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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시골 음식 리틀 포레스트 2: 겨울과 봄
novio21 2015-05-07 오후 7:49:31 2198   [1]


  도시인들의 소박한 소망을 담은 영화일까? 아니면 방황하는 20대의 청춘을 담은 영화일까? 영화 ‘리틀 포레스트 2’를 보고 나서 어떤 느낌인 것인지 분명하지 않았다. 마치 영화 속 주인공 ‘이치코 (하시모토 아이)’의 방황처럼 말이다. 뭐라 할 수 없는 아쉬움과 고통, 그리고 뭔가를 찾으려 하지만 찾을 수 없는 그런 힘든 여행을 담은 영화로도 느껴졌다. 쉽지 않은 고민을 담고, 그것을 따뜻한 것 같으면서도 냉정한 시선 속에 담은 이중적인 영화인 것처럼 보였다.
  영화는 시골마을 코모로의 아름다운 정경과 그 속에서의 자연생활을 담은 영화 같지만 사실 무거운 주제들로 범벅이 된 그런 영화다. 거의 노인들로만 채워진 시골마을의 현재의 모습은 벌써 할아버지, 할머니가 다 된 주민들의 과거의 이야기와 비교되면서 형상화된다. 같은 것 같으면서도 달라진 모습과 분위기는 마치 고령화된 사회의 한 단면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또한 과거엔 있었지만 현재에는 찾기 힘든 마을 공동체의 즐거운 향연이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영화 속 스토리 속에서 절묘하게 비교되고 어우러지면서 현재의 시골마을의 모습을 보여준다. 어떤 르뽀처럼 말이다.
  과거와 현재를 오고 가는 앵글 속에서 변화와 아쉬움이 묘하게 중첩이 된다. 과거를 마냥 아름답게 표현하는 게 현대인들의 나쁜 습성이지만 그 속에 담긴 현대인들의 로망은 지금의 아픔을 대변하는 것이기도 하다. 그래서 주인공 이치코는 도시로 갔다가 다시 돌아온 지 모르겠다. 리틀 포레스트 2에서 잠깐 보였던 그녀의 도시 생활은 비정규직보다 못한 Part-time worker였다. 그런 환경 속에서 그녀가 마음의 안정은 물론 생활의 안정을 찾을 리 만무했을 것이다. 그 속에서도 결코 따뜻한 인간관계를 형성하지 못하는 모습은 3포 세대를 넘어 5포 세대, 혹은 모든 것을 포기한 사토리 세대 (달관세대)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었다. 일본의 젊은이들의 아픈 모습이 감정의 극한 표현 없이 담담하게 형상화되고 있었다.
  20세가 되기 전부터 그녀는 버림받았다. 그 주체는 어머니였다. 하지만 어머니만 그녀를 버린 것은 아니었다. 감정의 폭발은 전혀 없이 담담하고, 어쩌면 냉정한 분위기 속에서 어머니와의 헤어짐을 이야기하고 보여주는 장면에서 일본 영화의 매력이 느껴졌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 보면 결국 도시가 그녀를 버렸고 사회가 그녀를 버렸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녀의 귀향이 마냥 즐거운 것 같지는 않았다. 영화 속에서 간간히 들리는 그녀의 고민이었던 도피에 대한 혼잣말은 사실 예사롭게 들리지 않았다. 왜 왔을까?라는 물음의 울림은 사실 큰 것이었고, 영화 전체를 아우르는 무서운 문제의식이기도 했고, 결국 영화의 주제의식이었던 것 같다.
  한국에서도 많은 분교의 폐교에 관한 이야기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다. 결국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으면 폐기해버리는 것은 일본이나 한국이나 마찬가지란 생각이 들었다. 그건 학교만으로 국한되지 않는다. 그건 코모리란 마을 역시 더 이상 그 마을을 지탱할 수 있는 젊은이들과 아이들이 사라진다면 결국 폐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휴경지에 대한 마을 회의는 그런 모습을 극명하게 보여준다. 그런 곳으로 간 이치코의 마음과 현실을 어떤 것일까? 마을을 되살리자는 의미를 이 영화가 제시하고 있는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치코의 방황은 그런 것과는 다르다. 그녀의 귀향 속에서 코모리 마을의 정겹고도 맛있는 산속의 진미들을 하나하나 소개하면서 그 속에 담긴 다양한 이야기들은 즐거움과 아픔을 담고 있으면서 진행되고 있다. 마치 한 편의 인생처럼 말이다. 그런 이야기들 속에서 코모리란 마을에 담긴 삶의 추억은 그 어떤 것들보다 소중한 것이었다. 그 속에서 어쩌면 도시에서 버림받았던 한 인간의 소중한 가치가 다시금 부활할 수도 있는 것이다. 그래서 코모리란 마을 뒤에 숨어 있는 가치 있는 기억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느껴야 하는지 모르겠다.
  영화는 폐교된 분교의 부활을 꿈꾸듯 모든 이들이 함께 하는 공간으로 막을 내린다. 그리고 그 속에서 주인공 이치코의 방황도 어느 정도 정리가 된 듯 했다. 사실 매우 의미심장한 맺음이었다. 시골마을의 부활이 아닌, 그 시골마을에서 자라면서 얻게 된 인간 내음을 다시금 소생시키려는 몸부림이었는지 모르겠다. 또한 그 속에서 나와 내 이웃, 그리고 우리 모두가 가치 있게 되고 소중하게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도 갖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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