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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를 보고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
filmone1 2015-11-10 오전 2:36:26 2400   [0]

 

사피 야즈다니안이 연출한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 시?>는 독특한 형식을 갖고 있는 이란 영화이다.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로 통해 우리에게 알려진 레일라 하타미와 <아무도 머물지 않았다>의 알리 모사파가 출연한다. 두 배우 다 이란의 떠오르는 거장 아쉬가르 파라디의 전작에 출연한 공통점이 있다.

 

이야기는 오랜만에 고향으로 돌아온 골리(레일라 하타미)가 부모를 모두 여읜 뒤 그 주변인물과의 관계를 통해 과거를 회상해가는 방식으로 전개된다. 어릴 때부터 그녀를 짝사랑 해 온 액자 장인 파하드(알리 모사파)가 그녀가 있는 곳 마다 나타나 그녀의 기억을 떠오르는 노력을 한다. 재미있는 것은 그녀가 기억하는 사람들은 또 그녀를 기억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물론 그들은 나이가 많다) 영화를 보는 내내 <사랑을 카피하다>가 떠올랐다. 물론 캐릭터와 이야기를 끌고 가는 방식은 전혀 다르지만 기억이라는 소재와 롤 플레이를 한다는 점이 그러했다. 앞서 언급한 아쉬가르 파라디는 일상 속에서 볼 수 있는 캐릭터와 작은 사건을 통해 엄청난 서스펜스를 일으키는 스토리텔러라면 사피 야즈다니안은 형식과 아름다운 이미지를 통해 관객들을 설득시키려고 한다. 전자가 소설에 가까운 형태라면 후자는 시에 가까운 형태이다. 그래서인지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배우들이 연기할 만 꺼리가 별로 없어 보였고 게다가 큰 매력이 없었다.

 

이란에서 끊임없이 좋은 연출가들이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며칠 전에 보았던 자파르 파나히의 <택시>를 보고 너무 훌륭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또 이렇게 좋은 작품을 만나니 놀랍기만 하다. <택시>에서 보여주듯이 자기의 목소리를 제대로 낼 수 없는 곳에서 오히려 이런 작가들을 만나니 우리의 입장에선 부럽기만 하다. 두 작품 다 영화는 공산품이 아니라 예술작품이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일깨워 주는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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