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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자의 기억법]을 보고 살인자의 기억법
filmone1 2017-09-08 오후 4:37:30 2556   [1]

 

제작 단계때부터 주목을 받은 원신연의 <살인자의 기억법>은 원래도 유명 소설가였지만 방송을 통해 좀 더 알려진 김영하 작가의 원작을 영화화한 것이다.

 

치매에 걸린 연쇄살인마 병수(설경구)는 동물병원을 운영하면서 딸 은희(설현)와 함께 작은 시골마을에 살고 있다. 병수 일과는 병원을 운영하는 것과 17년 전까지 벌였던 살인의 시체를 유기한 대나무 숲을 드나드는 것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욱한 안개 때문에 접촉사고가 나고 병수는 직감적으로 사고의 상대가 살인마라는 것을 느낀다. 상대방은 그 지역 경찰인 민태주(김남길). 우연인지 계산된 접근인지 그는 은희와 사귀는 사이가 되고, 병수는 오락가락한 정신에서 민태주를 은희에게 떼어내고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연쇄살인마라는 것을 밝혀내려고 한다.

 

몇 해 전 서점에서 시간가는 줄도 모르고 읽었던 이 소설이 영화화된다고 했을 때 걱정이 많았다. 그리고 캐스팅이 발표되었을 때 김남길을 제외한 두 명의 캐스팅이 걱정이었다. 먼저 설경구는 기본적인 연기력은 의심의 여지가 없지만 선택한 작품들이 대부분 실망스러웠고 설현의 경우, 경험도 부족할뿐더러 은희 캐릭터와 잘 안 어울리지 느낌이 들었다.

 

우려한 것과는 달리 설경구의 연기는 <박하사탕>의 김영호,<공공의 적>의 강철중, 이후로 가장 훌륭한 연기를 보여줬다. 원작에서 느꼈던 병수의 캐릭터를 잘 표현해냈고, 김남길과의 호흡도 좋았다. 설현의 경우, 걱정했던 부분이 그대로 나타났다. 너무나 공간과 이질적인 느낌이 들었고, 은행원으로 등장하는데 학생의 느낌이 너무 들어 조금 아쉬웠다. 그래서인지 김남길과 두 샷도 잘 안 어울리는 느낌이 들었다. 후반부에 원작과 많이 다른 각색 때문에 민태주 캐릭터를 맡은 김남길이 아주 고생했을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민태주의 캐릭터는 김남길이 잘 소화해냈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병수와 함께한 장면들은 긴장감 넘치게 잘 표현했다.

 

영화를 보면서 어쩔 수 없이 원작과 비교하게 되었는데 후반부의 전개는 많이 각색되어 조금 당황스러웠다. 김영하의 의도를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지만 김영하가 생각했던 캐릭터, 살인마(인간)에 대한 해석이 많이 삭제되었다. 영화의 재미를 위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너무나 장르영화로 빠져 버린 느낌이었다. 원작에서 개인적으론 느낀 키워드는 모호함이었다. 알츠하이머라는 병이 그 단어와도 어울렸고, 엔딩의 상황에서도 그러했다. 원신연은 분명함을 선택했다. 감독의 해석 맞는지 틀린지가 중요한 게 아니라 이 작품의 성격과 맞지 않는 느낌이었다.

 

<살인자의 기억법>은 아마도 배우(설경구)의 작품으로만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좀 더 멋진 작품이 될 수 있었는데 아쉬움이 조금 남는다. 많은 사람들의 공감을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좀 더 깊게 인간(이든 살인마)의 내면을 들여다 볼 수 있는 작품이 될 수도 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마지막으로 영화 속에서 박인수의 <봄비>가 병수의 테마송처럼 등장하는데 실제로 가수 박인수씨가 알츠하이머를 겪고 있다고 감독이 말해줬는데 참 아이러니한 느낌이 들었다. 꼭 쾌차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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