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울의 아들>은 신인 감독인 라즐로 네메스의 데뷔작이다. 작년 칸영화제 심사위원대상(음향상까지)를 비롯해서 최근 아카데미 외국어상까지 모든 영화제의 상을 휩쓸고 있는 화제작이다. 이 영화는 아우슈비츠 수용소를 배경으로 한 작품으로 주인공 사울은 시체 처리반에서 가스실 등등에서 학살이 펼쳐진 곳을 청소하는 ‘존더코만도’이다. 심지어 이들도 얼마가지 못해 학살되는 처지이다. 이런 와중 어린 아이의 시체를 발견한 사울은 자신의 아들이라고 주장하면서 제대로 된 장례를 하기 위해 랍비를 찾게 되면서 참담한 지옥도를 우리에게 보여준다. 이야기는 한 줄로 요약될 정도로 간단하다. 그러나 이 이야기의 힘은 연출의 스타일과 주연배우 게자 뢰리히의 얼굴과 뒷모습으로 강렬한 인상을 남겨줬다. 가장 먼저 언급해야 할 것은 역시 화면비 일 것이다. 요즘은 거의 사용되지 않은 4:3비율을 택했다. 라즐로 네메스는 이 영화의 콘셉트로 가능하면 많은 것을 보여주지 않는 것이다. 사울의 얼굴 혹은 그의 시선을 4:3의 화면 속에 담으면서 그의 콘셉트를 끝까지 유지해나갔다. 그리고 시네마스코프에 길들여진 관객들에게 남은 공간을 사운드로 채웠다. 사울의 시선과 얼굴로 포커싱을 맞춰서 주변은 대부분 아웃포커싱이 되어있는데 그 공간을 사운드디자인을 통해 관객의 상상력을 이끌어냈다. 그리고 여태껏 볼 수 없었던 연기를 펼치는 주인공 게자 뢰리히는 연기 경험이 없는 감독의 지인인데 낯설게 캐릭터를 연기하는 모습이 오히려 사울의 캐릭터와 너무나 잘 어울렸고 엔딩에서 소년에게 미소 짓는 얼굴은 오랫동안 기억 속에 남을 것 같다. 거의 1년 동안 모든 영화제를 휩쓴 이 작품은 대부분의 평단에게서 호응을 얻어냈지만 보수적인 입장에 있는 사람들에겐 과시적으로 보일 수 있는 작품이다. 하지만 아직도 미지의 부분이라는 사운드 디자인 쪽에서는 분명 일가를 이룬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그 만큼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보여준 작품이었고 이전의 아우슈비츠를 다룬(대표적으로 쉰들러 리스트)작품들과는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 작품이라 더더욱 신선했다. 헝가리의 거장 벨라 타르의 조감독 출신인 라즐로 네메스가 과연 그의 스승만큼 아니 그 이상의 작품들을 보여줄 수 있을지 궁금하다. 이젠 은퇴한 벨라 타르를 대신할지는 조금 더 두고 봐야 될 것 같지만 첫 단추는 확실히 채워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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