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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 돌아왔으면 그걸로 된거야 덩케르크
ektha97 2017-08-03 오전 9:50:24 2627   [0]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배트맨 3부작을 제외하면 크리스토퍼 놀란은 한 번도 전형적인 서사를 선보인 적이 없다.

혁명적인 (헐리웃) 데뷔작 '메멘토'는 말할 것도 없고,인썸니아, 인셉션, 인터스텔라, 그리고 실패작 프레스티지까지 모두 형식과 내용 면에서 기존의 틀을 깨는 (정도의 차이는 있지만) 파격적인 서사 구조를 보여주었다.

그건 모두 영화라는 예술에 대한 놀란의 고민(영화는 소설이나 연극 같은 다른 서사 예술들과 어떻게 다른가, 혹은 달라질 것인가)의 결과들이었다. 




<덩케르크>로 놀란은 다시 두 세 단계 점핑했다.

세 가지 공간(1. the mole / 2. the sea / 3. the sky)에서 세 가지 시간(1. one week / 2. one day / 3. one hour)으로 각각 전개되던 플롯은 크라이막스에서 매끈하게 통합된다. 역사를 영화적으로 재구성하는 놀란의 마법.

또한 놀란은 영상과 편집, 그리고 사운드 만으로 빈틈없이 완벽한 서스펜스를 구축한다. 이미지 범람((마이클 베이가 이 방면의 대표선수라 할 만하다))으로 시시해진 성수기 블럭버스터들과 달리 오로지 영화적 문법만으로 시청각적 놀라움을 창조하는 놀란의 주특기는 <덩케르크>에서 정점에 달했다. 그리고 그 성과의 3할 정도 지분은 한스 짐머의 몫이다. 마치 무성영화처럼 거의 대사가 없이 진행되는 이 영화에서 강박적인 전자음 사운드는 상영시간 내내 넘치는 긴박감과 초조한 긴장으로 관객의 심장을 조여 온다.

기하학적 구도의 정갈한 미장센은 이 절박한 생존의 서사에서 역설적으로 시적인 아름다움을 불러 일으킨다. 구출을 기다리며 해변가에 늘어선 연합군 병사들, 거대한 창공을 나는 전투기는 모두 하나의 점처럼 황량한 풍경 속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덩케르크>에서 놀란은 스필버그(라이언일병구하기)나 리들리스콧(블랙호크다운)처럼 놀라운 테크닉을 이용하여 전투 현장을 생생히 재현하는 데에는 전혀 관심이 없다. 마이클 베이의 CF같은 시각적 쾌감 극대화의 전투 장면은 말할 것도 없겠다.

놀란의 관심은 죽음의 공포 속 무표정한 병사들의 마음 속 지옥을 보여주는 것이다.

생존을 위해, 살아남기 위해 보편적 윤리는 거세된다. 타자화(프랑스군>타 중대원)를 통해 자신의 생존을 우선 순위화하는데 정당성을 부여한다. 놀란은 이 생존의 정당화에 설득력을 부여하기 위해 병사들이 겪는 죽음의 공포를 관객들이 최대한 느낄 수 있도록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한다.


"우린 그저 살아 돌아왔을 뿐인걸요" "잘했어, 그거면 된거야"

전쟁에 패했다는 것과 생존을 위해 져버린 도덕으로 죄의식에 사로 잡힌 살아남은 영국군 병사들은 구원받을 수 있을까?

죽음의 공포라는 팽이는 멈추고, 죄의식의 림보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덧> 아이맥스 관람을 강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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