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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션]을 보고 마션
filmone1 2015-10-01 오전 3:45:33 105064   [1]

리들리 스콧의 <마션>은 낯선 땅, 그것도 화성이라는 행성에서 혼자 남겨져 살아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다. 콘셉트만 보더라도 떠오르는 작품이 엄청 많이 있을 것이다. 표류라는 소재는 <캐스트 어웨이>가 가장 먼저 생각났고, 우주에서 표류한다는 점에선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그리고 구출한다는 점에선 <라이언 일병구하기>가 떠올랐다. 근데 여기선 재미있는 것은 라이언 일병이 이 영화의 주인공인 맷 데이먼이라는 점. 우연의 일치지만 흥미로웠다.

 

현존 감독 중에 자기만의 특별한 영역을 구축하고 그 깊이를 깊게 파고 있는 감독들이 대중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데(예를 들면 제임스 카메론, 크리스토퍼 놀란 등) 이와는 반대로 여러 가지 소재나 주제를 통해 자신의 연출력을 뽐내는 감독들도 있다. 20년 동안의 스필버그, 데뷔 때부터 그래왔던 이안, 그리고 리들리 스콧이 이 영역에 속하는 인물이 아닌가하다. 어떤 주제, 소재를 가져와도 기본 이상을 해내는 그는 역시 거장이라 불리만하고 이번 작품에서도 유효했다.

공간과 시간에 대한 고찰은 <인터스텔라>를 비롯한 많은 작품에서 보여줬고, 과연 이 작품은 또 어떻게 다른 영상, 캐릭터와 이야기를 보여줄지 궁금했다. 어쩔 수 없이 영화를 보는 내내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가 떠올랐다. 이야기, 톤 등 많은 부분이 달랐고, 특히나 <마션>이 존재하지 않았다. 개인적으로 이 영화의 가장 독특한 점은 주인공 마크 와트니(맷 데이먼)의 직업이었다. 2~3년 동안의 식량을 구해야만 그는 살아남을 수 있는 상황에서의 그의 직업은 식물학자였다. 그의 직업을 처음 소개하는 위트 있는 쇼트가 이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다. 왜냐면 주인공이 가장 무섭고 감정적으로 바닥을 칠 때 오히려 유머러스하게 위기를 극복할 수 있다는 마음가짐을 표현했을 때 상황과 괴리되는 감정이 신선하고 또한 감정이입도 자연스럽게 되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 씨감자를 재배하면서 그는 구조팀을 기다릴 수 있는 상황이 되었다. 물론 어김없이 위기는 다가온다. 영화를 보면서 정말 맷 데이먼이 좋은 배우와 얼굴을 가졌다고 생각했다. 어느 캐릭터를 맡더라도 자신의 역할을 성실하게 해낸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고, 평소보다 좀 더 인간적인 면모를 많이 보여줬다. 거꾸로 좀 아쉬운 점은 조연들의 캐릭터였다. 30대 여배우 중 최고의 연기력을 뽐내는 제시카 차스테인의 캐릭터가 너무 아쉬웠다. 캐릭터 자체가 입체적으로 표현하기 힘든 부분이 있지만, 그녀가 가진 능력에 비해 캐릭터가 너무 작았고, 우주선을 타고 있는 다른 인물들도 그러했다. <앤트맨>의 수다쟁이 마이클 페냐는 몇 안 되는 장면에서 존재감을 확실히 보여줬지만 <마션>에선 전혀 존재감을 드러내지 못했다. 또 다른 아쉬운 점은 헐리웃의 블록버스터 작품들에서 항상 보여주는 낯간지러운 쇼트가 있다. 관제센터에서 주인공이 위기에서 벗어나거나 구출될 때 환호하는 군상들을 롱쇼트와 클로즈업 등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항상 등장하는 데, 관객들의 감동스런 감정을 북돋아주지만 너무나 예상되고 관습적으로 그냥 소비되는 장면이라 아쉬웠는데 거장이라고 할 수 있는 리들리 스콧이 무려 3~4번씩이나 이 장면을 보여준다. 특히나 마지막엔 속으로 설마라고 생각했는데 그 장면이 떡하니 나오니 너무나 아쉬웠다.

 

이 영화는 헐리웃 최고의 배우들이 등장하고 화성이라는 공간에 대한 매력적인 스펙터클을 갖고 있는 작품이지만 이에 앞서 리들리 스콧이라는 이름이 가장 앞에서 우리들을 맞이할 것이다. 다소 몇 가지 아쉬운 캐릭터와 연출이 있었지만 상상만 하던 화성의 낮과 밤, 그리고 인간이 얼마나 작은 존재 반대로 얼마나 큰 존재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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