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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 <도망자> 루즈하지만, 시도만큼은 칭찬해 주고 싶다. H(에이:치)
tillus 2002-12-15 오전 1:01:43 1119   [3]
<텔미썸딩>이후 3년 만에 다시 한번 정통 스릴러를 표방한 영화 한편이 관객과의 조우를 기다리고 있다. 인텔리전트 감성 스릴러라는 거창한 장르를 지향하는 <H>는 당시 흥행성과 작품성에 있어 절반의 성공을 이룬 <텔미썸딩>의 흥행수치를 넘을 수 있을지는 어차피 뚜껑을 열어봐야 확실히 알겠지만, 지금으로서는 다소 역부족이라 보여진다. 더더군다나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과 개봉일 까지 겹쳐버려서 앞으로의 전망은 영화의 스타일처럼 어둡기만 하다. 과연 <H>는 한없이 높아 보이기만 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장벽을 어떻게 극복할 것인가...!!


 인생을 살다보면 참으로 기구한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어느 정도 예상을 한 일일지라도 그 예상을 벗어나 뜻하지 않는 곳에서 사건이 터지고, 원치 않는 불청객들이 나타나 자신을 괴롭힌 적이 있을 것이다. 모든 인간사가 다 그렇고, 영화는 기구한 그런 인간사 중에서 하나의 갈등을 소재로 삼아 이야기를 재구성해서 관객들에게 보여준다는 사실은 만인이 다 알고 있을 것이다. 그 중에서 스릴러라는 장르의 영화는 바로 이런 뜻하지 않는 사건들을 그냥 두루마리 휴지 풀어내듯이 술술 풀롯을 전개시키는 것이 아니고,(그렇다면 그건 일반 드라마일 것이다.) 중간 중간에 심장박동이 빨라질 정도의 긴장감과 스릴을 만끽하게 해주고, 뒤통수를 후려 맞은 듯한 훌륭한 반전이 같이 병행되어져야 진정한 스릴러라고 말할 것이다. 어쩌면 이런 것들은 현재의 스릴러라는 장르에 필수 불가결한 요소일 것이다. 그런데 <H>는 그 임무를 충실히 해내지 못했다는 것에 있다.


 <텔미썸딩>이 절반의 성공을 거둠으로써 많은 관객들이 아쉬워했고, 다음에 나올 스릴러 장르에 더 기대를 했을 것이다. 그리고 <H>는 그 기대를 한 몸에 받고 등장했다. 그 기대에 충족을 하려면 색다른 소재의 내용과 구성, 그리고 관객들을 짜릿하게 해줄만한 흡입력을 얼마나 갖추고 있는지에 있을 것이다. 아쉽게도 이때까지의 스릴러보다 소재만큼은 색다르다고 할지라도 그런 내러티브들을 충분히 이용하지 못했고, 구성 역시 밋밋하거니와 짜릿한 흡입력은 아예 완전히 모습을 감추어 버렸다. 마지막 반전이 그나마 제 구실을 해주었지만, 생각보다는 많이 약했고, 그 반전에 영화의 모든 것을 걸어버리기에는 상당한 무리수가 따를 것이다. 또한 영화는 인텔리전트.. 즉 이성을 중시한 스릴러라지만, 그 이성이란 것이 기복 없이 루즈하기만 한 영화의 흐름에 결정적이 요소가 되어버렸다.


 그래도 배우들의 연기는 상당히 수준 급이라는 것을 알 수 있다. 신현을 연기한 조승우는 다소 <양들의 침묵>을 연상케 하는 모티프라는 것을 배제할 수는 없지만, 날카로운 시선처리와 대사 한마디 한마디의 떨림이 상당히 매력적이었고, 당장 죽여버리고 싶은 악한 겉모습과는 달리 손가락으로 톡 건드리면 바로 눈물을 터뜨릴 것만 같은 순수한 감성에 젖은 연기를 매우 훌륭히 해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영화 속에서 유일하게 인텔리전트하지 않는 캐릭터인 강 형사를 연기한 지진희도 터프한 외모에 걸맞게 다혈질적인 성격의 소유자를 나름대로 잘 소화해 냈다. 그런데 염정아에게는 솔직히 실망을 금치 못했다. 염정아가 연기를 못했다는 말은 아니지만, 예전에 <텔미썸딩>의 승미와 머리모양이나 성격이 매우 비슷한 감이 들었고, 그래도 한번쯤은 이성을 잃고, 저돌적으로 돌변하는 모습을 기대했는데, 차 운전하다가 중앙선 침범하고, 인도까지 올라간 것만으로는 '이성을 잃었다' 라고 하기엔 많이 역부족으로 보인다. 그 모습이 망가지기를 두려워하고 마지막 자존심만큼은 지켜내고 싶은 안일한 개인주의로 밖에 비춰지지 않는다. 그리고 필자가 제일로 아쉬웠던 것은 강 형사와 김 형사.. 두 캐릭터의 조화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명은 너무 자신의 의지와 본능에게만 의존해 이리저리 설쳐되기 바빴고, 또 다른 한명은 너무 지적이고 냉철해서 몸을 사리는 것 같은 모습으로 보여지기도 했다. 그래도 어느 정도는 공존하는 맛이 있어야 따로국밥 먹는 것 같은 느낌이 사라지지 않았을까 한다.


 그래도 시도만큼은 칭찬을 해주고 싶다. 최근 몇 년 사이 한국에는 코미디 영화가 유례 없이 흥행을 맞이하고 있고, 한국영화의 시장 점유율을 계속 높여주고 있다. 그렇지만 그 흐름에 이끌리지 않고, 한국에서는 불모지와도 같은 스릴러 장르의 개척을 다시금 시도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시행착오를 계속 겪어야 조금씩 조금씩 더 품질 좋은 영화가 관객들에게 한 걸음씩 다가올 것이다. 비판도 좋지만, 아니.. 비판은 당연하겠지만, 노력의 의지까지 꺾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하는 작은 바램뿐이다.


<사족>

<H>가 <반지의 제왕: 두개의 탑>과 대등한 접전을 펼칠 확률은... 음... 글쎄...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보지만, 그냥 무시해 버릴만한 영화로 치부한다는 것은 솔직히 기분이 매우 나쁘다. 조금만 더 관심을 갖고 영화를 관람하고, 애정 어린 비판을 해준다면 빠른 시일내에 더 좋은 한국형 스릴러가 등장하지 않을까 한다.

<도망자>로부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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