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 에스터 감독의 <유전>은 오컬적인 요소가 짙은 호러물이다. 애니(토니 콜렛)는 얼마 전에 엄마가 돌아가신 후 부터 집 안에서 알지 못한 무언가가 있는 듯 한 느낌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엄청난 사건이 애니의 가족에게 벌어지게 되고 남편과 아들과의 관계가 조금씩 멀어지고 불편하게 되어간다. 그러던 와중 심리치료를 위해 모임을 가던 중에 자신과 비슷한 처지의 조안을 만나게 되면서 애니는 점점 더 심리적으로 깊은 수렁에 빠지게 된다. <유전>은 60년대 대표 오컬트 무비인 로만 폴란스키의 <악마의 씨>를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조안의 등장 이후 이런 느낌이 좀 더 짙어진다. 초반부의 전개를 보면 블룸하우스와 제임스 완을 필두로 수 없이 만들어진 ‘귀신들린 집’이라는 소재의 작품이라는 느낌이 많이 들었다. 하지만 강력한 첫 번째 사건 이후 기존의 작품들과는 차별성이 느껴졌고, 특히나 애니의 직업인 미니어처 작가가 전체적인 이야기와 잘 맞아 떨어져 흥미를 유발시키기도 했다. 앞서도 얘기한 것처럼 <유전>이 좀 더 신선하게 느껴지는 것은 요즘의 유행하는 방식과 이야기를 60,70년대의 방식과 이질감 없이 잘 어우러지게 했기 때문이다. 이것은 배우 캐스팅과도 연결되는데 토니 콜렛의 이미지와 또한 고전적인 느낌이 살아있는 가브리엘 번을 캐스팅한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얼마 전에 개봉한 <스탠 바이, 웬디>에서도 좋은 연기를 보여줬던 토니 콜렛은 <유전>에선 장르 영화에서 보여줄 수 있는 좋은 연기를 다시 한 번 선사했다. 블룸하우스들의 호러물들이 몇 년 동안 꾸준히 사랑을 받고 있는 것은 10대층의 정서를 잘 파악하고 신선한 연출자들의 등장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조금씩 익숙해지고 너무 한 방향으로만 나간다는 느낌이 드는 이 와중에 <유전>은 고전적이지만 오히려 좀 더 신선한 느낌을 줬다. 엔딩에 관해서 호불호가 나뉠지도 모르지만 앞으로 좀 더 고전느낌의 공포도 많이 선 보였으면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