 이태임씨의 노출만이 화제가 되었던 <황제를 위하여>가 겉멋만 잔뜩 들어간 대사와 영상, 피칠갑의 사시미질과 베드씬만 있었을 뿐 조악하기 이를데 없는 내러티브 일변도의 영화였던 것 처럼, <강남 1970> 또한 무의미하게 이어지는 도끼질과 칼질, 총질을 비롯해 스토리 전개에 필요한 것 이상으로 과하고 민망했던 이연두, 김유연씨의 노출 장면, 여기에 지나치게 잦은 슬로우 화면과 느와르풍의 미장센, 필리핀 가수 프레디 아길라의 '아낙(Anak)' 등의 OST를 억지로 버무려냄으로써 어떻게든 느와르의 느낌을 만들어내려고 애를 쓰고 있었죠. 결국은 애만 쓰다가 끝나고 말았지만 말이에요. ^^;;
사실 <강남 1970>의 모티브가 된 '남서울 개발계획'은 작품 속 수 많은 칼부림과 베드씬을 위한 핑계거리에 지나지 않았는데요. 물론, <강남 1970>은 영화 초반 종대가 민마담 밑에서 일을 하며 땅투기 수법을 배우는 과정이라든지, 강남땅을 차지하기 위해 극중 인물들이 펼쳐나가는 갈등과 배신 등을 통해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에 대한 이야기들을 말하려고 나름의 노력은 기울이고 있었지만, 종대와 용기의 이야기를 비롯해 중앙정보부 김부장(엄효섭), 서태곤 의원, 박승구 의원의 알력다툼, 여기에 장덕재, 양기택, 남순철 등이 관련된 조폭싸움과 용기와 주소정(이연두)의 위험한 로맨스, 길수의 딸 선혜(설현)를 향한 종대의 아가페적인 사랑, 그리고 제비 춘호(이석)와 민마담 등이 연관된 여러 에피소드 등과 같이 너무 많은 이야기와 캐릭터들을 작품 속에 나열하고 있었던 탓에 전체적인 스토리의 깊이도 꽤나 얕아질 수 밖에 없더라구요. 즉, 간단히 말해 얽히고설킨 극중 인물들의 관계를 관객들에게 이해시키는데에는 성공했지만, 그들 사이를 너무 산만하게 오간 탓에 결국 칼부림과 노출뿐이었던 내러티브로 인해 관객들의 공감을 끌어내는데에는 실패했다고나 할까요?
평소 제 리뷰를 읽어보셨던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개인적으로 아무리 재미없게 본 영화라 할지라도 리뷰의 서두는 항상 칭찬으로 시작하려고 노력하는데, <강남 1970>은 도무지 칭찬할 거리가 떠오르질 않네요. ^^;;
결국에는 칼부림과 노출만이 전부였던 100억짜리 조폭영화 <강남 1970>
그렇다고 해서 <강남 1970>을 통해 인간의 탐욕스러운 욕망에 대한 이야기를 펼쳐내고자 하셨던 유하 감독님의 연출 의도가 전혀 읽히지 않는 것은 아니었는데요. 하지만 인간의 탐욕을 설명하는데 있어서 피칠갑의 칼부림과 민망한 베드씬 외에도 그들의 탐욕의 이유를 관객들에게 충분히 납득시킬 수 있는 행간의 스토리들이 필요한 법인데, <강남 1970>은 그러한 행간의 스토리들은 깔끔하게 생략한 채 과도한 폭력과 노출만을 무한 반복하고 있었던 탓에 개인적으로는 135분의 러닝타임이 마치 억겁의 시간처럼 느껴졌었네요. 아참, 유하 감독님께서 '제2의 엄정화가 될 것이다'라고 호언장담하시길래 개인적으로 혹시나 했다가 역시나 싶었던 설현씨의 발연기는 다행스럽게도 설현씨의 분량 자체가 극히 미미했던 덕분에 크게 문제되진 않았답니다. ^^;;
개봉 첫 날, 15만2,573명의 압도적인 스코어로 당당히 일일 박스오피스 1위에 오른 <강남 1970>이 과연 그 기세를 끝까지 이어갈 수 있을지 굉장히 관심이 가네요. 음, 저만 <강남 1970>에게 엄청 실망한걸까요?? ㅎㅎ
■ 1월21일 국내 일일 박스오피스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을 참고한 것입니다.
느와르 흉내를 내는 껍데기만 있을 뿐, 정작 알맹이는 없었던 <강남 1970>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존 윅>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편안한 저녁 시간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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