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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z-bk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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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1-27 오후 4:52:4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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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은 이렇다. <고래사냥>(1984)의 왕초 같은 모습으로 노숙자들 틈바구니에 끼어 소주를 나눠 먹는 대통령 ‘한민욱’. 그리고 깻잎머리에 꼭 끼는 교복을 입고 나타나 껌을 질겅질겅 씹으며 곧 부임하게 될 학급의 짱이며 왕따며 꼴통들을 캐고 다니는 여선생 ‘최은수’. 이렇게 초장부터 ‘위장잠입’으로 통하는 두 사람이고 보니 굳이 돗자리 도인을 안 찾아봐도 궁합은 찰떡일테고… 이로서 뻔하지만 기대해보는 ‘깜띡’한 데이트가 시작된다.
우선 이 영화는 표명하는 말 그대로 ‘프리미엄 코메디’이다. ‘프리미엄Premium’의 사전적 의미는 “진귀한, 특히 우수한, 고급의” 뭐, 이런 뜻이다. <피아노치는 대통령>에서는 무지개빛으로 발광하는 황금 봉황의 ‘진귀함’, 진짜 큰 청기와집과 리무진 등의 ‘고급스러움’으로 그 부분을 만족시켜줄 셈인 것 같다. ‘역시 힘있으니 다르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이 영화에서는 대통령의 남다른 규모를 느낄 수 있다. 지하철에서 만나 깡소주와 검문을 함께한 노숙자 동지들은 버스기사거나 안되면 나이트 웨이터 전단지에라도 찍혀 대한의 자랑스러운 역군이 되어있다. 학부형 상담을 위해 학교에 갈 때도 사이렌을 울리며 수업이고 뭐고 없이 보무도 당당히 교문을 들어서 이쁜 여선생의 시선을 집중시킨다. 학교에서 선생이 8할을 먹고 들어간다면? 좋다. 대통령은 자신의 확실한 홈그라운드 청기왓집 귀빈접견실로 오찬 초정을 하면 되고 맘이 끌리는 사람이 타고 있는 버스가 아무리 ‘대중’교통일지언정 리무진으로 호위하고 단둘이 강변도로를 드라이브 할 수 있다. 방송프로그램을 통해서 사랑 고백을 하는 건 별것도 아니다. 내외신 기자들을 불러놓고 전세계적인 ‘사랑고백’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정말 ‘프리미엄’하지 않은가.
그리고 코메디! 때문에 이 영화를 보면서 유치원 인기투표도 아니고 대통령이 되기까지 술수가 난무하는 정치 개판에서 살아남은 사람이 어쩜 저렇게 천진난만하고 맑을 수 있을까 하거나 6개월 만에 짤리기를 반복해온 문제(?)교사가 어떻게 대통령자녀가 다닐만한 고급(?)학교에 부임하게 되는가, 또 대통령을 호위한다는 대한민국 최고의 경호요원들이 어떻게 젊지 않은 대통령과 여선생의 뜀박질을 당해내지 못하고 거리를 배회하는가, 혹은 아무리 대통령 딸내미의 남자친구라고는 해도 여자친구의 사주를 받아 도둑질을 하거나 백주대낮에 차를 훔쳐 소화전을 들이받는 헐리우드 액션으로 비를 맞고 싶다는 대통령 딸내미를 만족시켜주는 범법행위를 어떻게 무사히 반복할 수 있나, 내지는 대통령 딸내미가 보기에도 아슬아슬한 농구 골대 위에 올라 앉을 때 경호원들은 뭘 하고 있었나, 아니 크레인을 동원해 올려준 일등공신이 경호원들일까 등등을 진지하게 따지고 들어가려면 애초에 ‘인간극장’을 선택했어야 한다. 문득문득 정말 짧게도 등장하는 조연들과 헤프닝들이 조금 과장되어 있지만 그 만으로도 자연스럽게 웃음이 터져 나오는 것처럼 ‘대통령’이나 ‘교사’라는 이유로 주인공이 등장할 때마다 너무 딱딱하게 굴지말고 봐준다면 ‘코메디’가 맞다는 얘기다.
<피아노치는 대통령>은 헐리우드 영화 중 대통령(혹은 귀족, 또는 스타, 아님 재벌)과 평범한 서민의 로맨스를 다룬 코메디에서 밟을 수 밖에 없는 수순과 무게감을 그대로 가져왔다고 해도 너무한 평가는 아닐 것이다. 때문에 주된 스토리나 사건에 기대를 걸다 보면 지루해질 수 밖에는 없다. 그리고 위에 주절거린 것처럼 자연스러운 감이 떨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파격적이거나 화끈한 무언가로 그 모든 것을 잊어버리게 하기엔 또… 좀 약하다. 안성기의 친근하고 사람 좋은 미소는 기분 좋고 낯익지만 또 그래서 자꾸 모 회사의 ‘커피’가 생각난다. 최지우의 발랄하면서도 장난꾸러기 같은 행동거지들이 청순가련을 벗어나긴 했지만 ‘이쁘장함’을 꼭 쥐고 놓지 못하고 있다.(어떤 관객들에겐 더 좋은 일일지 모르겠지만, ^^;)
하지만 이 영화의 미덕이라면 비록 어정쩡한 모양새를 하고 있고 현실적이지 않다손 쳐도 ‘그런 대통령이 있었으면, 그런 담순이(담임선생님)쯤이라면…’ 하는 생각이 문득 들게도 만드는 귀엽고 앙증맞은 캐릭터들의 매력과 콩알탄처럼 땅땅 튀는 단역들의 코믹스러움이다. <엽기적인 그녀>의 곽재용(각색)과 <해가 서쪽에서 뜬다면>의 변희성 촬영감독의 솜씨로 가뿐한 내러티브와 밝고 시원한 색감이 영화의 매끈한 분위기를 더하도록 도와 주었다.
뭐, 제 1호 대통령 영화라니까. 말 그대로 ‘깜띡’!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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