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
[휘파람 공주] <도망자> 재미있고, 볼만한 영화 |
|
휘파람 공주 |
|
|
tillus
|
2002-12-26 오후 4:53:15 |
1794 |
[6] |
|
|
한편의 영화가 많은 사람들의 손을 거쳐 만들어지고, 한해를 풍미할 만큼 흥행에 성공을 하기 위해서는 여러 조건의 요소가 두루 갖추어져 있어야만 한다. 그중 영화 내적인 요소로는 뭐니뭐니해도 탄탄한 시나리오의 작품성이 제일일 것이고, 그 다음으로 배우들의 흡입력 있는 연기와 사실적인 묘사가 뒤를 따를 것이다. 그리고 영화 외적인 요소로는 영화 속 배경이 과거이든 현재이든 미래이든 간에 아무래도 동시대적 흐름을 크게 거스르지 않은 드라마의 선택일 것인데, <휘파람 공주>라면 동시대적 흐름 면에 있어서는 그 공식을 철저히 지켜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현재 한국사회의 최대 이슈로 거론되는 반미에 대해서 이렇게까지 속이 후련할 만큼 기분 좋게 표현한 영화가 등장하지는 않았기에 <휘파람 공주>의 출현은 예상외의 상당한 파장을 불러올 만큼 잠재력을 지니고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지만, 막상 뚜껑이 열린 지금 너무 안일한 기획 속에 사람들의 감정 선만 교묘히 이용한 삼풍백화점의 부실공사 같은 날림영화를 만들지 않았나 하는 우려의 목소리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남북한의 문제는 현재 우리나라가 끌어안고 있는 많은 과제 가운데 가장 신중히 다뤄야 하면서도 반드시 해결해야 할 숙제일 것이다. 그런 중요한 문제를 백짓장 들 듯 너무 가볍게 다루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든다. 그렇다고 꼭 무겁게만 봐서도 해결되는 문제는 아니겠지만, 그 가벼움 속에 절실한 무엇이 단 한가지라도 정확히 내포되어 있었더라면 그 가벼움은 실로 덜했을 것이다. 단순히 북한 최고 지도자의 딸과 남한 삼류 롹밴더의 사랑이야기만으로는 관객들을 순식간에 확 끌어 잡을 만한 카리스마가 느껴지지 않는다. 물론 미 CIA의 암살계획이 극명하게 드러나 있어 긴장감을 더해주고는 있지만, 그들의 허술하기 짝이 없는 행동과 영화를 끝까지 보지 않더라도 빤히 드러나 보이는 결말 때문에 김이 팍 새어버리는 느낌 역시 지울 수가 없다. 좀더 탄탄한 드라마를 선택할 필요가 있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쉬리>와 <JSA공동경비구역>의 성공이 남북한의 관계와 그 시대의 정서를 정확히 판별해낸 것이기도 하지만, 거의 완벽에 가까운 시나리오가 없었다면 500~600만이 넘는 관객신화는 이뤄지지 않았으리라 본다.
상황설정 또한 매끄럽지 못하다. 단순히 며칠 자유롭고 싶어서 도망치는 건 둘째 치더라도 다른 나라에서도 도망친 경력이 있는 김지은(김현수)에 대한 북한측 경계가 너무나 허술해 보였기 때문에 다소 억지스럽기도 했다. 약속을 잘 지킨다는 이유 하나 때문에 삼엄한 경계를 펼치지 않았다고 하는 것을 변명이라고 내세우기엔 무리수가 따르지 않나 싶다. 좀더 설득력 있는 상황을 재현해 관객을 매료시키지 못한 것도 아쉽기만 하다.
연기력 또한 상당히 불만족스럽다. 모기 한 마리가 귓가에서 왱왱거리는 듯한 김현수의 목소리를 듣노라면 발성연습조차 제대로 했는지 의심스럽기만 하고, 도대체 말투와 행동이랑 품위하며 정말 북한에서 넘어온 여자를 연기한 것인지 믿어지지 않는다. 지성의 연기 역시 그다지 높은 점수는 주고 싶지 않다. 그러나 박상면의 능청스러움과 성지루의 과묵한 연기는 칭찬 섞인 박수를 기꺼이 보내주고 싶을 정도이다. 그 밖의 배우들은 좀더 리얼하고 타당성 있는 연기를 선보일 필요가 있지 않았나 싶다.
그래도 과감한 시도는 충분히 만족스럽다 할 수 있다. 이때까지의 CIA나 FBI를 생각한다면 완전히 아군의 입지로 굳어져만 있었는데, <휘파람 공주>에서는 CIA를 당당히 적으로 둠으로써 영화 내에서도 반미가 실현된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수 있었다. 이것도 하나의 고정관념을 깼다고 한다면 표현이 부적당할지도 모르겠으나 얼마든지 반길만한 소재의 변화인 것은 확실하다. 그리고 반미에 속이 상한 분들에게 <휘파람 공주>를 권한다. 이 영화를 보게 된다면 완전히는 아니겠지만, 어느 정도는 속이 후련해 질 것이다.
애국을 하고 싶으시다면 괜히 쓸데없는 다른 나라를 욕할 것이 아니라 우리나라 대한민국에 좀더 관심을 기울이는 것이 더 나을 것이다. 사랑하는 가정을 돌아보는 작은 일에서부터, 따뜻한 이웃을 돌아보고, 어차피 죽을 때까지 몸담고 살아갈 국가가 원하는 올바른 일들을 돌아보는 큰 일에 이르기까지 실천을 한다면 다른 나라를 배척하는 일보다 훨씬 수월할 것이다. 그렇다고 너무 거창하게 생각하지 말고, 국가가 그렇게 바라는 물 한 방울을 내 몸같이 아끼고, 종이 한 장, 휴지 한 조각이라도 다시 쓸 줄 아는 것이 애국으로 가는 지름길일 것이다. 미국을 비롯한 서양의 선진국들이 단순히 운이 좋아서 지금의 경제 대국이 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멀리 볼 필요까지 있을까...?! 바로 옆 일본만 봐도 그렇다.
<007어나더데이> 안 보기 운동을 하지말고, <휘파람 공주> 보기운동을 해라. 뭐든지 부정적인 것으로 드러내지 말고, 긍정적인 것으로도 생각해 보라. <휘파람 공주>가 비록 영화로써의 평점은 그다지 높지 않겠지만, 그렇다고 절대 무시해도 되는 영화는 아니다. 반미에 대해서 한번쯤 더 생각해 보게 하고, 남북한의 관계에 대해서도 다시금 되돌아보게 만드는 영화이다. 조금은 억지스러운 말이지만, <휘파람 공주>의 흥행여부에 따라 지금 한국인들이 반미에 대해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지 가늠케 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휘파람 공주>는 재미있고, 볼만한 영화이다.
<도망자>로부터..
|
|
|
1
|
|
|
|
|
1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