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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은 사건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낸 심리드라마 폭스캐처
jojoys 2015-02-11 오후 1:50:18 17633   [1]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인물 간에 흐르는 미묘한 감정의 기류를 섬세하게 그려낸 심리드라마 / 청소년 관람불가 / 134분

베넷 밀러 감독 / 스티브 카렐, 채닝 테이텀, 마크 러팔로..

개인적인 평점 : 8점 (IMDB평점 : 7.3점, 로튼토마토 지수 : 88%, 2월 일 기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0일) 롯데시네마 동성로에서 관람하고 온 <폭스캐처> 이야기를 해볼려구요. ^^

 

    다들 잘 아시겠지만, 1996년 1월 26일에 미국의 화학재벌인 듀폰가의 펜실베니아 대저택에서 실제로 벌어진 살인 사건을 모티브로 만들어진 <폭스캐처>는 미국의 소설가 트루먼 카포티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카포티>, 수 많은 메이저리그팀들의 벤치마킹 모델이 된 빌리 빈 단장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 <머니볼> 등 실화 영화에서 탁월한 연출력과 스토리텔링 능력을 이미 입증해낸 바 있는 베넷 밀러 감독의 세 번째 연출작인데요. (참고로, 작년 2월2일에 별세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은 <카포티>로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트로피(남우주연상)를 수상하였고, <머니볼>은 제84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6개 부문(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편집상, 음향믹싱상, 각색상)에 노미네이트 되었었습니다.)

 

    북미 현지 시각으로 지난 11일에 열렸던 제72회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3개 부문(드라마부문 작품상, 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에 노미네이트 된데 이어, 오는 22일에 열리는 제8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도 5개 부문(남우주연상, 남우조연상, 감독상, 각본상, 분장상)에 노미네이트 되기도 했죠.

 

■ 베넷 밀러 감독의 연출작들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IMDB, 박스오피스모조, 로튼토마토를 참고한 것 입니다.

개봉일은 북미기준이며, 각 데이터는 2월10일까지 집계된 수치입니다.

 

    자, 그럼 북미 평론가들이 한 목소리로 칭찬을 늘어놓고 있는 <폭스캐처>를 과연 전 어떻게 관람하고 왔는지, 언제나 그렇듯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지금부터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 <폭스캐처>​가 실화영화인 까닭에 실화 자체가 스포이긴 하지만 어쨌든 이후의 글에서는 간접적인 스포가 포함되어 있으니, 스포를 원하시지 않으시는 분들은 참고하셔요. ㅎㅎ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형제와 억만장자의 비극적인 스폰서쉽

 

줄거리 형 데이비드 슐츠(마크 러팔로)와 함께 1984년 LA올림픽 레슬링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마크 슐츠(채닝 테이텀)는 금메달을 땄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빈곤에 허덕이는 자신의 신세에 깊은 자괴감을 느끼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마크는 화학재벌인 억만장자 존 듀폰(스티브 카렐)으로부터 어마어마한 스폰서쉽을 제안받게 되고, 곧바로 존이 새로 만든 레슬링팀 '폭스캐처'의 일원이 되어 펜실베니아에 있는 듀폰가의 대저택 생활을 시작하게 되죠. 그렇게 평생 형의 그늘에서만 살아왔던 마크는 이제야 비로소 세상으로부터 자신이 인정을 받게 된 것 같은 행복을 만끽하며 존과의 우정을 차곡차곡 쌓아가게 되는데요. 과연, 마크의 달콤한 행복은 계속해서 이어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장편 데뷔작이자 故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에게 생애 처음이자 마지막 아카데미 트로피(남우주연상)를 안겨줬던 <카포티>에서 작가적 이기심에 눈이 먼 카포티를 통해 인간의 탐욕과 나약함을 적나라하게 파헤쳤던 베넷 밀러 감독이 또 한 편의 묵직한 심리드라마로 돌아왔는데요. 두 번째 장편 연출작인 <머니볼>에서 따뜻한 내러티브로 가족애와 건강한 자아(ego)를 논했던 것과는 달리, 세 번째 장편 연출작 <폭스캐처>에서는 <카포티>와 마찬가지로 암울한 미장센을 바탕으로 인간의 내면 깊숙한 곳에 자리잡고 있는 어두운 이면을 절묘한 연출과 배우들의 빼어난 열연을 통해 스크린 가득 적나라하게 펼쳐내고 있더라구요. ^^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은 사건의 본질을 날카롭게 꿰뚫어낸 심리드라마

 

    <폭스캐처>가 다루고 있는 실제 살인 사건은 벌써 20여년 가까운 세월이 흘렀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살인의 동기가 밝혀지지 않았는데요. 특히, 살인을 저지른 존 듀폰이 복역중에 사망했기 때문에 그가 왜 살인을 저질렀는지에 대한 이유는 영원히 미스테리로 남을 수 밖에 없게 되었죠. 이처럼 의문 투성이인 실제 사건을 베넷 밀러 감독은 영화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사건 당사자들의 심리 상태에 초점을 맞춰 풀어내고 있었는데요. 전 <폭스캐처>의 이러한 접근법이 그렇게나 인상적일 수가 없더라구요. ^^

 

    솔직히 스릴러로써의 면모를 기대하며 <폭스캐처>를 관람하신 분들은 십중팔구 긴 호흡으로 이어지는 정적이고 암울한 내러티브에 크게 실망하시게 될 가능성이 대단히 높아보였던게 사실인데요. 하지만 그 길고 정적이며 암울하기까지 한 내러티브 이면에 예리하게 담겨진 인물들의 심리 묘사 캐치해내시게 된다면, 베넷 밀러 감독과 배우들이 만들어낸 어마어마한 긴장감에 압도당해 단 한 순간도 스크린에서 눈을 떼지 못하게 되는 작품이 바로 <폭스캐처>이기도 하죠. ㅎㅎ

 

    베넷 밀러 감독은 <카포티>에 이어 다시 한 번 인물의 심리 변화에 주목해 영원한 미스테리로 남게 된 사건의 전말을 별다른 극적 장치 없이도 강렬하게 풀어내고 있었는데요. 명문 듀폰가의 후계자이지만 평생동안 어머니인 진 듀폰(버네사 레드그레이브)으로부터 따뜻한 모정 대신 얼음장 같은 질책과 힐난만을 들으며 친구 하나 없이 살아오면서 자연스레 자신의 가슴속에 차곡차곡 쌓였던 결핍으로 인해 뒤틀릴 대로 뒤틀려진 자아를 지니게 된 불행한 인물 존 듀폰과, 부모를 대신해 자신을 기르다시피 한 형 데이비드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미국 레슬링계의 영웅으로 추앙받는 형의 그늘로만 살아온 것에 대한 분노도 마음 속에 가지고 있는 마크 슐츠, 그리고 건강하면서도 확고한 자아(ego)로 인해 존과 마크 두 사람 모두에게 애증의 대상이 되고 마는 데이비드 슐츠 이렇게 세 인물의 심리 변화를 날카로운 관찰력을 바탕으로 매 장면마다 농도 짙게 담아냄으로써 실제 사건의 전말에 대한 그럴듯한 가상 시나리오를 완성시켜낸 작품이 바로 <폭스캐처>였죠. ^^


엄청난 연기력으로 관객들을 압도하는 스티브 카렐

 

    이처럼 베넷 밀러 감독이 <폭스캐처>를 얼음송곳처럼 차갑고 예리한 심리드라마로 완성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뛰어난 연기를 통해 인물들 간에 흐르는 감정의 기류를 스크린에 적나라하게 담아낸 배우들의 공이 대단히 컸었음을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텐데요. 실제 레슬링 선수였던 경험을 바탕으로 레슬링 선수들의 걸음걸이 같은 디테일한 부분까지도 리얼하게 표현해낸 마크 러팔로와 흔들리는 자아로 인해 길을 잃고 방황하는 마크 슐츠를 완벽하게 소화함으로써 자신의 연기 스펙트럼을 한층 더 넓히는데 성공한 채닝 테이텀의 연기도 훌륭했지만, 뭐니뭐니해도 <폭스캐처> 최고의 배우는 존 듀폰을 연기한 스티브 카렐이었죠. ^^

 

    사실, 국내 관객들에게는 생소한 얼굴인 스티브 카렐이지만, 그를 아시는 분들도 대부분 <겟 스마트>, <호프 스프링즈>, <앵커맨:더 레전드 컨티뉴> 등과 같은 코미디 영화에서의 활약만을 기억하고 계시는터라, 차갑고 공허한 눈동자로 광기 어린 존 듀폰을 연기하는 그의 모습이 많이 낯설게 느껴지실텐데요. 저 또한 <폭스캐처> 속 스티브 카렐의 모습이 굉장히 낯설게 느껴지면서도 한편으로는 그의 진면목을 이제서야 발견하게 된 것 같은 기쁨을 함께 맛볼 수 있었답니다. ㅎㅎ

 

    어린 시절부터 어머니의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스스로에 대한 자괴감 때문에 평생동안 어머니로부터 인정 받을 수 있는 그 무언가를 성취하기 위해 발버둥치며 살아온 존은, 입만 열었다 하면 조국에 대한 충성심과 가진 자로써의 의무를 열성적으로 토해내는데요. 동시에 <폭스캐처>는 사격장과 체육관에 서 있는 것 만으로도 저절로 위화감을 자아내고, 어울리지 않게 전차와 총기에 집착하며, 또 코카인과 술을 남용하는 존의 모습 등을 관객들에게 보여줌으로써, 자신이 타고 난 본연의 모습을 억누른 체 어머니가 바라는 아들의 모습이 되기 위해 평생 동안 발버둥치면서 자연스레 삐뚤어질 대로 삐뚤어져버린 존의 자아를 별다른 영화적 설명 없이도 관객 스스로가 오롯이 느낄 수 있게끔 스크린에 담아내고 있었죠. 그처럼 부모의 사랑, 친구의 우정 등과 같은 인간 관계의 결핍으로 인해 뒤틀린 자아를 지닌 존의 캐릭터를 관객들에게 자연스럽게 납득시킬 수 있었던 데에는 존 듀폰과 완벽하게 동화된 메소드 연기를 펼친 스티브 카렐의 역할이 가장 컸음을 <폭스캐처>를 보신 분이라면 그 누구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았는데요. 북미 평론가들이 괜히 한 목소리로 스티브 카렐을 향해 '<폭스캐처>를 통해 커리어 최고의 연기를 보여줬다!!'라는 찬사를 보내고 있는게 아니더라구요. ㅎㅎ

    베넷 밀러 감독의 전작인 <카포티>와 <머니볼>이 그러했듯 <폭스캐처>​ 또한 작품 속에 감정의 폭발을 담아내기보다는 철저하게 관찰자 시점을 견지해나가면서 영화 속 인물들의 삶을 관조하고 있는터라 사뭇 지루하게 보일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인데요. 하지만 베넷 밀러 감독의 관조를 통해 묘사되고 있는 예리하다 못해 공포스럽기까지 한 인간성에 대한 이야기들을 음미해보신다면, 등골을 타고 흐르는 서늘함에 몸서리쳐지는 전율을 안겨주는 <폭스캐처>가 되어줄 것이라 확신해 보네요. ^^

    스크린을 뚫고 전해지는 오싹한 감정의 기류 때문에 온몸에 소름이 돋았던 <폭스캐처>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행복 가득한 하루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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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스캐처(2014, Foxcatc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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