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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llist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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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12-29 오전 12:51:0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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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면... 공포에 질린 한 남자가 순간 파이조각처럼 떨어져나가던 큐브의 모습이 아직도 선명한 가운데, 이젠 하이퍼큐브라는 이름으로 큐브2가 돌아왔습니다.
큐브2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원작 큐브의 설명이 약간 필요할 듯 합니다.
저예산과 독특한 설정과 내용으로 큐브의 감독 빈센조 나탈리는 실험정신이 투철한 그의 첫 장편 영화 큐브로 주목받는 감독의 반열에 오르게 됩니다.
반면 큐브2의 감독 안드레이 세쿨라는 '아메리칸 사이코', '펄프픽션', '저수지의 개들'과 같은 작품의 촬영을 담당했었고 이 하이퍼 큐브로 감독의 세계에 도전장을 도전장을 던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도전장을 던졌다는 시도에는 박수를 보내줄만하나, 나탈리의 성공은 따르지 못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쿨라 감독은 '큐브 2 : 하이퍼큐브'라는 영화에서처럼 원작 큐브의 내용을 모태로 하여 기존 틀을 유지하면서, 실험적 요소보다는 줄거리적 흥미에 중점을 두고 싶었던 것 같습니다.
나탈리의 큐브는 처음과 끝이 존재하지 않습니다. '왜'라는 질문 따위는 통하지도 않고, 물론 그에 따르는 대답도 없습니다. 단지 그 숨막힐 듯 반듯한 사각의 틀 속에서의 끝없는 방황과 정체를 알 수 없는 부비트랩들의 위협으로 인해서 인간성이 어떻게 파괴되어가는 가를 낱낱히 파헤쳐낼 뿐입니다. 그리고 큐브를 벗어나고 나서도, 그 눈부시도록 흰 빛이... 과연 '희망'이고 '미래'가 될 수 있는가 하는 의문만이 남을 뿐입니다.
반면 세쿨라의 큐브 2도 영화를 보고 있노라면 나탈리의 큐브와 비슷한 구조를 취하는 것처럼 보입니다.
조금 더 크기가 커진 큐브와 예전처럼 수동 형태의 문이 아닌 온도 감지 등의 터치형태로 된 자동 문이 등장하지만 큐브2가 보여주는 차이가 단지 그런 시각적인 것이 다는 아닙니다.
큐브2는 인물들은 서로 그저 교묘히 감추고 있을 뿐, 사실은 그 각각의 연관성 없어 보이는 이들은 다 하나의 공통분모를 가지고 있고, 그들은 원든 원치않든 그 화려한 죽음의 만찬에 초대받은 것입니다.
3차원 속의 4차원의 큐브로 말입니다.
나탈리의 큐브와 같은 해답 없는 은근한 생각할 거리를 던져주고자 세쿨라 감독은 나름대로 생략의 기법을 많이 써먹은 듯 하지만, 그의 마지막 엔딩 장면은 이미 그의 생략법이 얼마나 영화를 엉성하게 만들어버렸는지를 낱낱히 밝혀주고 있습니다.
세쿨라는 이미 큐브 2에서 처음과 시작을 정해버렸고, 그 영화의 모든 것에는 마땅히 '왜?'라는 질문이 붙을 수 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이것은 나탈리의 큐브와는 상당한 차이를 보이고 있습니다.)
큐브라는 구조를 이용한 하나의 미스테리 영화로 세쿨라는 큐브2를 만들어 낸 것입니다.
관객은 한 사람씩 죽어나갈 때마다 접하게 되는 새로운 단서를 토대로 끝없이 '왜','왜?','왜?'를 반문하게 됩니다. 그러면서 그들과 함께 사건의 배후를 밝혀나가도록 장치해 놓은 것, 그것이 바로 큐브2이기 때문입니다.
비록 세쿨라 감독의 그다지 적절치 못한 생략법이 오히려 종내에는 긴장을 떨어트리게 만드는 결정타를 날려버렸지만, 그러나 역시 나름의 추리가 가능한 노선을 몇 가지 생각해 낼 수 있습니다.
아이존이라는 거대 무기 제조 업체는 국방부와 연결되어 있고, 국방부와 아이존은 어떤 필요 목적에서 '테렉사(하이퍼 큐브)'를 만들 시도를 하게 됩니다.
테렉사의 주요 핵심 구동 장치 설계는 유전적 실험의 변이로 태어났다는 천재 프로그래머 알렉스가 맡아, 테렉사의 제작이 시도되지만 설계 단계에서 이론 수학자 페일리 부인은 테렉사 (3차원 속 4차원)의 유지는 불가능하다며 반대합니다. 그러나 결국 페일리 부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테렉사는 탄생하게 되지요.
아이존을 중심으로 한 테렉사 핵심 설계에 알렉스, 페일리 부인, 노벨 물리학 후보인 로젠 스웨이크등이 참가했고, 외형적 구조체에 들어가는 도어(문)는 제리, 그리고 부비트랩 중의 하나인 시간의 오차는 맥스의 아이디어를 응용하여 만들어 지게 됩니다. (물론 여기서 맥스와 제리는 테렉사와 자신들이 관련되게 되어질 것이라는 걸 결코 알 수 없었을 테지만요.)
그럼 이 가상의 스토리를 토대로 국방부와 아이존은 '테렉사'를 만들어 냈다고 가정합시다.
그렇지만 그 테렉사가 통제 불가능의 상당히 불안정한 물체이고, 테렉사가 작동되어지고 나서 테렉사 내부에서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모른다면... 그 테렉사를 앞으로 어떻게 다루고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야 할 지 어떻게 알 수 있을까요?
이쯤 되면... 그 테렉사를 탐구할 개척자들이 필요했을지도 모릅니다. 물론 무언가 잘못되었을 시 테렉사의 존재 자체는 처음부터 세상에 없었던 듯 테렉사 관계 인물들이 침묵할 필요성도 있었을 겁니다.
이 정도까지 생각하게 되면 왜 일련의 관계가 없어보이는 몇몇 사람들이 테렉사라는 하이퍼 큐브 안에 갇힐 수 밖에 없게 되었는지 어느 부분에서는 설명이 가능할 것입니다.
그들의 하이퍼큐브의 첫 탐구자이자, 제물인 셈이지요.
여기서 몇가지 부가적인 설명을 덧붙이자면 시각장애인 소시아는 후반부에서 자신이 알렉스임을 밝힙니다.
소시아는 국방부와 아이존이 테렉사의 탐사대를 가장한 불쌍한 산제물을 납치해 오는 것을 보았을 테고, 제 2, 제 3의 테렉사가 만들어지는한 비극은 끝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테렉사 핵심 구동장치를 목걸이의 메달로 만들고 스스로 테렉사 속에 갇히기를 선택했다고 새각해 볼 수 있을 겁니다.
또한 여기서 테렉사 실험 결과가 실패적이었다고 해도, 이후 이 사실을 세상에 알리지 못하게 입막음할 차원으로 관계자들을 모두 이공간 테렉사 속에 집어넣을 결심을 했을 때, 그 와중에 테렉사에 어떤 식으로 관여되었을 연구원 레베카 영과 그녀의 실종이 안타까워 그녀의 부모님들이 고용한 탐정 사이몬 역시 같이 갇히게 되었다고도 가정할 수 있습니다.
사이몬이 계속 파고들어서 아이존의 비밀 실험 계획 테렉사의 어느 한 끝자락이라도 찾아내게 된다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을 테니까요.
변호사 줄리아와 대령 토마스의 납치 이유는 나름의 논리적 이유를 붙이기엔 무리가 있지만 역시 아이존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만큼 이들 역시 결국 테렉사의 다양한 부비 트랩을 맘껏 즐겨줄 가엾은 모르모트였을 겁니다.
이제 영화를 마지막까지 다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이 다수의 인물 중 유일하게 아이존과 관련이 없어 보이고 시종일관 냉정을 잃지 않으며 소시아의 보호에 적극적인 여인 케이트의 존재가 남습니다. 위에서 언급했지만 소시아, 즉 알렉스만이 설계할 수 있었던 테렉사 핵심 구동 장치를 알렉스가 들고 테렉사 속으로 도망가 버렸다면 이 테렉사가 어느 순간 소멸이라도 해버릴 경우 지금까지의 실험이 물거품이 되는 것은 물론이고, 더 발전적인 테렉사 설계는 생각할 수도 없게 됩니다.
소시아가 죽더라도 구동 장치만은 찾아와야 했을 겁니다. 그래서 케이트라는 국방부 소속의 군인일 수도 있고, 정부 기관 소속의 요원일 수도 있는 케이트라는 인물을 투입했다면 내용은 어느 정도 아귀가 들어맞게 됩니다.
소시아와 소시아가 들고 도망가버린 구동장치를 찾아오는 것이 임무였을 테지만 케이트 역시 아직 아무도 밝혀내지 못한 테렉사 속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알 수 없었을 겁니다. 상황과 상황을 대할 때마다 접하게 되는 정보들을 모두 수집하고 체크한 결과 결국은 60659가 무엇인지도 알 수 있었겠지요. 정말 아슬아슬한 순간이기는 했지만요.
소멸 시간 보다 1초라도 앞서면 또 다른 소멸 직전의 큐브로 빠져들어가 버릴테고, 1초라도 늦게 되면 말 그대로 큐브와 함께 소멸해 버렸을 테니까요.
케이트는 어찌되었든 구사일생으로 테렉사를 벗어나 4차원의 이공간에서 3차원의 현실로 돌아옵니다.
그러나 영화는 끝까지 비정합니다. 토사구팽이라고 해야할까요?
정부와 손닿아 있을 것 같은 관계자는 케이트에게서 장치를 건네 받은 즉시 냉혹하게 케이트를 제거해 버립니다.
세쿨라의 큐브는 내용이 있다는 측면에서 어찌되었든 그 흥미요소가 반감합니다. 감독이 처음부터 예정한 내용이 무엇인지는 몰라도, 관객이 생각해내게 되는 스토리는 항상 어딘가 빈틈이 있는 뭔가 미심쩍은 면이 없지 않은 내용이 되어버리기 때문입니다. (이런 면에서 세쿨라 감독은 관객에게 해답의 키를 너무 적게 쥐어준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도 듭니다.)
그러나 평행우주론이라는 다차원이 존재하는 공간 내에서는 내가 죽어도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무수히 많은 또 하나의 내가 살아가고 존재할 수 있고, 어느날은 내가 또 내가 아닌 나를 만나게 된다 해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음을 보여주는 이론은 상당히 신비롭습니다.
즉 케이트가 여행 도중 죽어버렸다고 해도, 또 다른 케이트는 여전히 임무를 기억하고 있을테니 그는 또 하나의 소시아를 찾아 헤메게 되겠지요.
어떤 소시아가 죽어도 또 다른 소시아가 있으니 그 소시아의 구동장치를 가져왔으면 될 테니까요.
영화 자체는 실망적인 면이 없지 않았다고 하더라도, 삶도 죽음도 없으면서도 삶과 죽음이 공존하는 저주 받은 공간 속의 테렉사는 확실히 매력적입니다.
시간과 공간도 차원도 무시된 절대적 이 공간... 테렉사.
전작인 나탈리의 실험적 정신으로 탄생된 큐브와는 전혀 다른...
독특한 매력을 가진 큐브가... 다시 한 번 당신의 눈 속을 파고들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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