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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색즉시공] 작년의 적.. 올해도 또 만났다. 색즉시공
lchaerim 2002-12-12 오후 11:47:16 1039   [9]
세상엔 두 가지 종류의 영화가 있다.
전자는 한번 보고, 두 번을 봐도 안 질리는 영화. 후자는 한번 보기가 정말 힘든 말 그대로 고문에 가까운 영화이다. 전자에 가까워지려면, 사실... 다른 것은 필요 없다. 그저 관객들에게 웃음과 감동내지 현란한 특수 효과로 무장하여 관객들의 혼을 빼 놓으면 된다. 이것이 바로 영화가 갖는 가장 기본적인 본질이 아닐까라고 필자는 역설한다.

반대로 위에 설명해 놓았던 엔터테인먼트적 요소가 아닌, 관객에게 무언가를 남겨주기를, 또는 남겨지기를 바라는 것 또한 영화의 본질이 될 수 있겠으나.. 어디까지나, 거금을 들여 2시간에 가까운 시간을 소비하려는 관객의 입장에서 보면, 후자는 TV용 영화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하겠다.

전자의 경향이 강한 영화들이 이젠 여름 한철로만 끝나서는 주머니를 못 채우는지, 가을을 관통해 겨울에 제 2 라운드를 준비하고 있다. 여름에 헐리웃 영화들에게 왕좌를 내주며 주춤했던 한국 영화들이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고, 헐리웃 영화들중에서도 여름에 그리 큰 이익을 못 봤던 직배사는 내심 올 겨울을 기다렸는지도 모르겠다.

작년 겨울 극장가를 양분했던 영화는 두말하면 잔소리가 될 정도로 지긋지긋 들어온 헐리웃의 대표 주자 <해리포터> 시리즈 1편과 한국 영화의 자존심 <두사부일체>였다. 개봉일이 같은 맞불작전으로 영화계를 놀라게 한 이 전쟁에서 승자는 없었다. 오히려 관계자들은 <두사부일체>의 손을 살짝 들어주었다. 이유가 어찌됐건, 민족 애국심만이 발동해서 그렇게 한 것은 아니었다. 어찌보면, ‘다윗과 골리앗’의 싸움으로 불릴 정도로 인지도면에서나 배급면에서나 <두사부일체>에게 우선 순위를 둘 수는 없었다. 그러나..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고 했던가... 다윗은 골리앗과 거뜬히 맞짱을 뜨는데 성공했고, 한국 영화 점유율 46 ~ 50%대는 지켜지게 되었다.

올해에도 이와 비슷한, 아니 어쩌면 계획된 전쟁이 시작되려 한다. 개봉일도 같은데, 작년과 비교해 다른 점이 있다면.. 배급사가 다르고, 영화제목도 다르다는 것이다. 헐리웃 주자는 작년에 비해 ‘호그와트’ 마법 학교에서 신입생이 아닌 2학년생이 된 ‘해리 포터’이야기 외에는 별반 달라진 게 없다. 이에 반해 한국 주자는 제작진과 출연진은 엇비슷하지만, 고등학생 이야기에서 대학생 이야기로 올라갔다는 것과 그 흔하딘 흔한 조폭 소재의 영화가 아닌, 우리나라에서 발설하기 참 힘든 성(性)을 소재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두 영화가 또 비교되는 것은 철저히 초,중,고 학생들을 겨냥한 판타지 영화라는 것과 오로지 어른들을 상대로 적나라한 섹스 코미디를 표방한 영화라는 점인데, 이는 마케팅 자체도 비교할 수 없는 두 영화이지만.. 은연중 비교가 된다는 점이다. 이에 작년에는 3주의 시간을 두고 개봉했던 또 하나의 초대형 화제작 <반지의 제왕> 시리즈 2편이 올해에는 일주일 앞으로 개봉을 잡았다는 초강수가 마음에 걸린다.

그 틈을 비집는 영화를 오늘 소개하고자 한다. <색즉시공>... 제목은 사실, 불교 경전 중 하나인 ‘반야심경’에서 따온 ‘색즉시공.. 공즉시색’의 구절 중 하나이다. 그럼 영화 장르가 종교 영화인가. 결코 아니다. 오로지 관객들이 즐거워야 영화 만들었다는 자부심을 갖고 사는 ‘윤제균’ 감독의 <두사부일체> 이후 두 번째 작품이다. 그럼 답이 대충 나왔다. 종교 영화가 아닌데 ‘색즉시공’이라는 제목을 썼고, 관객이 재미없어 하는 영화를 영화라고 생각지 않는 감독이 만들었다고 하면, 분명 무언가가 있다.

그리고, 그 무언가는 바로 이것이었다. 찐한 장면으로 포스터 비주얼을 장식해서 관객들의 이목을 끌기 보다는 철저히 영화적 내용에 주안점을 둔 포스터부터 시작한 섹스 코미디이다. ‘섹스’라는 단어가 들어가면, 자연스럽게 영화적 내용보다는 볼거리가 있느냐 없느냐로 판단하시는 관객들에게는 미안한 얘기지만, <색즉시공>은 그런 저질 영화가 아니다. 각 배우들의 순간 순간의 아이템과 감독의 경험담을 재기발랄하게 만든 이 영화는 잠시도 관객에게 눈 감을 기회(졸거나 잠자거나 ㅡ.ㅡ;;)를 주지 않는다.

법학 1학년 생인 ‘장은식(임창정 분)’은 군대까지 다녀온 늦깎이 신입이다. 나이에 걸맞게 열씨미 공부하려는 의도는 군대 고참 ‘성국(최성국 분)’에 의해 차력 동아리에 가입하라는 무언의 압력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고, 여기에 교내 퀸카인 에어로빅 국가대표 상비군 ‘이은효(하지원 분)’를 만나면서 더더욱 꼬인다.
자신의 진실된 마음을 보여주려 노력하지만, 일은 늘 엉뚱하게도 파렴치범으로 몰리는가 하면, 기숙사 숙소 3층에서 투신(?), 쥐약 먹구 음독(?)이라는 헤프닝에 시달린다. 이런 와중에 교내에서 잘 나가는 킹카 ‘상욱(정민 분)’의 감정 놀음에 휘말린 ‘은효’의 지울 수 없는 아픔을 끝까지 지켜주는 그에게 서광은 비출 것인가...

주연배우들 못지않게 비중이 큰 다수의 조연들의 연기가 빛나는 <색즉시공>은 혹시나 사공이 많은 탓에 배가 산으로 가지 않겠나 의심을 했던 필자의 생각을 여지없이 비웃어 버렸다. 절묘하게 그 관계들을 컨트롤한 감독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서로 오버하지 않는 연기 의식으로 영화에서 보여지는 그 진가는 두배, 세배 빛을 발했다.

섹스 코미디라는 장르적 한계를 살짝 멜로 드라마처럼 한판 뒤집기를 보여주는 것은 영화의 백미이다. 실제로 웃다가 울면 그 얼마나 민망한가... 필자는 이것도 모자라 울다가 또 웃어 버렸다. 필시, 옛말에 어른들이 그랬듯 X구멍에 털이나 나지 않을까 노심초사한다고 하면, 오버인가. ㅡ.ㅡ;;

필자가, 생각하는 것처럼 관객들도 이 점을 포인트로 생각하고 영화를 감상한다면, 싸구려 섹스 코미디가 아닌.. 즐길 것은 마음껏 즐기고, 또 조그맣게 관객들에게 남겨주는 작은 선물을 안고 극장문을 나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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