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과 어둠의 이야기>는 아모스 오즈의 소설로 이미 많이 알려진 작품이다. 이 보다도 더 관심을 갖게 되는 점은 나탈리 포트만이 주인공뿐만 아니라 연출까지 했다는 점이다. 나탈리 포트만은 이미 아카데미를 수상했고 누구나 연기력을 인정하는 여배우인데, 과연 그녀의 연출력은 어떨지 궁금했다. 일단 헐리웃 시스템에서 연기를 해 온 그녀가 영어가 아닌 히브리어로 영화를 만든다는 것이 쉽진 않아 보였다. 물론 그녀가 그 쪽의 피를 갖고 있기 때문에 언어 자체를 힘들어한다기보다는 본인 스스로도 영어 연기에 익숙해져있고, 심지어 연출까지 해야 하니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영화는 2차 세계대전의 막바지와 이스라엘의 독립을 배경으로 한 가족의 이야기를 하고 있다. 남편 아리에(갈라드 카하나), 아내 파니아(나탈리 포트만) 그리고 아들 아모스(아미르 테슬러) 이렇게 세 가족을 중심에 당시에 상황을 설명하고 가장 중점적인 파니아의 심리상태의 변화를 아들 아모스와의 관계를 통해 보여주고 있다. 독립 이후 전쟁이 다시 발발하면서 파니아의 심리 상태는 모든 것을 포기한 듯 나약해지고 남편보다는 아들 아모스가 어머니의 변화에 놀라면서도 자기가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해보려고 한다. 하지만 그녀의 상태는 누군가의 도움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오히려 이 상황을 통해 아들이 성장해나간다. 결국 이 전쟁으로 이 가족은 다시 뭉칠 수 없게 된다. 물리적인 폭력에 의해서가 아니라 2차 피해를 통해 이런 결과를 생기는 것이 이 영화에 흥미로운 점이었다. 나탈리 포트만의 첫 연출작에서 그녀는 자신의 뿌리에 대한 생각을 자신의 언어로 표현해내려고 했다. 그 동안 수많은 감독들과의 작업으로 연출자로서의 수업은 충분히 되었을 것이다. 아직까지 자신만의 색깔을 내긴 힘들 것이다. 이 작품에서도 특히 촬영에서 테렌스 매릭의 최근작과 비슷한 느낌이 드는 쇼트들이 꽤 보이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앞으로 그녀의 연출작이 기대되는 건 첫 작품에서 그녀의 태도가 (앞서도 언급한 것처럼) 좋았기 때문이다. 다음 작품에선 오리지널리티가 있는 각본으로 그리고 온전히 연출자로서의 그녀의 모습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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