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사부필름의 신작 [색즉시공]을 관람하려면 먼저 한가지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것은 아무 생각도 하지 않을 준비이지요. [두사부일체]가 그랬듯이, 본작 역시도 웃기겠다는 의도 외에는 아무 것도 없습니다. 심지어는 그 웃음 뒤에 그림자처럼 따라붙는 영화의 흠 마저도 유사합니다.
[색즉시공]의 내러티브는 헐리우드 식 섹스코미디로부터 상당부분 차용했음이 눈에 띄지요. [아메리칸 파이]로 대표되는 미국식 개그를 거의 그대로 옮겨온 본작의 표현 수위는, 어쩌면 사람에 따라서 부담스럽거나 불쾌할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윤제균 감독의 솜씨입니다. [두사부일체]에 이은 그 특유의 코미디 감각은 충무로에서도 고유한 영역을 차지하지요.
각 에피소드들은 과장의 연속이지만, 대단히 효과적인 과장입니다. 자칫 불쾌해지기 쉬울 장면들을 적절히 조율해내며 관객으로부터 웃음을 끌어내는 데에 성공하지요. 신기할만큼 어처구니없는 아이디어들은 [아메리칸 파이]나 [몽정기]보다 오히려 뛰어납니다.
단연 돋보이는 존재는 임창정입니다. 최근들어 전성기를 구가하고 있는 그는 본작에 이르러 마치 물을 만난 것처럼 맹활약합니다. 강도높은 슬랩스틱이나 애드립은 전매특허이지요. 하지원 또한 기존의 이미지를 깨는데 성공하며 자기 몫을 충실히 다 해냈습니다. 진재영, 최성국, 정민 등 조연들도 든든하지요.. 뭐 이래저래 [색즉시공]은 관객 숫자로 말할 때, 전혀 아쉽지 않을만큼의 흥행에 성공할 듯 싶습니다.
그러나 본작은 [두사부일체]의 오류를 그대로 범하지요. 은효와 상욱의 관계는 지나치게 신파조인 것을요. 다행히 임창정의 눈부신 열연이 가까스로 그 허술함을 가려내는 듯 하지만, 왠지 모르게 갸우뚱하는 고개마저 받쳐주지는 못합니다.
[몽정기]와 [색즉시공], 단 두편의 작품만으로 섹스코미디는 충무로의 전략적 장르로 떠오를듯 합니다. 이것은 올해 영화계가 거둔 괄목할만한 성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지요. 그러나 기억해야 할 것은 모 아니면 도라는 사실. 흥행에서 실패하는 섹스코미디는 어디로도 돌아가지 못하고 매장된다는 사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