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클레븐이 연출한 <나의 엔젤>은 투명한 소년 엔젤과 앞이 보이지 않은 소녀 마들렌 두 소년소녀의 멜로드라마이다. 사랑하는 마술사 남자가 떠나고 세상에 홀로 남겨진 것 같은 외로움을 겪는 와중에 엔젤의 엄마인 루이스는 엔젤을 가지게 된 것을 알고 아이를 홀로 낳게 된다. 태어날 때부터 투명한 모습(?)인 엔젤이지만 누구보다도 정성스럽게 엔젤을 키우는 와중 옆집에 앞을 못 보는 마들렌이 이사를 온다. 이 어린 소년과 소녀는 둘도 없는 친구이자 연인이 된다. 이런 와중 루이스의 몸은 점점 쇠락해가고 게다가 마들렌은 눈 수술을 위해 이곳을 떠나고 많은 세월이 흐르고 다시 돌아온다. 거의 대부분의 장면을 엔젤의 시점에서 촬영된 이 작품은 당연하겠지만 판타지적인 요소가 많은 작품이다. 논리적으로 따진다면 전혀 재밌게 볼 수 있는 작품이 아니다. 초반부에 설정 특히 루이스 캐릭터에 대해선 몇 가지 그냥 넘어가야 할 부분이 없지 않다. 감독이 생각하는 중요한 것은 역시나 엔젤과 마들렌의 멜로드라마일 것이다. 특히 눈 수술을 위해 떠난 마들렌을 기다리고 드디어 만나게 되는 엔젤의 마음을 어떻게 표현할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이 깊었을 것이다. 찰리 채플린의 <시티 라이트>의 엔딩처럼 가슴 저미는 상황까지는 못 이르지만 눈을 떠버린 마들렌의 선택은 이 판타지적인 영화에 힘을 더 실어준다. 이 영화가 말하고자 하는 것은 후반부에 있지만 초반 20분에 소년소녀의 아름다운 모습과 음악 게다가 아름다운 풍경들은 이야기를 떠나 정서적으로 깊은 울림을 주고 기억에도 좀 더 오래 남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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