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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패로 끝난 닐 블롬캠프 감독의 엉뚱한 도전 채피
jojoys 2015-03-13 오후 4:20:39 2869   [1]

※ 이 글은 제 블로그(http://blog.naver.com/c106507)에 작성한 글을 가져온 것임을 밝힙니다.

 

닐 블롬캠프표 SF의 부족함을 채우려다 오히려 엉망이 되고 만 SF / 15세 관람가 / 120분

닐 블롬캠프 감독 / 휴 잭맨, 데브 파텔, 샬토 코플리, 시고니 위버..

개인적인 평점 : 5점 (IMDB평점 : 7.3점, 로튼토마토 지수 : 30%, 3월13일 기준)

 

    안녕하세요? 오늘은 어제(12일) 대구칠곡CGV에서 관람하고 온 <채피> 이야기를 해볼까요?? ^^

 

    우리 나이로 37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 등 깔끔한 CG와 철학적 고뇌가 듬뿍 가미된 사색적인 스토리를 통해 그동안 자신만의 독특한 SF세계를 견고하게 닐 블롬캠프 감독이 자신의 세 번째 장편SF영화 <채피>로 1년반만에 다시 돌아왔네요. 북미에서는 국내 개봉보다 1주일여 앞선 지난 3월 6일에 개봉해, 북미 평론가들로부터 '흥미로운 아이디어와 멋진 특수효과가 완전히 따로 논다.', '밑천이 바닥난 닐 블롬캠프', '내 생애 최악의 영화' 등과 같은 혹평을 받으며 30%의 로튼토마토 지수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는데요. 극히 일부의 평론가들만이 '화려한 액션과 위트 넘치는 유머가 어우러진 갱스터SF무비'라는 호평을 내놓고 있는 것이 사실이죠.

 

■ 닐 블롬캠프 감독의 필모그래피

※ 위 표에 사용된 데이터는 한국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박스오피스모조, IMDB, 로튼토마토를 참고한 것임을 밝힙니다.

개봉일은 북미기준이며, 각 데이터는 3월12일까지 집계된 수치입니다.

 

    그렇게 혹평 일색인 <채피>이긴 하지만 개인적으로 닐 블롬캠프 감독의 SF영화를 워낙에 좋아하는터라, 이번 만큼은 북미 평론가들의 평가와 저의 감상이 다르길 바라는 마음으로 상영관에 입장했었는데요. 과연, 저의 간절한 바람처럼 닐 블롬캠프 감독이 이번에도 절 만족시켜줬을지, 언제나 그렇듯 지금부터 제가 직접 보고 느낀 그대로 솔직하게 말씀드려보도록 할께요. ^^

'마음'을 가지게 된 경찰 안드로이드 채피의 이야기

줄거리 2016년, 아프리카 최고의 공업 도시인 요하네스버그는 ​무장강도, 살인, 방화 등 하루 평균 300건이나 발생하고 있는 강력범죄로 인해 골머리를 앓고 있는데요. 이에 요하네스버그 경찰청의 스틴캠프(로버트 칼튼 홉스) 청장은 테트라발사가 개발한 인간형 경찰 안드로이드 '스카우트'를 세계 최초로 도입하기로 결정하죠.

    그렇게 범죄 진압 최일선에 투입된 스카우트들의 활약 덕분에 요하네스버그의 치안은 빠르게 안정화 되어 가는데요. 그러던 어느 날, 스카우트를 개발한 타트라발사의 엔지니어 디온 윌슨(데브 파텔)은 인공지능(AI, Artificial Intelligence) 연구 945일째가 되던 날 마침내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하게 되고, 이를 테스트하는데 필요한 지원을 테트라발사의 CEO 미셸 브래들리(시고니 위버)에게 요청하죠. 하지만 오로지 무기화 가능한 기술에만 관심이 있는 미셸은 디온의 요청을 가차 없이 거절해버리는데요. 자신이 개발한 AI를 실험해보고 싶어 견딜 수 없었던 디온은 결국 작전 중에 심각한 손상을 입어 폐기 직전에 놓인 스카우트 22호를 외부로 몰래 반출하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르죠. 디온의 이같은 선택은 과연 어떤 결과를 낳게 될까요?

★ <채피> 예고편 

    닐 블롬캠프 감독이 <디스트릭트9>을 연출했을 당시, 31살이라는 젊은 나이에도 불구하고 전 세계 영화 평론가들로부터 '차세대 SF거장의 탄생'이라는 극찬을 받을 수 있었던 가장 큰 이유는 남아프리카공화국에 불시착해 수용소에 갇히게 된 외계인이라는 참신한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사회 병리 현상들을 깊이 있게 담아낸 사색적인 작품색 때문이었는데요. 이후, 4년만에 내놓은 <엘리시움>에서는 본인 특유의 사색적인 SF의 기조를 유지한 채 <디스트릭트9>에서 지적되었던 액션의 부재를 만회하려는 시도를 했었지만 평단과 대중들의 반응은 시큰둥했었죠. (전 개인적으로 <엘리시움>도 꽤나 만족스럽게 관람했었지만요. ㅎㅎ)

    그리고 이번 <채피>​는 '꼬마'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제목처럼 어린아이 마냥 해맑고 순수한 채피를 통해 그동안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에서 결여되어 있었던 유머와 위트를 가미하고자 하고 있었는데요. 문제는 아무래도 닐 블롬캠프 감독이 그동안 전혀 안하던 짓을 하려다 보니, 자신이 잘하던 것까지도 제대로 표현해내지 못하고 말았다는 것이죠. ^^;;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한 냉소적인 풍자를 가득 품고 있었던 <채피>

    <디스트릭트9>, <엘리시움>이 그러했듯이 이번 <채피> 또한 기본적인 작품색은 사색적이라고 할 수 있었는데요. 새하얀 백지처럼 순수하고 순진할 뿐만 아니라 그 어떤 세속의 때도 허락하지 않는 절대선의 정신 세계를 가지고 있는 채피(샬토 코플리)를 탐욕과 위선으로 물든 여러 인물들과 대비시킴으로써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관한 날카로운 비난들을 쏟아내고 있었거든요.​ (그나저나 샬토 코플리는 닐 블롬캠프 감독과 10대 시절부터 우정을 나눈 사이답게 <디스트릭트9>과 <엘리시움>에 이어 이번 <채피>에서도 주연(목소리 연기긴 하지만 말이에요. ^^;;)으로 출연하는군요. ㅋㅋ)

    순전히 자신의 연구 성과를 실험해보고 싶은 마음 하나로 스카우트 22호의 치명적인 손상 따위는 전혀 상관하지도 않은 채 이를 훔쳐낸 디온을 비롯해, 자신을 아빠라고 부르며 믿고 따르는 채피를 간사한 거짓말로 어르고 달래 가며 자신이 계획한 범죄를 돕게끔 만드는 닌자(왓킨 투도르 존스), 자신이 개발한 거대 드로이드 '무스'를 인정받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전직 호주 특수부대 출신의 악랄한 엔지니어 빈센트 무어(휴 잭맨), 철저하게 돈이 되는 일에만 관심을 가지는 테트라발사의 CEO 미셸 브래들리, 그리고 채피가 경찰 안드로이드 스카우트의 겉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무자비한 폭력을 행사하는 수 많은 인물들에 이르기까지 <채피>는 성공을 위해, 아니 아스팔트빛 정글 속에서 생존하기 위해 끊임 없이 타인을 착취하고 핍박하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스크린 가득 적나라하게 펼쳐보이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온갖 탐욕과 위선으로 물든 인간 캐릭터들과는 달리, 자신을 한낱 실험체 중 하나로만 여긴 디온을 창조자(Maker)로, 자신을 이용해 범죄를 저지를 궁리만 하는 닌자를 아빠로, 닌자의 파트너이자 연인인 요란디 비써(요란디 비써)를 엄마로 부르며 믿고 따를 뿐만 아니라, 그들을 위해 온갖 희생과 헌신을 마다하지 않는 채피의 모습을 통해 닐 블롬캠프 감독은 인간의 추악한 본성에 대해 끊임 없는 힐난을 퍼붓고 있었죠. 특히, 영화 중반 상처 입고 지친 몸으로 주저 앉아 있는 채피에게 먼저 다가가 따뜻하게 위로해주는 이름 없는 어느 개의 모습은 마치 '야이, 개만도 못한 인간들아!! 보고 좀 느껴라!! 앙!?'라고 외치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모습을 보는 듯 하기도 했구요. ㅎㅎ

    물론, 닐 블롬캠프 감독이 <채피>를 통해 말하고 있는 이러한 메시지들은 그동안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에이 아이>, 크리스 콜럼버스 감독의 <바이센테니얼 맨>, <인류멸망보고서> 속 '천상의 피조물' 에피소드 등과 같은 여러 작품들을 통해 여러번 다뤄져왔던 것이었기에 보시는 분에 따라서는 더 없는 식상함으로 받아들여질 수도 있는 것이 사실이긴 하지만 말이죠. ^^;;

닐 블롬캠프 감독이 ​엉뚱한 시도만 하지 않았더라면.. ㅠ.ㅠ

    닐 블롬캠프 감독은 <채피>에서 자신이 그동안 보여줘왔던 사색적인 색깔 위에 ​키치한 색을 덧입히는 과감한 도전을 감행했는데요. <디스트릭트9>에서 대중들이 액션의 부재에 대한 불만을 말했더니 <엘리시움>에서 액션의 비중을 크게 늘렸던 것처럼, <채피>에서는 그동안 닐 블롬캠프 감독의 작품들에서 결여되어 있다고 꾸준하게 지적받아 온 유머를 가미할 목적으로 일본색이 가미된 키치갱스터 닌자 패거리를 이용해 작품 전반에 위트를 더하고자 노력하고 있었는데요. 하지만 안 하던 짓을 억지로 하려다 보니까 결국 사단이 나고 말았더라구요. ^^;;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람을 향해 총질을 해대는 범죄자답지 않게 레몬색과 핑크색으로 색칠한 총을 들고 다니는 닌자 패거리를 통해, 선량한 겉모습과는 달리 언제라도 타인의 뒤통수를 후려갈길 기회만을 노리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을 상징하고자 하는 닐 블롬캠프 감독의 의도는 충분히 읽혀졌지만, 유머코드 자체가 워낙에 괴상망측했던 탓에 보는 입장에서는 재미보다는 이질감만을 느끼게 될 뿐이었죠. 국내 청불 외화 최다 흥행 기록은 연일 갱신하고 있는 <킹스맨:시크릿 에이전트>가 키치함을 무기 삼아 작품의 재미를 배가시킨 것과는 전혀 다르게 말이에요. ^^;; (남아프리카공화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자국에서 '디 안트보르트'라는 힙합 그룹으로 활동하고 있는 왓킨 투도르 존스와 요란디 비써의 갱스터 연기가 재밌게 느껴질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요. ㅎ)

    또한 <채피>​는 과학적 근거가 결여된 스토리와 함께 억지스럽게만 느껴지는 작위적 설정들을 영화 곳곳에 배치해 놓음으로써 저로 하여금 '닐 블롬캠프 감독이 뭘 잘못 먹었나?'싶은 생각마저 들게끔 만들어주고 있었는데요. 이처럼 <채피>는 작품을 통해 전달하고자 했던 메시지를 괴상한 유머, 엉성한 스토리와 억지로 결합시키려 하고 있다 보니, 자연스레 스크린 가득 그들이 자아내는 불협화음만 담아내는데 그치고 있더라구요. 한마디로 말해 그럴싸한 CG만 2시간 동안 보여주는데 그치고 있었던 <채피>였다고나 할까요? ㅎㅎ

    영화가 시작되기 직전까지도 부디 북미 평론가들의 평가가 틀렸기만을 간절히 바랐었지만 결국 그들의 평가가 옳았음을 확인한 채 상영관을 나서야만 했던 <채피> 리뷰는 이쯤에서 마치고, 오늘 저녁 관람 예정인 <살인의뢰> 리뷰로 조만간 다시 찾아뵙도록 할께요. 모두들 즐거운 금요일 되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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